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용 소형 전지 넘어 전기차·ESS용 중·대형 전지 수요 급증…완성차 제조업체 전기차 비중 점점 높여
이차전지는 방전하면 재충전해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전지를 일컫는다. 이차전지는 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 사이를 이동하면서 전기를 발생시키는 원리로 작동한다. 전지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4가지 핵심 소재가 필요하다.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이다.
양극재는 배터리의 (+)극, 즉 양극을 이루는 소재다. 리튬이온배터리에서 리튬 소스 역할을 하는 에너지원이다. 용량과 평균 전압 등을 결정한다. 양극재의 핵심 관건은 양극활물질의 에너지 밀도를 얼마나 끌어 올리느냐다. 밀도는 원재료의 조합에 따라 달라진다.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NCM(니켈·코발트·망간) 조합이 보편적이다. 양극재는 이차전지 생산원가의 40%가량에 달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음극재는 리튬이온을 저장했다가 방출하면서 외부 회로를 통해 전류를 흐르게 하는 역할을 하며 이차전지의 충전 속도와 수명을 결정한다. 흑연·실리콘·리튬 메탈들이 소재로 사용된다. 분리막은 미세 필름으로 양극과 음극의 접촉을 차단해 전극 간 전기 접촉을 막는 역할을 한다. 전지의 안정성을 높인다. 수십 나노미터 크기의 기공 사이로 리튬이온이 통과하며 전지의 기능을 발휘하게 한다.
전해질 용액이라 불리는 전해액은 이차전지 충·방전시 리튬이온의 이동 기능을 담당한다. 소재 구성에 따라 이차전지의 수명, 충·방전 속도, 열 안정성 등 특성을 결정한다. 전해액은 유통기간이 짧아 특수 용기로 납품된다. 염화암모늄 용액이나 묽은 황산이 원료로 쓰인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차전지의 사용처는 다양했다. 휴대전화나 노트북 등을 비롯한 거의 모든 전자 제품에 쓰였다. 그러나 리튬이온전지가 보편화하면서 관심사로 대두되기 시작했으며 시장이 급성장했다. 리튬이온전지는 에너지 용량 대비 가벼운 장점이 있다. 1회 충전시 사용 시간이 늘어난 리튬이온전지는 모든 전자 제품을 작고, 가볍고, 가늘게 만들어 편의성을 제공하는 데 일조했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2015년부터 스마트폰 배터리를 교체형에서 일체형으로 바꿨다. 교체형 배터리는 부피가 크다는 단점이 있었다. 배터리 자체가 접촉에 취약해 폭발 및 화재를 유발할 수 있어 케이스로 보호해야 했다. 당시에는 용량이 2550mAh 수준이라 소비자들이 보조배터리를 필수로 들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현재 출시된 갤럭시S23 울트라의 배터리 용량은 5000mAh에 달한다.
스마트폰·노트북 등 소형 제품에서만 사용됐던 이차전지가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건 전기차가 상용화하면서다. 사실 전기차는 오래전부터 만들 수 있었지만 배터리가 문제였다. 무거운 배터리의 중량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 거리가 짧았고, 배터리 가격은 비쌌다. 여기에 긴 충전 시간과 부족한 인프라 부족 등이 전기차 상용화를 어렵게 했다.
정경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에너지저장연구센터장 등 4명이 쓴 ‘이차전지 승자의 조건’에 따르면 전기차 전체 생산원가 가운데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한다. 즉 배터리 가격을 낮추고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게 전기차 상용화의 핵심이다. 그동안 아시아를 중심으로 리튬이온전지의 에너지 밀도는 꾸준히 향상됐다. 1991년 초기 상용화된 리튬이온전지의 에너지밀도가 98Wh/kg(220Wh/L)에서 현재는 250Wh/kg(600Wh/L)까지 향상됐다.
그 결과 2012년 테슬라에서 내놓은 전기차 '모델S'는 일 충전 주행거리가 660km까지 나왔다. 그러나 1억 원대를 넘는 가격이 문제였다. 이에 테슬라는 기가팩토리를 세워 리튬이온전지 대량 생산 라인을 구축해 생산 단가 절감을 시도했다. 원통형 전지 가격을 개당 1만 원으로 줄였다. 현재는 개당 1000원 수준으로 생산하고 있다. 원가 절감까지 이뤄내면서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의 대체재가 됐다.
이제는 테슬라뿐 아니라 모든 글로벌 완성차 제조업체들이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다. 판매량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완성차 판매량은 2021년 8144만 대에서 2022년은 8063만 대로 1.0% 감소했다 하지만 전기차는 전년 대비 68% 성장하며 802만 대가 팔렸다.
앞으로 전기차 판매량과 비중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세계 각 정부가 강력한 친환경 정책의 일환으로 내연기관차 보급 중단 로드맵을 내놨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판매 완전 금지에 나선다. 영국·프랑스·독일·네덜란드·스페인·노르웨이 등 주요 유럽 국가들도 최대 2040년 내로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도 서울시가 2035년 내연기관차 신차 등록 중단을 선언한 상황이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완성차 제조업체 BMW그룹은 최근 연례 기자회견을 통해 2023년 전체 판매량의 15%가 전기차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2026년에는 전체 판매량의 약 30%를 전기차로 만들 예정이다. 폭스바겐도 2030년까지 유럽 판매 신차 중 전기차 비중을 80%까지 높일 계획이다. 현대자동차도 현대차·제네시스의 전기차 판매 비중을 2026년 17%, 2030년 36%, 2040년 주요 시장 100% 전동화 추진을 목표로 삼은 바 있다.
대용량의 이차전지가 사용되는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장의 성장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아지면서 불안정한 전력 공급을 안정화하고 에너지 이용 효율을 향상하기 위해 ESS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의 뉴 에너지 파이낸스(BENF)에 따르면 2022년 ESS 시장은 2021년보다 68% 성장했다. 2030년까지는 지난해보다 5.3배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중·대형 이차전지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차전지 시장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과 주식시장에서 이차전지에 대한 관심이 절정에 달하고 있다. 전성기를 맞이한 것처럼 시장이 뜨거운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아직 시장 초기에 불과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BNEF는 리튬이온전지의 수요는 2015년 73GWh, 2020년 258GWh에 이어 향후 연평균 27%씩 성장해 2030년에는 2833GWh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