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재판 전부터 “김부선 바래다준 적 있다” 저격…재판에선 “김문기, 이재명과 따로 통화” 증언
그렇지만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또 다른 재판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몰랐다고 허위 발언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지난해 9월 검찰이 기소한 사건이 그것이다. 3월 31일 이 재판 3차 공판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대표와 유 전 본부장이 공식석상에서 마주하는 것은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이 불거진 2021년 9월 이후 처음인데 하필 그 장소가 법정이다.
#“김부선 바래다준 적 있다고 했다”
3월 31일 재판을 앞두고 유동규 전 본부장은 거듭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 이미 이 대표 측과 등을 돌리고 다양한 폭로와 증언을 쏟아내 왔지만 최근 그 수위가 더욱 올라갔다.
3월 26일 유 전 본부장이 유튜브 채널 ‘유재일’에 출연해 “이재명 대표가 김부선을 집에 바래다준 적 있다 했다”는 발언을 해 화제가 됐다. 당시 방송에서 ‘이 대표와 김부선의 사이가 궁금하다’는 시청자 질문을 받은 유 전 본부장은 “안 그래도 저도 물어봤었다”며 “제가 김부선을 고소하자고 했다. (이 대표는) 아무 말도 안 했다”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내가 ‘솔직하게 뭔 일 있어요?’ 물어봤다. 이재명한테 직접 물어봤다. 저도 알아야 방어를 하니까 ‘솔직하게 뭔 일 있는 건 아니잖아요? 아니라고 말씀해주세요’라고 했다”면서 “그랬더니 ‘만나서 집에 바래다준 적은 있다’, ‘남자가 뭐 그렇게 호감, 호기심은 느낀 적이 있지’ 이 정도(로 대답했다). 더 구체적인 말은 저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유 전 본부장의 발언에 대해 민주당은 “개인적 주장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성남시장실 CCTV, 다 가짜다”
3월 29일에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조병구)에서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첫 공판이 열렸다. 정 전 실장은 뇌물 수수, 증거 인멸 교사, 부패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 기소됐다.
첫 공판은 검찰이 공소 사실을 읽고 정 전 실장 변호인이 반박 진술을 하는 과정으로 진행됐는데 정 전 실장 측은 공소 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이날 공판에선 CCTV가 쟁점이 됐다. 유 전 본부장에게 3000만 원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 정 전 실장 변호인은 “성남시청 사무실은 구조상 뇌물 제공 자체가 불가한 장소다. 당시 성남시청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뇌물을 가져오는 사람을 막기 위해 소리까지 녹음되는 CCTV를 설치했다”며 “시장실과 정 전 실장 사무실 앞에 CCTV가 한 대씩 설치됐다. 다수의 사람이 오가는 시청 내 사무실에서 뇌물을 수수했다는 건 전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그 CCTV는 가짜”라며 “CCTV 관련 주장은 이미 영장실질심사와 구속적부심에서 다 탄핵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장이 “가짜인가?”라고 묻자 정 전 실장 측 다른 변호인이 “작동하지 않는지 어떻게 아느냐?”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잠시 법정 내 소란이 일기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 재판에 공동피고인으로 참석했다. 오전 재판이 끝난 뒤 휴정 시간에 유 전 본부장은 취재진에게 “그 CCTV들 다 가짜다. 시장실에 CCTV가 있었다고 하는데 아예 없고 녹화도 안된다”며 “정진상에게 ‘시장님이 불편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그거 다 가짜야’라고 말해 옛날부터 알고 있었다. 나중에 재판에서 다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 서서히 드러나 가면 벗겨질 것”
3월 17일에는 법정에서 간접 대면이 이뤄지기도 했다. 이날 이 대표는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재판장 강규태) 심리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차 공판에 출석했고, 유 전 본부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 심리로 열린 대장동 개발 특혜·비리사건 재판에 출석했다.
