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사용 등 놓고 민보협과 공동대응…국회인권센터가 적극적 역할 나서야”
국회의원과 보좌진의 관계가 철저한 갑과 을이란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러다 보니 보좌진들을 향한 국회의원 갑질은 빈번하게 발생한다. 하지만 그 실상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해법 논의도 지지부진하다. 뉴스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국회의원 갑질’ 키워드가 포함된 기사를 검색하면 1990년부터 2022년 2월 27일까지 5277건에 달한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보좌진협의회장을 차례로 만나 국회 노동 실태에 대한 전반적인 얘기를 나눠봤다(관련기사 [인터뷰] 이지백 민보협 회장 “보좌진은 의원들의 파트너”).[일요신문] 3월 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제방훈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제 회장은 18대 국회 때 백성운 의원실 인턴으로 시작해 박근혜 정부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행정관과 윤석열 당선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실무위원, 대통령실 행정관 등을 역임했다. 입법과 정책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주요 공약으로 △보좌진 비례대표 1석 확보 등 국회 유리천장 타파 △실력 있는 보좌진 양성 △워라밸 회관 조성 등을 제시하면서 2022년 7월 32대 회장으로 당선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일요신문이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보좌진 갑질 의혹을 보도했다(관련기사 [단독] “취업사기 당했다” 전직 보좌진 폭로 윤상현 의원 갑질 의혹).
“기사 잘 봤다. 어려움을 당하신 분도 보좌진이고, 이를 수습하는 분도 보좌진이다. 보좌진들끼리 시시비비를 가리는 모습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국회 시스템이라는 게 여러 가지 불합리하다. 내부적으로 문제를 언급하더라도 해결책을 찾기도 어렵다. 언론의 감시와 견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제도를 국회인권센터가 적극적으로 마련해주면 좋겠다.”
―국회 보좌진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최대 현안을 하나 꼽는다면.
“근로환경이 과거보다 많이 좋아졌다고 하나 가야 할 길이 멀다. 6급 이하 호봉 인상과 연차 사용은 민주당 보좌진협의회와 공동으로 대응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소통이 많고 공조도 잘 되고 있다. 국회 일정이 깜깜이라 연차를 조율할 수가 없다. 의원, 보좌진, 국회의장도 일정을 알 수가 없다. 여야 모두 드라마틱한 타협과 극적 상봉을 하려고 하면서다. 최소한의 준비를 위해서 3일 전에 검토보고서가 확정돼야 본회의, 상임위 등을 열 수 있다는 시스템을 마련하면 좋겠다.”
―입법부 내 인권 보호를 책임지는 ‘국회인권센터’가 2월 9일 개소 1주년을 맞았다.
“정말 중요한 부분이다. 국회 70년 만에 처음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직장 내 갑질, 직장 내 괴롭힘, 성비위 등의 사회적 문제가 국회에서도 많이 발생한다. 그런데 국회 내에 감사관, 인사과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감사관 주요기능에 이러한 내용을 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인사과는 감사관에서 징계 수위가 결정되면 행정 집행만 한다고 변명한다. 앞으로 국회인권센터가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한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그런데 최근 박숙미 국회인권센터 센터장이 ‘국회의원의 면책 특권을 넘어서서 조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면책 특권은 의원 신분으로서 상임위나, 본회의에서 자유롭게 발언하는 것을 보장해주는 제도다. 사적 영역에서 성희롱성 발언, 갑질 발언, 언어폭력을 했다면 조사를 당연히 해야 한다. 이걸 안 하겠다는 건지 되묻고 싶다. 센터장 자리 하나 만들어주려고 국회인권센터가 출범한 거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 보좌진들이 겪는 문제들에 대해서 전문성 갖고 확인을 거쳐 문제점 지적하고 개선 방안을 내놓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시면 좋겠다.”
―국회인권센터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인권센터가 명확히 기준과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법 개정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시스템이 없이는 현실적으로 유력 국회의원 비위를 명확하게 감시하기 어렵다. 시스템을 공개적으로 구축해야 하고, 그걸 공천에 반영해야 한다. 문제가 있는 의원들 솎아내야 한다. 의원 평판에 대해서 제일 잘 아는 사람이 보좌진들이다. 보좌진을 공천 과정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양당에서는 이런 시스템 마련되는 거 반갑지 않을 수는 있다.”
