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길호 PD 학폭 이슈로 스튜디오드래곤 주가 하락…임지연·김히어라·차주영 ‘3인방’ 나란히 스타덤에
폭발적인 관심은 넷플릭스 플랫폼 이용자 증가폭에서도 드러난다. 빅데이터 분석(모바일인덱스 집계)에 따르면 ‘더 글로리’ 파트2가 공개된 3월 10일 넷플릭스 앱 이용자는 474만 8605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날인 9일과 비교해 55.6% 급증한 수치로 2020년 5월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기록이다. 실제로 ‘더 글로리’ 파트2가 공개된 직후에는 이용자가 한 번에 몰리면서 한때 넷플릭스 온라인 서비스에 버퍼링 현상까지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잔혹한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주인공 문동은(송혜교 분)이 18년 동안 치밀한 준비 끝에 자신을 무너뜨린 가해자들을 처절하게 응징하는 이야기다. 예민한 사회 이슈인 학폭 소재를 전면에 다룬 데다, 그동안 로맨틱코미디의 대가로 통한 김은숙 작가가 처음 도전한 복수극이란 점에서 주목받았다. 완성작에 대한 반응은 기대를 뛰어넘는다. 자비 없는 복수, 그로 인해 몰락하는 가해자들의 모습에 시청자가 열광하고 있다.
#연출자 학폭 논란은 두고두고 남을 오점
‘더 글로리’의 인기는 작품 안팎에서 다양한 화제를 만들어낸다. 38개국에서 받은 1위 성적표와 학폭 이슈의 확산 등 긍정적인 상황도 있지만, 누구도 예상치 못한 뜻밖의 ‘화제’도 일어나고 있다. 성공의 이면에서 두고두고 남을 오점이란 점에서 더욱 뼈아픈 화제다.
‘더 글로리’ 파트2가 공개되자마자 미주 한인 커뮤니티에는 ‘연출자 안길호 PD로부터 학폭 피해를 입었다’는 내용의 글이 게재됐다. 작성자는 중학생이던 1996년께 필리핀 유학 도중 안길호 PD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던 안 PD가 중학교 2학년인 자신의 동급생과 교제했고, 그 사실을 친구들이 놀리자 안 PD가 여러 명을 데리고 와서 2시간 동안 폭행했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처음엔 사실 무근이라고 선을 그은 안길호 PD는 당시 상황을 증언하는 인물들이 잇따라 언론 인터뷰에 나서자, 3일 만인 12일 대형 로펌을 선임하고 사실을 인정했다. 안 PD는 법무법인 지평을 통해 “순간적으로 감정이 격해져 타인에게 지우지 못할 상처를 줬다”며 “상처받은 분들께 마음속 깊이 용서를 구한다”고 사과했다.
안길호 PD의 학폭 이슈는 ‘더 글로리’의 정체성과 메시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거센 질타를 받고 있다. 당장 안 PD가 사과하고, 추가 피해 증언이 나오지 않고 있어 논란은 잦아드는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가해 사실 자체가 사라지는 건 아닌 만큼 불씨는 남아있다.
이와 함께 드라마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정작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의 주가가 하락하는 사실 역시 관련 업계에서 화제다. 스튜디오드래곤 주가는 13일 하루 만에 5% 넘게 급락해 전일 대비 5.12% 내린 7만 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8% 넘게 하락하기도 했다. 14일에도 3.68% 하락한 7만 23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더 글로리’는 스튜디오드래곤의 100% 자회사 화앤담픽쳐스가 제작한 드라마다. 업계에서는 ‘파트1의 성공 이후 파트2 공개에 따른 재료 소멸’을 주가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지만, 안길호 PD의 학폭 이슈에 따른 엔터 관련주 투자 우려감 확산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고 있다.
#악랄한 연기 ‘빌런 3인방’…송혜교 제친 수혜자들
주연 배우를 압도하는 새로운 스타들이 탄생한 점도 ‘더 글로리’가 만들어내는 화제 가운데 하나다. 주인공 송혜교보다 오히려 주목 받는 배우들은 극 중 인정사정없이 폭력을 일삼은 ‘빌런 3인방’이다. 배우 임지연, 차주영, 김히어라가 그 주인공. 이들은 지울 수 없는 학폭의 상처를 남긴 가해자이자, 성인이 되고도 불법과 악행을 저지르는 구제 불능의 캐릭터를 실감나게 연기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강렬한 캐릭터를 더 강렬한 연기력으로 표현해낸 덕분에 나란히 ‘스타’가 됐다.
특히 ‘더 글로리’를 상징하는 대사 “연진아!”의 주인공 박연진 역의 임지연은 타이틀롤 송혜교를 능가하는 아우라를 뽐내면서 입지를 확고히 다지고 있다. 임지연은 굿데이터가 매주 집계하는 TV‧OTT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부문 조사에서 송혜교를 제치고 3월 2주 차 배우 부문 1위까지 차지했다. 그만큼 ‘더 글로리’에서의 활약이 대중에게 확실하게 각인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송혜교는 ‘더 글로리’ 제작을 이끈 일등공신이지만 워낙 강렬한 ‘빌런 3인방’의 활약으로 인해 평가가 뒤로 밀린 모양새다.
‘스튜어디스 혜정이’를 연기한 차주영, ‘약 빠는 화가’ 이사라를 연기한 김히어라 역시 탄탄대로다. 탁월한 연기력을 인정받은 덕분에 인지도도 급상승했다. 일찌감치 차기작의 주연으로 합류해 활발한 연기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차주영은 3월 25일 시작하는 KBS 2TV 주말드라마 ‘진짜가 나타났다’에서 데뷔 후 첫 주연 자리를 차지했다. 가족의 성장기를 다룬 이야기인 만큼 ‘더 글로리’와는 전혀 다른 얼굴로 시청자와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김히어라는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이어간다. 하반기 방송 예정인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2’에서 초자연적인 힘을 지닌 악귀 역을 맡아 촬영에 한창이다. 임지연 역시 SBS ‘국민사형투표’, tvN ‘마당이 있는 집’ 등을 연이어 내놓는다. ‘더 글로리’의 최대 수혜자다운 행보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