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여성, 사실혼 파기뿐 아니라 허위사실로 인한 명예훼손 주장…남성 “상당 부분 사실과 많이 다르다”
#임신 뒤 결혼 약속했지만…
지난해 3월 A 씨와 B 씨는 민주당 청년정치인모임 G 모임에서 만났다. 이후 연락을 주고받진 않았다. 그해 8월 민주당 서울시당위원장 선거를 치를 때 재회했고, 가까운 사이로 발전했다. 그해 9월 초 둘은 동의하에 성관계를 맺었다.
B 씨는 “A 씨가 성관계 직전 요청하지도 않은 렌즈세정액을 사러 편의점에 다녀온다고 했다. 당연히 콘돔을 구매해 와서 관계 시 착용했을 것이라고 착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다음날 배란일 테스트를 해본 결과 가임기였고, 곧바로 A 씨를 찾아가서 피임 여부를 따져 물었다. A 씨는 ‘질외사정을 해서 괜찮다’면서 피임을 하지 못한 일에 대한 잘못을 인정했다”고 했다.
지난해 9월 중순 B 씨는 테스트기를 통해 임신 사실을 확인한 뒤 A 씨를 만나 의견을 조율했다. 당시 B 씨는 출산을 원했다고 한다. 그러자 A 씨가 임신중절(낙태)을 제안하면서 아이를 낳더라도 양육비를 지급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 B 씨 주장이다.
이후 A 씨는 천주교 신자로서 낙태를 선택할 순 없다며 B 씨와 결혼하지 않은 채 본인 혼자 아이를 키우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B 씨는 결혼해서 같이 아이를 키우자고 했다.
B 씨에 따르면 A 씨와 B 씨는 결혼과 양육권을 두고 다퉜다. 그 과정에서 10월 초 병원에서 초음파 검사를 받아 임신 사실을 재확인했다. 10월 말부터 A 씨 집에서 둘은 동거를 시작했다. 하지만 갈등은 계속됐고 B 씨는 11월 중순 공황장애 진단을 받기도 했다.
B 씨는 “공황장애 진단을 받은 뒤 심경 변화가 있었다. A 씨에게 임신중절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A 씨가 ‘아이를 낳은 뒤 결혼하자’며 혼인을 빙자해 출산을 종용했다. 임신 약 2개월 만에 결혼 약속을 하게 됐다”며 “지난해 11월 말부터 올해 2월 4일까지 함께 결혼을 준비했다. 서로 양가에 찾아 뵙고 인사를 드렸다. 웨딩 촬영도 마쳤다. 출산 예정일을 고려해서 오는 9~10월 가을쯤 식을 올릴 계획이었다. 둘 다 민주당에서 일하고 있는 만큼 겹치는 지인 및 직장 동료들에게 그동안 임신 사실과 결혼 계획을 말해왔다”고 주장했다.
#사산 뒤 일방적으로 내쫓아
지난 2월 5일 B 씨는 가족들과 미용실을 들른 뒤 식당으로 이동했다. B 씨가 식당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조기양막파열이 발생했다. 흘러내리는 양수의 양이 많았고 진통도 극심한 상태였다고 한다. 다행히 동승자인 외삼촌과 사촌 언니가 의사였고, B 씨는 그들 보호하에 병원으로 향했다. 사촌언니는 미혼인 B 씨에게 사산 관련 의료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 응급실 대신 지인이 운영하는 개인 병원을 택했다고 한다.
B 씨는 “가족들은 A 씨가 그동안 해온 일들로 보아 아이가 잘못되면 결혼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출산기록을 남기는 것은 미혼녀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서 응급실 대신 지인 병원으로 가서 사산하게 됐다”며 “당시 A 씨에게 사산을 하게 된 과정을 소상히 설명했다. A 씨도 그동안 본인의 과오가 있었기에 이를 수긍했고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저에게 미안해 했다”고 주장했다.
사산한 지 일주일 뒤인 2월 12일 A 씨의 어머니, 누나, 이모가 동거하고 있던 A 씨 집으로 찾아왔다. 그들은 A 씨와 3개월간 동거하며 결혼을 준비해온 B 씨를 일방적으로 내쫓았다. A 씨도 사산 이후 착용해야 하는 기저귀, 허리보호대, 손목보호대 등을 종이 가방에 담아주면서 B 씨를 친정집으로 가라고 했다고 한다.
B 씨는 “A 씨 가족들은 제게 어머니한테 전화해서 친정으로 가겠다고 하라고 강요했다. 울면서 어머니와 통화하고 있는데, 전화를 뺏어서는 ‘다신 B 씨와 엮일 일 없고, 자식을 왜 그렇게 키웠냐’며 소리를 쳤다”며 “특히 A 씨 가족들은 ‘의원실 비서가 아니라 술집여자 아니냐. (둘이) 어디서 만났는지 바른대로 말해라. A 씨 돈 뜯으려고 접근한 것 아니냐.당신 엄마도 친엄마 아니고 새엄마거나 엄마 역할 대행으로 고용한 사람이지’라고 허위사실로 저와 가족들을 비난했다. 금전적으로 A 씨한테 지원받은 게 전혀 없다. 저희 어머님은 임대업을 하신다. 객관적으로만 봐도 저희 집이 더 부유하다. 신혼집을 저희 어머님 명의로 된 곳으로 할지까지 논의 중이었다”고 했다.