―보좌진은 주 52시간을 지키기 어렵고, 주말 출근이 빈번하다.
“일부러 주말 10시 사무실에 전화해서 출근 상태 확인하는 의원들도 있다. 예전에는 심각한 문제였다. 특히 추가 근무를 제대로 반영해서 보상하지 않는다. 보좌진도 추가 근무에 대한 수당을 보장받아야 한다. 국회 일정이 정해진 게 없다 보니까 근로실태가 심각하다. 주말에 여야가 합의한다고 하면 관련 의원실 보좌진들이 안 나올 수 없다. 그분들의 워라밸은 누가 이야기할 수 있나. 정치결사체라 어쩔 수 없다고 언제까지 할 거냐. 70년이 지났다. 이제 이런 문제를 검토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부당해고를 당한 보좌진들도 고충을 토로한다.
“의원실 보좌진이 9명이다. 의원이 보좌진이 역할을 못 하고, 기대에 못 미치면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반면 보좌진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서서 워라밸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기본적인 룰이 지켜지지 않아서 발생한다. 부당한 폭언, 공적 업무를 넘어선 요구 등이 대표적이다. 보좌진이라는 특수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부당해고 관련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보좌진 채용과 면직이 외부에 안 알려지고 물밑에서 이뤄지다 보니까, 민간 기업 수준의 제도나 기준이 성립되지 못했다. 개선돼야 한다.”
―근로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유능한 국회 보좌진 인력들이 외부로 유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뼈아픈 지적이다. 연차 사용 못해서 힘들어하는 젊은 보좌진이 많다. 연차 수당 안 받고 휴가를 다 쓰고 싶다고 공공연하게 말하는 보좌진이 많다. 그런데도 국회 제도가 안 바뀌고 있다. 많은 보좌진이 ‘이렇게 살아서 비전이 있나, 어떻게 이렇게 평생 사느냐’라며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런 와중에 국회 영향력이 커지다 보니까 민간에서 보좌진 채용까지 늘어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 젊은 보좌진들이 많이 유출되고 있다. 인사혁신처에도 ‘보좌진들 추세가 국회 근로환경에 대해 힘들어하는 부분이 많고 예전과 다르다.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다’고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의원과 가까운 원외 인사가 보좌진들에게 업무를 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몇몇 의원실에서 사모님(국회의원 부인) 문제랄지, 특정 원외 인사가 개입한다고 한다. 의원 판단에 비중 있게 개입할 수 있는 분들이 적정선을 유지해주면 좋은데, 안 그런 경우가 있다. 그러면 문제가 생긴다.”
―국회 내 갑질, 언어폭력, 성비위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회에서 성비위 관련해서 내놓은 개선책이 인터넷 강의 몇 분씩 보고 오라는 수준이다. 의원과 보좌진 다 모아서 전문가 강의를 듣게 해야 한다. 그래야 경각심도 느낄 수 있고 제도적으로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하는지 깨닫는다. 이건 기본인데, 국회에 기본적인 것도 조성되지 않았다. 국회인권센터 시스템을 제도화하면 좋겠다. 사무처, 의원회관, 도서관 등에서 일하는 국회 직원마다 겪는 고충이 다 다르다. 그래서 갑질과 성비위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이런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 방안 강구하기 위해서 전문가들 모셔 와서 면밀히 살펴보도록 해야 한다.”
―입법보조원 근무실태도 궁금하다.
“무급으로 채용하는 건 문제가 있다. 최소한 교통비는 줘야 하지 않나. 몇몇 의원은 무급으로 채용해도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 개선돼야 한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무급으로 채용할 거면 입법보조원 자체를 없애야 한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싫으면 네가 나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말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국회사무처나 정당 차원에서도 국회의 갑질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는 이유다. 보좌진 갑질 의혹이 나온다고 정당, 국회사무처 등에서 성명서를 내거나 집단행동을 한 적 없지 않나. 보좌진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대통령실 비서실장한테 갑질당했다는 참모들 이야기가 기사로 나오지는 않는다. 정무직 공무원이라서 그렇다. 보좌진과 의원 관계도 마찬가지다. 국회에서 직장 내 갑질에 대한 정의도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관련 내용 자체가 전혀 없다. 보좌진이 정무직이라는 특수성이 있긴 하지만, 직장인으로서 삶도 보장을 받아야 한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