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을 치니 배트에 공이 ‘쩍쩍’
▲ 홍순국 사진전문기자 |
디트로이트 3차전 선발이 저스틴 벌랜더였습니다. 다 아시다시피 벌랜더는 지난해 리그 MVP와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석권했었죠. 직접 상대해본 벌랜더는 던지면 던질수록 더 잘 던지는 신기한 괴력을 가진 선수입니다. 야구를 오락처럼 한다는 느낌을 줘요. 그 선수 마음먹은 대로 공을 던지는 것 같으니까요. 그래서 초반 공략이 중요합니다. 초반에는 전력 투구하지 않고 맞춰 잡는 스타일이라 초반에 더 치고 득점내지 않으면 이기기 힘들어요.
이번 3호 홈런은 그런 상태에서 나온 장타였습니다. 1회 선두타자로 나가서 바로 홈런을 쳤으니까요. 체인지업이었는데 타이밍을 잘 맞춘 것 같아요. 제가 친 공이 관중석 2층 상단을 향했는데(138m), 지금까지 친 홈런 중 그렇게 멀리 날아간 공은 처음이었습니다.
클리블랜드가 요즘 연일 상승세를 달리고 있죠? 정말 기분 좋습니다. 1번부터 9번까지 모든 타순의 선수들 컨디션이 다 좋아요. 만약 그중에 한두 명이 부상을 당하거나 컨디션이 떨어지면 백업 멤버들이 제 몫을 해주고 있습니다. 투수들도 마찬가지예요. 야수는 투수를, 투수는 야수를 믿고 자기 역할을 해냅니다.
3주 전만 해도 제 타율은 2할1푼대를 맴돌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2할6푼을 넘어섰어요. 홈런도 계속 안 나오다가 1개, 2개, 그리고 지금 3개째인데,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이렇게 하다 보면 시즌 끝날 때쯤에는 20여 개의 홈런이 기록돼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타율도 마찬가지고요. 3할 타자는 어떻게 해도 3할을 친다는 얘기가 있잖아요. 당분간은 1번을 고수할 겁니다. 제가 1번을 치면서 팀 성적도 상승세를 타고 있고 제 개인 성적도 좋아서 타순의 변경이 없을 것 같습니다.
요즘 한국에서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는 강정호가 FA가 돼 해외진출 자격이 주어지면 저랑 한 팀에서 뛰고 싶다고 말했다면서요? 정말 두 팔 벌려 환영합니다.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때 정호 플레이를 봤는데 야구를 제대로 이해하는 선수였어요. 일본에서 프로 생활을 한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엄청난 대우를 받고 생활하잖아요. 한국의 프로 출신 선수 중에서도 메이저리그에서 인정받는 선수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누군가 한 명이 선구자적인 역할을 하고 인기몰이를 한다면 우리도 ‘이치로’ ‘다르빗슈’ 같은 고액 연봉자들이 나올 것이라고 봅니다. 한국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오면 저 또한 신나게 야구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