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 결합·신나는 축제…“이런 대회는 없었다”
▲ 미래의 프로기사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에서 열린 유단부 결승전. 충암초5 박상진 어린이(오른쪽)가 행당초6 백현우 어린이에게 불계승을 거뒀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 일반부 결승전 진성초6 이한결 어린이(왼쪽)와 화랑초6 권신엽 어린이의 대국 장면.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 유단부 단체전 결승전.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 문도원 2단. |
▲ 서봉수 9단이 다면기 지도대국을 하는 모습. |
▲ 신상철 일요신문 대표가 대회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 해설을 맡은 이민진 7단. |
특히 이번 대회는 국내 최초로 온·오프라인 방식을 도입한 전국 어린이 대회라는 점에서 바둑계는 물론 온라인 바둑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5월 12일에 한국기원에서 치러진 본선대회에는 서봉수 9단과 문도원 2단이 학부모와 어린 꿈나무들을 대상으로 지도대국 및 다면기(한 사람이 여러 사람을 대상으로 동시에 대국) 이벤트를 갖는 등 풍성한 볼거리와 진기록을 쏟아냈다. 기존 바둑대회와 달리 바둑 꿈나무들과 학부모, 프로기사들이 한데 어우러진 그야말로 ‘축제의 장’을 연출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제1회 일요신문배 전국 어린이 바둑대회’는 <일요신문> 창간 20주년을 맞아 기획한 장기 프로젝트였다. 이번 대회는 <일요신문>과 동양온라인(주)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사)대한바둑협회와 한국초등바둑연맹이 주관사로 참여했다. 또한 국민체육진흥공단과 스포츠토토는 대회 후원을 맡았다.
이번 대회는 지난 2월 초 대회 모집공고를 시작으로 5월 19일 유단부 결승까지 약 4개월 동안 진행됐다. 3월 5일부터 31일까지 참가신청을 받은 결과 전국적으로 모두 500여 명의 바둑 꿈나무들이 신청서를 접수했다. 지역 예선을 위해 서울권과 경인권, 서부권(호남 충청 제주)과 동부권(영남 강원) 4개 권역으로 나눠 참가 접수를 받았다.
권역별 온라인 예선전은 4월 9일부터 27일까지 온라인 바둑전문 사이트인 <타이젬>에서 치러졌다. <타이젬>은 <일요신문>과 함께 이번 대회를 공동으로 주최한 동양온라인(주)가 운영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바둑전문 사이트다.
온라인 지역 예선을 통해 유단부와 일반부 각 20강이 결정됐고, 40강 본선전은 5월 12일 한국기원 대회장에서 열렸다. 이날 본선전에는 주최 측 대표인 <일요신문> 신상철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 강준열 대한바둑협회 상임이사와 바둑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또한 서봉수 9단과 문도원 2단은 각각 심판위원장과 심판위원으로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본선전 종목은 일반부와 유단부 개인전, 그리고 유단부 단체전 등 모두 3개 부분으로 치러졌다. 일반부에서는 동부권역 예선을 통과한 진성초교 6학년 이한결 학생이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이한결 학생은 본선에 오른 진출자들의 예선전 대국을 하나하나 복기하며 철저하게 상대를 파악했다고 한다.
유단부 개인전은 치열한 리그전을 통해 서울권역에서 3명, 경인권역에서 1명이 최종 4강에 진출했다. 4강전에선 행당초교 6학년 백현우 학생이 연가초교 6학년 김승원 학생에게 한 집 반 차이로 짜릿하게 승리해 결승에 올랐고, 충암초교 5학년 박상진 학생은 신기초교 5학년 정우진 학생을 상대로 불계승을 거두고 결승에 진출했다.
유단부 단체전에서는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서울팀이 1회전에서 탈락하는 이변을 연출하는 등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가 펼쳐졌다. 경인팀은 유단부 개인전 4강 진출자가 3명이나 포진한 서울팀을 맞아 4:1로 완승을 거뒀다. 동부팀 또한 서부팀을 상대로 4:1로 완승을 거두고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전은 박빙의 승부가 예상됐지만 예상외로 경인팀이 동부팀을 5:0으로 완파하고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유단부 최종 결승전은 5월 19일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진행됐고, 녹화방송은 5월 24일(목) 오후 5시에 바둑TV 채널을 통해 방송된다. 이민진 7단의 해설로 치러진 이날 결승대국에서 박상진 학생(충암초교 5년)은 백현우 학생(행당초교 6년)을 치열한 접전 끝에 불계승을 거두고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감격스런 우승을 차지한 박상진 학생은 “우승까지 할 줄은 몰랐는데 정말 기쁘다. 내년에 6학년에 올라가는 만큼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한번 일요신문이 주최하는 대회에 참석하고 싶다”라는 우승소감을 밝혔다.
아쉽게 준우승에 머문 백현우 학생은 “TV 중계로 하는 대국이 처음이라 조금 긴장했던 것 같다. 좋은 경험을 했다. 더욱 열심히 노력해서 반드시 프로기사가 되겠다”라며 당찬 포부를 피력했다.
