전 노조간부 “7·4제 풀어준다는 조건” 폭로…“부정 저지른 뒤 제명되자 악의적 음해” 반박
현 정부가 진행하는 노조에 대한 개혁 드라이브는 문재인 정부 말기부터 시작된 예정된 공권력 행사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건설현장에서 노동자의 권리가 침해당하는 것을 근절할 목적으로 만든 노조법이 특정인에게는 법적으로 보장된 권력으로 행사되며, 건설현장이 노동단체의 의지에 따라 좌우되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게 주된 배경이다.
부산건설노조는 2019년 5월 31일 부산 벡스코에서 레미콘지회 발대식을 가졌다. 이후 대법원이 레미콘 운반 개인사업자는 노조법에 따른 노동자가 아니라고 했는데도, 2020년 3월 초에 부산지역 레미콘 제조사를 상대로 단체협약이라는 이유로 협상을 진행했다. 협상이 결렬되자 2020년 5월 부산시청 광장에서 임단협 총파업투쟁 발대식을 가지며 세를 과시했다. 부산건설노조가 부산지역에서 활동하는 건설사들의 목줄을 쥐는 계획이 실행된 출발점이었다.
그런 가운데 2020년 3월 18일 오전 5시경 부전-마산간 복선전철 해저터널 공사현장에서 연약지반에 의한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긴급하게 복구공사를 진행해야만 할 상황이었다. 주야간 레미콘을 사용한 복구가 이뤄져야 했지만, 복구계획은 민노총 부산건설노조에 의해 난관에 봉착했다.
일련의 사건을 나열한 것은 부전-마산간 복선전철 시공사인 A 건설이 부산건설노조와의 관계에서 우월적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 판단할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A 건설사는 당시 7·4제(오전 7시 작업 개시, 오후 4시 작업 종료)에 묶여 야간작업 등 상시 필요한 레미콘을 제때 공급받지 못하는 문제가 야기돼 복구공사가 지연되고 있었다.
7·4제에 의해 야간작업을 할 수 없다는 부산건설노조의 입장은 A 건설사에는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었다. 이에 A 건설사 측은 부산건설노조 지부장과 극비리에 담판을 지었다. 협의 내용은 A 건설사가 노조에 1억 원을 기부하고 노조는 7·4제를 풀어 준다는 조건이었다. 이 같은 사실은 관련 내용 제보자와 건설사 측에서 함께 확인해줬다.
제보자에 따르면 복구사업이 마무리되자 부산건설노조지부장은 간부노조원들에게 “수금하러 간다”고 말한 뒤에 A 건설사를 다시 찾았다. 이후 지부장은 “건설사의 변심에 3000만 원만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얘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A 건설사는 3000만 원을 기부한 것에 대한 정확한 확인은 피했지만, 기부사실은 인정했다. A 건설사 관계자는 “기부한 것은 맞지만 정확한 금액은 말할 수 없다”고 전했다.
기부는 우월적인 입장에서 상대방에 요구할 경우 강요에 해당한다. 특히 기부는 협의에 의해 이뤄지는 게 아니다. 게다가 기부가 당시 레미콘 운송업자의 수고에 대한 대가 지불이라면 설득력이 있지만, A 건설은 운송업자에게 야간수당 등 특별수당을 지불했기에, 3000만 원은 단순한 기부로 볼 사안이 아니라는 게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제보자인 전 부산건설노조 간부는 “3000만 원에 대해 노조원들에게 공개도 하지 않고, 건설사를 탄압하는 용도로 쓰인 방송차 3대를 구입했다. 레미콘사가 지급한 복지기금도 제조사 분회가 받아 부산건설노조 명의로 개설한 국민은행 계좌(565001-01-53****)로 받아왔으며, 송금 받은 복지기금을 회계처리하지 않고 누락했다”고 주장했다.
부산건설노조 관계자는 이 같은 의혹 제기에 대해 “A 건설사가 응급복구 마무리에 따른 노조원들의 수고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부한 것이다. 기부금에 대한 회계도 투명하게 처리했다”며 “부정을 저지른 뒤에 제명된 노조간부가 악의적으로 음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민규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