2월 12일 A 씨는 친구이자 G 모임 회원인 이 아무개 씨를 집으로 불렀다. 이 씨는 일요신문에 “집에 도착해보니 A 씨는 전에 본 적 없는 매우 불안한 모습이었다. B 씨와 결혼 준비를 하며 잘 지내는 줄로 알았기 때문에 놀랐다. A 씨는 제게 최근 둘 사이에 있었던 일, 그날 있었던 일을 설명해줬다. A 씨 가족들이 갑작스럽게 집에 찾아갔고, B 씨가 원치 않게 집에서 쫓겨났다고 했다”며 “A 씨 가족들은 제게 B 씨에 대해 ‘정체를 알 수 없는 애, 무서운 애’라는 취지로 부정적으로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그는 “A 씨 가족들이 무언가 단단히 오해하고 있었다. 제가 ‘B 씨를 직접 안다. 생각하시는 것처럼 이상한 사람이 아니고 평범하고 괜찮은 사람이다’라는 취지로 반론을 했다. 가족분들을 설득해 오해를 풀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A 씨 가족들이 상당히 감정적으로 격앙돼 있었고, 이미 형성된 부정적 인식이 아주 강하게 자리 잡은 상황이어서 설득이 되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 걱정이 많이 됐던 날”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명예훼손에 2차 가해 논란까지
2월 13일 A 씨는 용달업체를 불러 B 씨 짐을 B 씨의 친정집으로 보냈다. 그러고선 B 씨에게 “나도 혼란스러워 서울을 떠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실제 A 씨는 휴대폰 번호를 변경했고, 민주당 서울시당에 3주 가까이 출근을 안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서울시당위원장인 김영호 의원은 “A 씨가 연차를 사용한 것으로 처리된 것으로 안다. 행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2월 15일 B 씨 가족은 A 씨 가족들이 제기한 허위사실 관련한 해명을 전달했다. A 씨 가족들은 해명을 읽고선 회신하지 않았다. 이에 B 씨 가족들은 A 씨 가족들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자 2월 26일 A 씨 가족들은 “해악의 고지에 의해 정신적 충격을 받아 변호사를 선임했다”며 반박했다.
B 씨에 따르면 A 씨는 3월 초부터 민주당 서울시당에 출근을 재개하면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다녔다. A 씨 가족들이 B 씨를 쫓아내면서 제기했던 허위사실을 골자로 한다. A 씨가 지인 및 동료들에게 ‘B 씨가 사산했는데 의료기록을 공개하지 않는다. 무언가 수상하다. B 씨의 엄마가 새엄마이거나 역할 대행으로 고용한 사람’이라는 취지로 말하고 다녔다는 것이 B 씨 주장이다.
B 씨는 “양막파열 당시 입은 옷을 아직 세탁하지 않아 성분감식이 가능하다. A 씨로부터 쫓겨난 이후 송사를 대비해서 산부인과에 출산확인서 발급가능 여부를 확인해 둔 상황”이라며 “양막파열 발생부터 사산까지 약 7시간 소요됐고, 7시간 전후로는 모두 A 씨와 함께 있었다. 임신 24주 반에 인공유산을 할 경우 최소 2일 전부터 유도분만제를 맞아야 가능하다. 즉 일부러 낙태를 했다는 A 씨의 주장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B 씨는 김영호 의원과 G 모임 공동운영위원장이 2차 가해를 했다고도 주장했다. B 씨는 “김 의원이 ‘A 씨만 불쌍하다. 출마를 준비했다는 사람이 왜 언론에 제보하고 다니냐’라며 B 씨를 질타했다는 사실을 측근들로부터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영호 의원은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결혼하지 않은 내막에 대해선 잘 모른다. 제게 물어보지 않는 것이 좋겠다. 두 분 모두에게 아픈 이야기다”라고 말했다.
2월 28일 G 모임 위원장은 B 씨를 만나 “당신 가족들의 사과 요구가 지나치다. 거의 범죄 아니냐. 오죽하면 A 씨가 변호사를 선임했겠나”라며 “(친엄마 논란에 대해) 요즘 역할 대행으로 엄마를 구하는 경우가 흔하다. A 씨 가족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임신하고 결혼을 약속했다고 하더라도 돈만 있으면 작정하고 평생 역할 대행을 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G 모임 위원장은 일요신문에 “B 씨께서 마음이 상하신 것은 사실이시기에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A 씨는 “상당 부분 사실이 왜곡되거나 사실과 많이 다르다. 그 누구에게도 이러한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이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제 동의나 허락 없이 개인의 사생활이 보도되거나 알려지는 경우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에 대해 추선희 법무법인 한일 변호사는 “A 씨와 B 씨는 임신을 계기로 결혼에 대해 논의하며 결혼을 전제로 준비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B 씨의 사산 이후 A 씨와 그 가족들이 B 씨 사산 외의 다른 이유 없이, B 씨와의 결혼을 파투 낸 것”이라며 “결혼 준비 과정이 혼인할 것으로 약속한 정도의 약혼으로 판단되는 경우, B 씨는 A 씨의 과실로 인해 약혼을 해제(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통보)한 것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민법 제806조 약혼해제 손해배상 근거)”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추선희 변호사는 “A 씨와 B 씨의 동거가 사실혼(혼인의 의사가 합치된 상황에서 경제적, 육체적 관계 등을 포함한 부부 공동생활을 하는 것을 뜻함) 정도로 판단되는 경우 A 씨의 사실혼 부당파기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민법 제750조, 제751조 불법행위 손해배상 일반규정 근거)”고 말했다.
허위사실 명예훼손 관련해서는 형사상 청구도 가능하다. 추 변호사는 “A 씨가 현재 B 씨와 같은 민주당을 직장으로 다니면서 B 씨에 대해 사실과 다른 사실을 공연히 제삼자에게 말하고 다녔기 때문에 이는 명예훼손이 성립한다(형법 제307조)”며 “형사 고소하는 경우 실무상 100만~300만 원의 벌금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물론 민사상의 손해배상청구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