해설을 맡은 이민진 7단은 “유단부 결승에 진출한 두 선수 모두 기량이 탁월했다. 프로기사들에게도 2점만 놓으면 충분히 버틸 수 있는 실력이었다. TV 중계인데도 침착하게 대국을 치른 것 같다. 프로기사가 될 수 있는 기량과 가능성이 충분한 만큼 더욱 노력해서 꿈을 이루기를 기대한다”라며 이번 대회 결승진출자들의 실력을 칭찬했다.
5월 19일 유단부 결승전을 끝으로 막을 내린 ‘제1회 일요신문배 전국 어린이 바둑대회’는 대회 방식이나 규모, 진행 방식 등에서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이번 대회는 국내 최초로 온라인 지역예선과 오프라인 본선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 성황리에 대회를 마쳤다는 점에서 바둑계와 온라인 바둑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전국적으로 500여 명이 참가한 대회 규모와 2000만 원이 지급된 장학금 액수 또한 기록으로 남게 됐다.
본선전 진행 방식을 풀리그전과 단체전을 도입해 참여 학생들에게 좋은 경험과 다양한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바둑계와 학부모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문도원 2단은 “이번 대회에 참석한 학생들의 실력이 무척 뛰어난 것 같다. 몇몇 유단부 학생들은 곧바로 문하생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어떤 대회와 비교해도 실력이나 규모면에서 전혀 손색이 없다”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대회는 대회에 참여한 바둑 꿈나무들 뿐만 아니라 학부모와 바둑 관계자들이 한데 어우러진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12일 본선 대국장에서는 서봉수 9단과 문도원 2단이 대회에 참석한 학부모들과 바둑 꿈나무들을 위해 지도대국과 다면기 이벤트를 갖는 등 풍성한 볼거리와 흥미를 제공했다.
대회를 주최한 <일요신문> 신상철 사장은 “대회를 처음 개최하다보니 미진한 부분과 아쉬운 점도 없지 않았다”며 “내년에는 더욱 많은 어린이들과 학부모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를 더욱 철저히 해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바둑대회로 정착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
유단부 결승전 ●박상진(충암초5) ○백현우(행당초6)
흑 두터움으로 ‘대마사냥’
제1회 일요신문배 전국 어린이 바둑대회 우승자는 박상진(충암초교 5년)으로 결정됐다. 흑을 쥔 박상진은 백현우 (행당초교 6년)를 맞아 127수 만에 대마를 잡고 불계승으로 우승했다(제한시간 각 20분, 20초 초읽기 3회).
<장면> 우하귀 정석이 끝나면서 국면은 백의 실리와 흑의 두터움으로 갈라서고 있다. 백은 집을 벌었고 흑은 빵때림과 선수를 얻었다. 흑으로서 작전의 일관성을 생각한다면 흑A로 품을 넓혀 가는 것이 제일감. 그러나 박 군은 망설임 없이 우상변 백진에 1로 뛰어들었다. 백2로 누르고 흑3으로 끼웠을 때, 백4쪽에서 끊고 6으로 밀어 간 것이 일단은 강수였는데…. 백6으로 B에 이으면 흑C로 몰아 백2 한 점을 축으로 잡고, 백6으로 D쪽에서 몰면 흑은 B에서 되단수치고, 흑E로 백6의 돌을 축으로 잡는다. 좌하귀 쪽에 백가 있어도 축이다.
<1도> 흑1, 3이 <장면> 백6에 대해 준비하고 있던 수. 백은 좌우의 축이 모두 불리해 뾰족한 반격 수단이 보이지 않는다. 백4로 잡을 때 흑5에서 7로 백8을 유도해 흑9로 잇고 백10에 흑11로 이단젖힌다. 통렬한 추궁이다. 계속해서….
<2도> 백1로 끊어 잡는 것은 정말 내키지 않는 일. 흑2, 4의 회돌이가 아프기 그지없다. 흑6도 정확한 조이기. 흑10까지 이쪽은 흑의 철벽이 되었다. 백11. 해설자 이민진 7단이 “황망한 중에도 이런 수를 두는 것을 보니 역시 결승까지 올라올 수 있는 실력”이라고 칭찬한 수. 흑의 사방이 굉장히 두터워 위험한 느낌은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걸 따질 계제가 아니다.
<3도> 흑1은 절대. 이제 백가 살아만 간다면 그래도 긴 승부가 될 수 있었건만, 백2가 그만 너무 깊었다. 흑7을 맞는 순간 백 두 점의 퇴로가 막혔다. 안에서 도생하는 길도 보이지 않는다. 백10에는 흑11로 더 나갈 수가 없다. 흑11 이후 백은 안에서 좌충우돌, 용전분투했지만, 결국은 대마가 잡혔고, 바둑은 단명국으로 끝나고 말았다.
<장면>에서 흑3으로 끼웠을 때 이민진 7단은 <4도>를 예상하고 있었다. 백1, 3으로 막아 7까지 절충하는 정도면 무난하다는 것. 또 <3도> 백2로는….
<5도> 백1처럼 빨리 가볍게 위로 달아나야 했다. 흑2면 A의 탈출로를 남긴 채 이제는 백3으로 뿌리를 내리자고 버티는 수도 생각할 수 있었다.
이광구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