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시절 ‘연예인 저승사자’이던 박성진 변호사 등 선임…공식 입장문 올리고 취재진 앞 사과 ‘여론 돌리기’
#실형 피하는 게 첫 번째 과제
물의를 빚은 연예인이 다시 연예계로 돌아오려면 어떤 선결과제를 해결해야 할까. 우선 당면한 사건을 잘 해결해야 한다. 법정에서 유무죄를 다툴 경우 무죄 선고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유죄 선고가 불가피하다면 실형을 피해야 한다. 두 번째는 여론 달래기다.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반성하는 자세를 보여 등 돌린 대중의 마음을 최대한 달래야 한다.
유아인은 첫 번째 과제인 사건 해결에 대해 상당히 적극적이다. 이는 막강한 변호인단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변호인단은 박성진 변호사다. 27년 동안 검찰에서 근무한 박 변호사는 지난해 5월 검찰을 떠나 9월부터 인피니티에서 변호사 활동을 시작했다. 검사 시절 대검 마약과장,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 대검 차장검사 등을 역임했으며 검수완박 법안 국회 처리 과정에서 김오수 전 검찰총장이 사의를 표하면서 검찰총장 직무대리를 맡기도 했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자 사표를 던졌고, 이원석 현 검찰총장이 대검 차장으로 임명돼 검찰총장 직무대리를 맡았다가 9월 검찰총장으로 취임했다.
따라서 박 변호사는 대검 차장 출신 전관 변호사지만 ‘검찰총장급’으로 분류할 수도 있는 중량감 있는 법조인이다. 특히 검사 시절 대표적인 ‘강력통’으로 마약 수사 전문가로도 유명했다. 박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이던 2013년 이승연, 박시연, 장미인애, 현영 등이 연루된 프로포폴 불법 상습 투약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같은 해 방송인 김용만의 상습도박 사건도 담당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 시절 연예계 저승사자이던 박 변호사가 이번에는 연예인 유아인의 변호를 맡았다. 서초동에선 유아인의 박 변호사 선임이 현시점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라는 평이 나올 정도다.
다른 변호인단도 모두 검사 출신으로 국내 최대 법률사무소 김앤장 출신이기도 하다. 차상우 변호사는 2006년부터 2017년까지 검사로 재직하며 2012년 법무부 장관 표창을 받았을 만큼 실력을 인정받았고 2017년 12월부터 김앤장에서 근무하다 지금은 인피니티에서 대표 변호사를 맡고 있다. 안효정 변호사도 2007년부터 검사로 근무해 대검 공판송무과장이던 2017년 검찰을 떠나 김앤장으로 자리를 옮겨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렇게 막강한 변호인단이 필요할 만큼 유아인 사건은 다소 복잡하다. 기본적으로 사건은 프로포폴로 시작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유아인이 반복적으로 프로포폴을 처방받은 부분을 수상히 여겨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이 유아인을 소환조사해 소변과 모발 등을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 의뢰하고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면서 사건이 세간에 알려졌다. 2월 8일 즈음이다.
그런데 소변 검사에서 대마 양성반응이 나왔다. 3~4일이면 체내에서 사라지는 프로포폴은 검출되지 않았지만 예상치 못한 대마가 나온 것. 이렇게 사건이 프로포폴에서 대마로 전환됐다.
게다가 모발에선 코카인과 케타민까지 검출됐다. 프로포폴에서 시작된 사건이 대마를 거쳐 이제는 코카인과 케타민까지 마약류 4종 사건으로 확대됐다. 그만큼 경찰은 입증해야 할 혐의가 더 많아졌고 유아인 측은 부인하고 해명할 의혹이 더 많아졌다. 이 과정에서 막강한 변호인단이 등장한 것이다.
#프로포폴과 대마는 집행유예, 케타민과 코카인은 무죄 노릴 듯
우선 프로포폴과 케타민은 경찰이 진료 기록 등 오남용 의심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투약 시점과 횟수, 용량 등이 모두 확보돼 있는 것. 이에 유아인 측은 불법 처방이 아닌 정당한 의료 목적 투약이기 때문에 진료 기록이 남아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프로포폴은 투약 횟수가 1년에 73회로 상당히 많다. 기존에도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기소됐던 연예인 상당수가 의료 목적의 투약이라고 주장했지만 유죄 판결을 받은 터라 유아인의 주장 역시 법정에서 인정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게다가 박성진 변호사는 2013년 이승연, 박시연, 장미인애, 현영 등의 프로포폴 불법 상습 투약 수사를 직접 지휘했던 인물이라 이런 부분을 잘 알고 있다.
