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국민의힘 지도부 제주 4·3 추념식 불참…“총선 앞두고 얼굴 비출 것” 야당 비판
이날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에서 제75주년 제주 4·3 추념식이 거행됐다.
추념식에는 윤 대통령 대신 한덕수 국무총리가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한 총리가 대독한 추념사를 통해 “무고한 4·3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들의 아픔을 국민과 함께 어루만지는 일은 자유와 인권을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당연한 의무”라며 “희생자와 유가족을 진정으로 예우하는 길은 자유와 인권이 꽃피는 대한민국을 만들고 이곳 제주가 보편적 가치, 자유민주주의 정신을 바탕으로 더 큰 번영을 이루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제주를 대한민국의 보석 같은 곳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약속드렸다”면서 “품격 있는 문화 관광 지역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추념식에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대신해 김병민 최고위원과 박대출 정책위의장, 이철규 사무총장이 참석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묵념으로 추모를 대신했다.
김 대표는 “추모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며 “2030 부산 엑스포(EXPO) 유치 등 시급한 민생 현안들로 추념식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제주 4·3 사건이 북한 김일성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고 주장해 논란을 빚은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희생자를 추모하면서도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태 최고위원은 회의에서 “제주 4·3 사건은 남로당의 무장 폭동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아무런 관계없던 수많은 무고한 민간인 희생자를 낸 현대사의 비극”이라며 “희생자분들과 유가족의 아픔을 치유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4·3 추념식을 찾았다. 이 전 대표는 취재진들과 만나 “기념식 참석은 기본으로 해야 하는 것인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며 국민의힘 지도부를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4·3희생자 추념식에 앞서 기념관 대회의실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개최하고 4·3 희생자에 대한 명복을 빌었다. 이재명 대표는 “제주도민은 모진 상처를 이겨내고 죽은 이는 부디 눈을 감고 산 자들은 서로 손을 잡으라는 ‘용서와 화해의 정신’을 실천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정부·여당의 극우적인 행태가 4·3 정신을 모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도 “(국민의힘은) 내년에 총선을 목전에 두고 표를 의식해서 얼굴을 비출 것”이라며 “이것이 제주 4·3을 대하는 윤석열 정권의 민낯”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이날 오후 3시 20분쯤 제주공항에 도착해 제주4·3평화공원으로 향했다. 문 전 대통령은 4·3 사건 희생자와 유족들을 만나 위로를 전할 계획이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