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특검 측근 주거지와 사무실 압수수색…곽상도 케이스서 실패한 ‘대장동 개입’ 입증이 포인트
#이재명 기소 이후 본격화된 ‘50억 클럽 수사’
압수수색에 나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는 박영수 전 특검이 대장동 컨소시엄 구성을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담당 대표 금융기관으로 본인이 이사회 의장으로 있던 우리은행을 내세우는 조건으로 양 변호사를 통해 200억 원 상당의 대가를 약속받았다고 보고 있다.
사실 박 전 특검과 대장동 개발을 주도한 김만배 씨 관련 수상한 거래 정황은 한둘이 아니다. 대장동 사업을 앞두고 박영수 전 특검은 다른 이의 계좌를 거쳐 화천대유에 5억 원을 보냈다. 그리고 사업이 본격화된 2015년 7월 박 전 특검은 화천대유 고문에 임명됐다. 그의 딸 역시 2015년 8월 화천대유에 입사했다. 박 전 특검 딸은 2021년 6월 대장동 아파트 1채(전용 84㎡)를 6억~7억 원에 분양받았는데 이는 당시 시세가 15억 원 안팎이었던 점을 고려할 때 저렴한 가격이었다. 화천대유로부터 아파트 분양 대금 명목으로 11억 원을 빌리기도 했다.
그 전부터 박 전 특검은 물론, 그 밑에서 특검보를 지낸 양재식 변호사 등이 대장동 사업에 관여한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팀장이던 정민용 변호사와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소유) 등은 2014년 가을 무렵부터 박 전 특검이 대표로 있던 법무법인 강남 사무실에서 수시로 만나 대장동 사업을 함께 논의했다. 당시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를 변호한 것도 박영수 전 특검이다. 2020년 상반기에는 김만배 씨와 박 전 특검 인척인 이 아무개 씨가 150억 원이 넘는 돈거래를 하기도 했다.
단순히 ‘법률 자문을 해줬다’고 하기에는 수상한 지점이 워낙 많다. 검찰이 곽상도 전 의원에 이어 50억 리스트 가운데 박 전 특검을 첫 수사 대상으로 고른 이유다.
이에 대해 박 전 특검 측은 각종 의혹들에 대해 “전혀 사실 무근이며, 대장동 사업에 참여하거나 금융 알선 등을 대가로 금품을 받거나 약속한 사실이 결코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화천대유에 꽂힌 5억 원을 놓고도 박 전 특검은 “김만배 씨 부탁으로 계좌를 빌려준 것”이라는 입장이고, 김만배 씨는 처음 의혹이 불거졌을 때 “박영수 전 특검에게 5억 원을 빌려달라 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달라진 김만배 진술? ‘박 전 특검 몫’ 입증 가능할까
최근 김만배 씨는 조금 달라진 진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빌린 것”이라던 진술에서 바뀌어 “해당 자금(5억 원)이 박 전 특검을 위한 것”이라는 취지로 얘기하는 것이다.
실제로 수사팀은 김 씨 외의 대장동 세력들로부터 “박영수 전 특검이 양재식 변호사를 통해 대장동 사업을 도운 대가를 요구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검찰은 박 전 특검과 양 변호사 등이 대장동 사업 초기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장동 업자들이 설립한 자산관리회사(AMC) 서판교자산관리의 등기부상 법인 대표는 양 변호사의 후배인 권 아무개 변호사다.
앞서 곽상도 전 의원을 기소했던 대장동 1차 수사 당시에는 수사 대상에서 제외됐던 것과 다르게 현재 수사가 빠르게 진행 중인 이유로 풀이된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대상과 범위가 방대해 혐의 구체화를 위한 자료 확보와 관계자 조사 등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며 조만간 관련자들의 소환이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곽상도가 박영수 살릴 수 있을까?
하지만 법조계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보고 있다. 특히 50억 클럽 리스트 속 인물 가운데 가장 먼저 기소됐다가 1심에서 무죄를 받은 곽상도 전 의원의 케이스를 검찰이 얼마만큼 잘 분석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고등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자녀에게 주어진 특혜를 ‘부모가 알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고, 이를 ‘부모를 보고 준 것’이라는 것도 입증해야 하는 게 포인트인데 곽상도 아들 퇴직금 사건에서는 검찰이 이를 실패하지 않았냐”며 “박 전 특검이 직접적으로 대장동 개발 과정에 ‘개입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검찰은 박 전 특검 딸보다 당사자인 박 전 특검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에 내건 혐의를 보면 알 수 있다. 박영수 전 특검의 강제수사 근거로 금융 수재 혐의를 내세웠는데, 과거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할 때 대장동 사업 참여를 돕는 대가로 뒷돈을 받았다는 것이다. 액수도 50억 원이 아니라, 200억 원이 넘는다고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50억 클럽을 언급한 김만배 씨로부터 일관된 진술을 얻어낼 수 있는지도 변수다. 앞서 곽상도 전 의원 사건을 맡았던 재판부는 “다른 50억 클럽 인사를 언급한 김만배 씨 말에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며 의구심을 드러낸 바 있다. 현재 수사팀 역시 ‘녹취록 속 50억 클럽은 수사 단서일 뿐’이라며 증거로 입증하겠다는 의지를 내세우고 있는 상황.
당장 박 전 특검 기소 후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권순일 전 대법관 수사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강제수사에 착수한 박영수 전 특검은 우선 기소하겠지만, 50억 클럽 나머지 인물들에 대한 수사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힘을 받는다.
김수남 전 검찰총장은 검찰에 몸담았던 당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의 부탁을 받고 수사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을, 권순일 전 대법관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대법원 사건에서 무죄가 선고될 수 있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각각 받고 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그냥 검사, 판사도 아니고 검찰총장과 대법관의 업무와 관련된 사건을 특수 수사로 진행하는 것은 ‘혐의 입증의 자신감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며 “만에 하나 무죄가 났을 경우 검찰 수사가 법조계의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때문에 검사 출신 박영수가 아니라, 변호사 시절 박영수를 노린 수사를 가장 먼저 선택해서 시작한 것 아니겠냐”고 분석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