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 또 올리고 예금자 보호 관련 말 바꾸기…국내 부동산 PF 부실화 땐 예금 인출 사태 가능성
3월 23일(현지시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에도 불구하고 소폭 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시장 기대에 부합하는 수준이었다. 이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지만 동시에 “은행 불안이 계속되면 기준금리를 더 올리지 못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연준 발표 이후 뉴욕증시는 상승세로 반응했다.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을 하면서 오르던 증시에 찬물을 끼얹은 장본인은 쟤닛 옐런 재무부 장관이다. 연준 기자회견과 같은 시간 상원청문회에서 옐런 장관은 “모든 은행의 예금보호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일 미국은행연합회(ABA) 연설에서 “중소 은행이 위험에 노출되면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발언한 것과 그 결이 달랐다. SVB 파산 사태 이후 바이든 행정부는 은행 예금인출 사태를 막기 위해 한시적인 무제한 예금보호를 검토해왔다. 옐런의 이날 발언은 정부의 검토 결과인 셈이다. 이후 뉴욕증시는 하락 반전한다. 특히 은행주는 급락한다.
연준과 정부가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미국의 중소형 은행들은 급하게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해야 할 처지가 됐다. 손실을 보더라도 예금인출에 대비해 보유현금을 늘리고 위험관리를 위해 대출은 더 깐깐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예금이자를 높여서 고객을 잡아 두려면 대출금리를 더 높일 필요도 있다. 연준의 금리 인상폭보다 실제 은행 금리는 더 오를 가능성이다. 실물경제에는 부담이다. 지역 경제와 관련이 깊은 중소형 지방은행이 돈줄을 조이면 임금과 고용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임금 상승과 고용 증가세에 제동이 걸리면 연준도 금리인상을 지속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다음 연준의 금리결정 회의는 5월 2~3일이다. 금리인상이 중단되는 것은 시장에 긍정적이지만 그 새 미국 은행에 큰 일이 없어야 한다.
한국은행도 4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내리기 어렵게 됐다.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3.5%)를 밑돌고 있지만 긴축을 풀면 환율이 불안해질 수 있다. 긴축을 풀지 않으면 무거운 이자 부담으로 경기침체를 피하기 어렵다. 특히 자산가격 하락 위험이 커진다. 미국 은행은 그래도 연준이 되살 수 있는 국채가격 하락으로 인한 위기다. 국내 금융회사들은 거래가 쉽지 않은 부동산 PF 자산을 잔뜩 안고 있다. 자산가격 하락으로 부동산 PF가 부실화되면 미국과 같은 예금 이탈 사태가 국내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 조짐도 분명하다.
3월 23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금융안정상황’ 자료를 보면 미분양주택은 지난 1월 7만 5000호로 2년 전보다 5배 증가했다. 집이 안 팔리면 건설업에는 돈이 돌지 않는다. 지난해 1~3분기 중 상장 건설사 72곳의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을 이자 등 금융비용으로 나눈 값)은 3배로 2년 전 6.5배 대비 반토막이 더 났다. 통상 건설사는 시행사가 부동산 PF 추진 시 일으킨 빚에 대해 보증을 선다. 사업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면 건설사가 갚아야 한다. 돈을 갚지 못하면 돈을 빌려준 금융사의 연쇄부실로 이어지게 된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새마을금고를 제외한 보험·증권·여신사·저축은행·상호금융 등 비은행권 전체의 부동산 PF 익스포저 규모는 115조 5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PF대출 연체율은 여신사가 2021년 말 0.5%에서 지난해 9월 1.1%로 두 배 이상 상승했으며, 저축은행은 1.2%에서 2.4%, 증권사는 3.7%에서 8.2%로 각각 뛰었다.
특히 심각한 곳이 새마을금고다. 건설·부동산업 대출 잔액이 2019년 27조 2000억 원, 2020년 38조 원, 2021년 46조 4000억 원, 지난해 56조 원까지 가파르게 불어났다. 연체율은 2019년 2.49%, 2020년 3.49%, 2021년 4.08%, 2022년 7.67%로 상승하다 올해 1월 말 9.23%까지 올라섰다. 새마을금고는 부동산 PF 부실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이르면 4월 중 '대주단 협의체'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중앙회와 약 1300개 지역금고가 대부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부동산PF 사업장별 위험이 드러날 수 있다.
증시 전망도 어둡다. 지난해 55조 원이 넘었던 삼성전자의 올해 순이익 전망은 13조 원이다. 지난해 2조 원 이상 흑자를 냈던 SK하이닉스도 올해는 8조 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된다. 코스피에서 50조 원 이상의 이익이 쪼그라드는 셈이다.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의 60% 이상이 중국인데 방역 봉쇄가 풀리니 이번에는 미국의 기술 봉쇄에 가로막혔다. 올해를 넘겨도 내년부터 매출을 사실상 줄여야 한다. 이익 성장이 쉽지 않다. 금리가 높아 기업가치를 후하게 쳐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익까지 줄어들면 주가가 오르기 어렵다. 2차전지도 가격경쟁이 붙었다. 대외 환경도 증시도 경제도 실물경제도 그 어디도 투자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띤 곳이 없다.
내 예금은 안전할까? 새마을금고 예금주 체크포인트
새마을금고 부실우려가 커지면서 예금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은행보다 높은 이자를 주기 위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출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단위금고가 부실화되면 중앙회 적립기금으로 1인당 5000만 원까지만 예금(원리금)을 보장해준다.
예금 인출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새마을금고 중앙회 홈페이지에서 단위금고의 경영 상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3월 23일 현재 2022년 6월 말 기준 재무제표까지만 공시돼 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부동산 시장 침체가 더 깊어지고 회사채 시장의 자금 경색도 겪은 만큼 연간으로는 수치가 더 악화됐을 가능성이 크다. 연간 재무제표는 3월 말 또는 4월 초에 공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회사 재무제표를 살필 때는 손익보다 자산 건전성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 이익이 늘었더라도 기업대출 자산에서 부실이 발생하면 한꺼번에 큰 손실을 떠안아야 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관련 대출 자산이 얼마나 늘었는지, 부실자산(고정이하 자산) 비율이 얼마나 커졌는지 살펴야 한다. 위험자산 비중과 자기자본 비율도 개선됐는지 악화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