이날 이 대표 측 변호인은 “호주에서 이 대표가 김문기 씨와 같이 있는 영상을 보면 단 한 번도 눈을 마주친 적이 없다. 이를 보면 당시 두 사람의 관계를 알 수 있다”고 주장하며 “(호주에서) 이 대표를 보좌한 사람은 주로 유동규 씨였던 것 같다. 유동규 씨를 보좌하러 온 김문기 씨를 이 대표가 기억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유 전 본부장이 바로 반박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취재진을 만난 유 전 본부장은 “관계들이 서서히 다 드러나 가면이 벗겨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대표 측의 주장에 대해 유 전 본부장은 “2인 카트 두 대 빌려서 한 대는 제가 쓰고 나머지 한 대는 이재명 대표를 보좌하기 위해 김문기 씨가 직접 몰았다”며 “한국처럼 캐디가 없으니까 티샷을 하고 난 다음에 공을 직접 찾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김 전 처장과 눈도 안 마주쳤다는 주장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말씀”이라고 밝혔다.
#“거짓말들 좀 안 했으면 좋겠다”
비로소 3월 31일이 됐다. 먼저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한 유 전 본부장은 “특별히 할 말은 없다”면서 “거짓말들 좀 안 했으면 좋겠다”고 짧게 발언했다. 이후 도착한 이 대표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법정으로 들어갔다.
이날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 강규태 부장판사의 “녹음하는 사람 있나요? 발각되면 바로 퇴정 명하겠습니다”라는 말로 시작됐을 만큼 뜨거운 관심이 집중됐다. 이 대표와 유 전 본부장의 첫 법정 대면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터라 방청객들이 몰래 녹음하는 일을 막으려 이런 경고 발언까지 나온 것이다.
이날 오후 2시 30분 재개된 공판에서 드디어 이들의 만남이 이뤄졌다. 유 전 본부장이 법정에 들어오자 이 대표는 잠시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봤지만 다시 무표정한 얼굴을 이어갔고, 유 전 본부장은 이 전 대표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바로 자리에 앉았다. 증인석과 피고인석, 가까운 거리에 앉은 두 사람은 재판 내내 가끔 서로를 잠시 바라보긴 했지만 눈을 마주치진 않았다.
이날 재판은 증인으로 출석한 유 전 본부장에 대한 검찰 신문만 이뤄졌다. 이재명 대표 측 반대 신문은 다음 공판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검찰 질의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은 “공사 팀장급은 시청 과장급으로 공사에 6명밖에 없는 직책”이라고 강조하며 “김문기 전 처장 입사와 관련해 정진상 전 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상의해 정 전 실장도 김 전 처장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검찰 질의는 주로 김문기 전 처장과 이 대표가 만난 사실이 있는지에 집중됐다. 검찰은 2010년 3월 경기 성남시 분당 지역 신도시 리모델링 설명회와 2009년 성남정책연구원이 주최한 세미나에 이 대표와 김 전 처장이 참석했는지 여부를 물었고 유 본부장은 두 번 다 둘 다 참석했다고 답했다. 이때는 이 대표의 성남시장 취임 전으로 당시 유 본부장은 성남의 한 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원장, 김 전 처장은 건설사 리모델링 관련 영업부장이었다.
#“김문기, 이재명과 따로 통화했다더라”
이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은 김 전 처장이 이 대표와 따로 통화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행사에 누가 오냐고 해서 성남시장 준비하는 이재명 씨가 온다고 했더니 ‘나도 통화했다’고 했다”며 “세미나 때 봐서 서로 좀 아는 것 같았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증언 과정에서 유 본 본부장은 이 대표를 계속 “이재명 씨”라고 호칭했다.
이어 검찰이 “김 전 처장이 공사 입사한 이후 입사 사실을 피고인에 알려주거나 소개한 적 있냐”고 묻자 유 전 본부장은 “같이 보고하러 간 적이 있었다. 이미 아는 사람이라 소개할 이유는 없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때는 이 대표 성남시장 시절이다.
검찰 질문은 호주 출장으로 이어졌다. 당시 출장 동행 직원이 김 전 처장으로 교체된 이유에 대해 유 전 본부장은 “정진상이 ‘시장이 편해 하는 사람을 데리고 가라’ 해서 김 전 처장으로 교체했다. 이재명 씨는 낯가림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이라며 “안면이 있는 김 전 처장이 아무래도 편했다. 생소한 사람이면 ‘쟤 누구냐’ 했을 것이다. 그런 게 없었다”고 말했다.
출장 도중 공식 일정에서 빠져 골프를 치러 간 상황에 대해서는 “(정진상에게서) ‘잘 좀 챙겨줘라. 골프도 한 번 치고 하라’고 들었다”며 “(이 대표가) ‘여기 리모델링 하는 사람 다 와있어서 리모델링 되겠냐’고 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