결국 프로포폴의 경우 무죄가 아닌 1년에 73회나 되는 투약 횟수를 최대한 차감하는 목적으로 ‘의료 목적’ 카드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1년에 73회나 되는 투약 횟수 가운데 일정 횟수를 의료 목적으로 인정받아 차감해 과도한 오남용이 아니었음을 입증하려는 전략이다. 성공한다면 유죄가 나오더라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가 나올 가능성이 커진다.
케타민은 수면 장애 및 정신 치료 목적으로 활용되는 만큼 유아인 측은 의료용 처방 기록을 바탕으로 역시 ‘의료 목적’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프로포폴만큼 투약 횟수가 과도하지 않다면 충분히 무죄를 두고 다툴 여지가 있다. 이번 사건은 식약처가 의료기록을 확보해 경찰에 프로포폴 관련 수사를 의뢰하면서 시작됐는데 케타민도 오남용으로 볼 만큼 투약 횟수가 많았다면 함께 수사의뢰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케타민에선 무죄 선고가 목적이 될 전망이다.
대마와 관련해선 별다른 수사 관련 얘기가 흘러나오지 않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대마가 소변 검사에서 검출된 만큼 추가 증거가 없을지라도 유죄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다만 대마 단순 투약 초범의 경우 유죄가 나올지라도 집행유예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법조계에선 일반인의 초범인 대마 단순 투약 사건은 기소유예나 벌금형이 나오기도 한다고 한다.
문제는 코카인이다. 필로폰, 헤로인과 함께 3대 마약으로 꼽힐 만큼 가장 첨예한 부분이다. 그런데 현재 경찰은 모발 검사에서 코카인이 검출됐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혐의 입증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변 검사에서 마약이 발견되면 통상 소변 채취 5~10일 이내에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목격자의 진술, 자백, 영상 등 다른 증거가 없어도 유죄가 선고되지만 모발 검사는 다르다. 모발은 사람마다 자라는 속도가 달라 구체적인 투약 시점을 특정하기가 어렵다. 결국 검찰은 시기를 특정해 기소할 수 없게 되는데 피고인 입장에선 특정한 시점에 대한 알리바이를 증명하는 등 적절한 방어를 할 수 없게 된다. 법원은 이런 경우 무죄를 선고한다. 실제로 비슷한 사건에서 검찰이 필로폰 투약 시점을 정확하게 특정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사례도 있다.
경찰이 유아인이 코카인을 투약하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신빙성 있는 진술 내지는 유아인 본인의 자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검찰이 코카인 불법 투약 혐의는 기소조차 하지 못할 가능성까지 존재한다. 따라서 유아인 변호인단은 코카인 관련 혐의에서 불기소 내지는 무죄가 나오는 방향에 가장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서초동에선 유아인이 결국 집행유예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동종 전과 없는 초범으로 마약 유통이나 매매 등에 연루되지 않은 단순 투약이라 집행유예가 나올 가능성이 크고 벌금형으로 끝날 수도 있다”면서 “코카인 불법 투약 혐의까지 입증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지만 현재 상황에선 실형을 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가장 절실한 부분은 대중의 마음 돌리기
사건이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로 마무리된다면 바로 유아인의 컴백이 이뤄질 수 있다. 새로운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방식의 연예계 컴백은 반발여론이 뜨거울 수 있지만 유아인은 이미 촬영이 모두 끝났지만 경찰 수사와 재판 등으로 개봉 및 공개 일정이 늦어진 작품을 뒤늦게 선보이는 방식이다.
그냥 작품만 공개해선 컴백에 성공할 수 없다. 대중이 외면하면 바로 실패한 컴백이 되기 때문이다. 물의를 빚어 활동을 중단했는데 무리하게 컴백을 시도했다가 실패하면 아예 그 이후 연예계 행보가 다 막혀 버릴 수도 있다. 그래서 대중의 마음을 되돌리는 게 중요한데 사실 이 부분에선 유아인 측이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았었다.
