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콘텐츠 등 신사업 투자 부담에 본업인 게임 성과도 미미…컴투스 “올해 실적 본격화 기대”
#상장 이후 첫 적자 기록한 컴투스
컴투스는 지난 3월 15일 송재준·이주환 각자대표 체제에서 이주환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송재준 사장은 사장 직급을 유지한 채 GCIO직을 맡을 예정이다. 게임업계 일각에서는 송재준 사장이 대표직을 내려놓은 것에 대해 ‘문책성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송 사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메타버스, 블록체인 등의 사업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며 컴투스가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컴투스는 해당 평가를 부정했다. 컴투스 관계자는 “회사 경영은 이주환 대표가 주도하고 송재준 사장은 글로벌 투자를 통한 해외 시장 확대 및 신규 사업에 집중하는, 최고경영진의 역할 분담 차원에서 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출만 놓고 보면 컴투스는 한 단계 올라섰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컴투스의 매출은 2021년 5587억 원에서 2022년 7174억 원으로 28.4% 증가했다. 이는 창사 이래 최대치다. 특히 지난해 4분기 매출은 2045억 원으로 분기 기준 처음으로 2000억 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외형 성장이 이익 확대로 돌아오지는 않았다. 컴투스는 지난해 166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상장 이후 첫 영업손실이다. 특히 4분기 영업손실이 194억 원에 달해 연간 영업손실을 넘어섰다. 컴투스그룹 핵심 계열사인 컴투스의 실적이 부진하면서 지주사인 컴투스홀딩스도 적자전환을 피할 수 없었다.
컴투스의 적자 원인은 게임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신사업 투자 부담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컴투스가 지난해 8월 출시한 대표 IP ‘서머너즈워’ 시리즈인 ‘서머너즈워: 백년전쟁(2021년 출시)’과 ‘서머너즈워: 크로니클(2022년 출시)’이 기대치를 밑도는 성적표를 받았다. 연이은 흥행 부진에 서머너즈워 IP에 손상이 갔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작 출시로 인해 컴투스의 4분기 마케팅비가 전년 대비 72.5%, 로열티가 87.4% 늘어난 점도 부담이 됐다. 인건비도 28.9% 늘어나 부담을 더했다.
송재준 사장이 추진한 메타버스·블록체인 사업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컴투스는 지난해 4월 ‘컴투버스’를 설립하고 글로벌 최대 메타버스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컴투버스는 현재까지도 그 실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또 컴투스의 코인 ‘엑스플라(옛 C2X)’는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 FTX에서 첫 상장하며 기세를 올렸지만 이내 FTX 파산 사태를 만났다.
컴투스는 2021년 위지윅스튜디오를 인수하면서 콘텐츠 사업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위지윅스튜디오가 제작한 ‘재벌집 막내아들’은 큰 인기를 끌었지만 정작 회사는 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재벌집 막내아들’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위지윅스튜디오를 비롯한 (컴투스의) 자회사 총 적자가 279억 원에 달해 추가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며 “2022년 3분기 말 기준 컴투스 연결 자회사 중 3개를 제외한 모든 회사의 자본이 감소하거나 자본잠식됐고 2023년에도 메타버스·콘텐츠 자회사 대부분이 큰 반전을 기대하기 어려워 영업권 손상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컴투스그룹의 전체적인 재무 상태도 악화됐다. 컴투스홀딩스의 자본총액은 2021년 말 3757억 원에서 2022년 말 3014억 원으로 줄었고, 같은 기간 부채총액은 1995억 원에서 3033억 원으로 1000억 원 이상 늘어났다. 금리 인상기에 부채가 늘어 컴투스로서는 부담이 더욱 커진 셈이다.
#절실한 신작 게임 성공
증권가는 앞다퉈 컴투스홀딩스와 컴투스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2월 컴투스의 목표주가를 9만 4000원에서 7만 7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SK증권도 최근 컴투스홀딩스 목표주가를 6만 3000원에서 4만 3000원으로 내렸다. 이소중 SK증권 연구원은 “컴투스와 코인원 동반 실적 악화가 발목을 잡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며 “코인원은 가상화폐 시장 침체, 컴투스는 미디어 콘텐츠 자회사 비용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컴투스그룹은 컴투스홀딩스와 컴투스플러스를 통해 코인원 지분 38.43%를 갖고 있다.
메타버스·블록체인·콘텐츠 등 신사업에서 당장 성과를 기대하기는 힘든 만큼 컴투스 입장에서는 본업인 게임업에서의 분위기 반전이 필요하다. 컴투스는 2024년까지 12종의 신작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컴투스는 3월 9일 ‘서머너즈워: 크로니클’을 170개 국가에 확대 출시했다. 컴투스는 ‘서머너즈워: 크로니클’이 일주일간 매출 10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컴투스는 오는 2분기 중 ‘제노니아: 크로노브레이크’를 출시할 예정이다. 컴투스홀딩스는 2008년 ‘제노니아’ 시리즈를 선보이며 총 6300만 명의 이용자를 모았다. 컴투스홀딩스의 대표 IP 중 하나인 셈이다. 그러나 앞선 신작들의 부진 탓에 기대치는 높지 않다. 이지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서머너즈워: 크로니클’ 흥행 부진으로 실적 기여가 미미하고, 2023년 10여 종의 신작을 출시할 예정이지만 그동안 신작들의 성공률이 낮아져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앞서의 컴투스 관계자는 “게임 사업 부문은 안정적인 흑자 기조를 유지했고, 새로운 성장 동력 구축을 위한 메타버스 및 미디어 콘텐츠 분야 등 신사업에 대한 적극적 투자 확대로 비용이 증가하며 연결 기준 이익은 감소했다”며 “올해 다수의 글로벌 신작을 필두로 한 게임 사업과 신규 사업 부문의 실적 본격화를 통해 연 매출 1조 원을 달성하고, 10% 이상의 이익률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의 연간 매출 목표 1000억 원 중 10%를 일주일 만에 달성하며 성공적 서비스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미디어 콘텐츠 분야 역시 지난해 ‘재벌집 막내아들’ ‘신병’ 등의 성공으로 그 역량을 입증한 만큼 올해 다양한 신작을 통해 더 큰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