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당원과의 만남을 통해 본인의 현재 심경과 당 대표로서의 앞으로의 행보를 간접적으로 암시하고, 공천 TF를 비명계 위주로 꾸림으로써, 비명 의원들의 우려를 해소하려는 행보라는 것이다.
이런 행보로 미루어 짐작건대, 이재명 대표는 현재의 친명 비명 간의 갈등의 근본 원인을, 비명계 의원들의 공천 탈락에 대한 두려움에 있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 이 대표의 이런 인식은 크게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비명계 의원들의 공천에 대한 우려를 공천 TF가 해소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 이유를 정리하면 이렇다.
첫째, 해당 TF가 비명계 위주로 꾸려졌다고 하더라도, 이 TF 권한은 제한적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결정 권한이 없는 TF가 비명계 의원들의 우려를 해소할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만일 비명계 의원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키는 것이 목적이라면 당직 개편을 통해 비명계를 사무총장으로 임명하면 되겠지만, 이럴 가능성도 거의 없어 보인다.
사무총장은 공천에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만일 이재명 대표가 기소될 경우 당내에서 이 문제를 판단하고 다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직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재명 대표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신임하는 인물이 사무총장을 계속 맡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한마디로 이 대표가 사무총장을 바꿀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둘째, 이 TF에 따르면 공천 룰에 대한 논의는 21대 총선을 기준으로 하되, 당 혁신위 안도 일부 참고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당 혁신위는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하도록 한 당헌 80조 삭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런 논의의 가장 큰 혜택은 이재명 대표가 입을 수밖에 없다. 당 혁신위가 친명적 성향이 강하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당 혁신위의 안을 참고할 경우 상황에 따라 상당한 잡음이 일 수도 있다. 아울러 비명계 의구심과 불만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결론적으로 비명계 위주의 TF가 비명계의 목소리를 잦아들게 만들지는 의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공천을 받는 게 곧 당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이상, 의원들은 공천에 대한 불안을 넘어 당선에 대한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는 점 역시 문제다. 현재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 가지고는 총선 승리를 장담하기는 힘들다.
3월 16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3월 13일부터 15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 조사,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17.4%,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국민의힘은 2주 전 대비 5%포인트(p) 하락해 34%의 지지율을 보였고, 민주당은 3%p 올라 30%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3월 17일 발표된 한국갤럽 정례 여론조사(3월 14일부터 16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 응답률 9.0%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4%p 빠져 34%, 민주당은 지난주보다 1%p 올라 33%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 두 조사 결과에 공통점이 있다.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하락하고 민주당의 지지율은 상승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 지지율을 앞서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69시간 노동 문제를 비롯한 악재가 국민의힘을 둘러싸고 있음에도 민주당이 반사 이익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민주당이 반사 이익을 챙기지 못하는 이유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민주당의 대응 방식, 그리고 여기서 파생되는 친명과 비명 사이의 갈등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니 민주당 의원들의 우려는 사라지기 힘들다. 이런 우려를 씻을 수 있는 방법은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이 실현될지는 의문이다. 현재 민주당의 딜레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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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