처음 경찰이 유아인의 프로포폴 불법 투약 수사가 시작됐다고 알려진 2월 8일 즈음에만 해도 유아인 측은 경찰 조사 사실을 인정하며 “모든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 문제가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 소명할 예정”이라고 밝혔었다. 그런데 3월 1일 모발 검사에서 케타민과 코카인이 검출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유아인의 소속사는 “언론 보도만을 토대로 저희가 임의대로 입장을 밝힐 수는 없다”는 입장만 밝힌 뒤 침묵에 돌입했다.
오히려 여론과 더 등을 지려는 듯한 행보까지 보였다. 애초 유아인은 3월 24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에 출석해 마약류 투약 혐의 관련 경찰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는데 경찰에 출석일자 조정을 요청했다. ‘경찰수사사건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에 의하면 피의자 소환은 비공개가 원칙인데 언론에 소환 일정이 알려져 사실상 공개 소환이 됐다는 이유였다. 이미 정·재계 유명 인사들은 포토라인에 서지 않는데 연예인만 여전히 포토라인에 서는 것은 분명 인권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연예인들이 지금까지 포토라인에 선 이유는 이를 피하는 것이 대중과 등을 지는 선택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유아인의 결정을 두고 연예계에선 인권 보호를 위한 깨어 있는 행보지만 컴백은 힘들어질 수 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어차피 컴백을 위해 언젠가 다시 대중 앞에 서야 하는 터라 오히려 포토라인이 사죄와 반성의 모습을 대중에 보일 수 있는 가장 적절한 기회라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결국 유아인은 3월 27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에 출석해 약 12시간 동안 소환 조사를 받았는데 밤 9시 20분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를 나서며 포토라인에 섰다.
취재진 앞에서 유아인은 “불미스러운 일로 이런 자리에 서서 실망을 드린 점 죄송하다”며 “저의 일탈 행위들이 누구에게도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식의 자기합리화 속에서 잘못된 늪에 빠져있었던 것 같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이런 저를 보시기 많이 불편하시겠지만 이런 순간들을 통해 그간 살아보지 못한, 진정 더 건강한 순간들을 살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싶다. 실망을 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유아인은 중간 중간 울먹거리기도 했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사건이 불거지고 50여 일 만에야 취재진 앞에 선 유아인은 “입장 표명이 늦어져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루 뒤인 28일에는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식 입장문을 올렸다. 여기서 유아인은 경찰 조사 직후 충분치 못한 사죄를 드렸다며 거듭 사죄의 마을을 전달했다. ‘저를 아껴주시고 사랑해 주신 많은 분들’, 다시 말해 팬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한 뒤 유아인은 ‘영화, 드라마, 광고 등 소중한 작업을 함께한 분들’에게도 사죄의 마음을 전했다.
여기서 유아인은 ‘어제 전하지 못한 사죄의 마음’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마치 연예인이 시상식 수상소감에서 직접 감사의 마음을 전하지 못한 이들에 대한 미안함 등의 얘기를 얼마 뒤에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토크 소재로 활용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그리고 그 대상은 ‘영화, 드라마, 광고 등 소중한 작업을 함께한 분들’이다.
이 대목에서 유아인은 “수많은 동료 여러분과 관계자 분들께 피해를 드려 죄송합니다. 제가 가져야 할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라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연예계에선 연예계 ‘제가 가져야 할 책임’이라는 표현이 결국 컴백 프로젝트가 시작됐음을 의미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에 출석일자 조정을 요청하며 포토라인에 서지 않으려는 행보를 보이던 유아인은 사흘 만에 포토라인에 섰고 그 다음날 SNS를 통해 입장문까지 올렸다. 사실상 본격적인 컴백 프로젝트가 가동된 것으로 풀이되는 행보다. 물론 컴백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는 대중이 결정한다. 여전히 대중의 유아인을 향한 시선은 곱지 않다. 포토라인과 SNS를 통해 유아인이 사죄하는 마음을 표현했지만 대중의 반응은 아직 냉랭하다. 경찰 수사와 검찰 기소, 법원 판결 등 사건도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여론을 되돌리는 길 역시 아직은 매우 멀어 보인다.
김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