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배상윤 원영식 등 수사 받는 사이 코인 세력 입성…“무리한 급등 시도 서슴지 않아”
자본시장 업계는 이 가운데 ‘코인 시장 출신’들을 주목하고 있다. 최근 주가가 급등한 2차전지 테마 관련 A 사 등에는 코인업계에서 시세조종을 했던 소위 ‘시세조종팀(MM·마켓메이킹)’ 세력들이 들어와 있다는 게 공공연한 후문이다. 코인시장에서 50억~100억 원 단위의 자금을 가지고 시세를 띄워 차익을 노렸던 이들이 하나둘 주식시장으로 넘어왔다는 설명이다. 이들의 특징으로는 ‘더욱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과 ‘코인처럼 10배 넘는 급등 시도’도 서슴지 않는다는 게 꼽힌다.
#급등주 뒤에는 ‘코인’ 세력들이…
최근 2차전지 관련 이슈로 주목받고 있는 A 사의 주가가 급등했다. 1000원 미만이었던 주가는 3배 가까이 상승했다. 최근 주가가 급등한 B 사도 비슷하다. 2022년까지만 해도 4000원대에 머무르던 주가는 최근 3만 원 가까이 급등했다. 8배 넘게 주가가 오른 셈이다.
자본시장에서는 최근 급등세를 연출하는 종목들을 놓고 ‘흔한 주가부양’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호재를 끼고 주가를 급등시키는 연출은 동일하지만 과거와 다르게 암호화폐(가상화폐), 일명 코인 투자 세력들이 관여된 종목이라는 설명이다.
CB(전환사채) 투자 큰손으로 불리는 한 관계자는 “최근 몇몇 종목들에는 과거와 다르게 코인업계에서 ‘시세조종’을 해 큰돈을 번 이들도 관여돼 있다”며 “이들의 특징은 앞선 기존 자본시장 세력들과 다르게 수익 목표치를 높게 잡고 주가도 너무 높게 띄운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코인시장 지지부진하자 이동
지난해 초부터 조금씩 변화가 감지된 부분이다. 2017년과 2020년, 두 차례의 코인 급등 흐름 속에서 돈을 번 세력들이 부동산과 주식 시장으로 넘어오기 시작한 것.
코인업계 관계자는 “크게 두 차례의 급등 흐름이 연출됐지만 두 번 모두 돈을 번 세력들은 달랐는데 2020년 급등장 때에는 보다 체계적으로 시세조종을 한 MM팀이 많았다”며 “이들은 상장 전부터 관여해 상장한 뒤 인위적인 급등을 연출해 적게는 수억 원, 많게는 수백억 원도 벌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들이 큰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은 2020년에만 해도 ‘코인’을 증권으로 보지 않는 덕분에 불법이 아니라는 점도 한몫했다. 상장 전에 미리 약속된 금액으로 저렴하게 코인을 확보한 뒤, 몇 분이나 몇 시간 만에 수배에서 수십 배 가격을 높여 차익을 보는 방식이었다.
코인 상장 관련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 역시 “한 코인이 주요 거래소에 상장하기까지 생각보다 복잡한 조건들이 필요한데 그 중에 하나는 코인 가격을 띄우는 MM팀이 얼마나 잘하냐는 것”이라며 “지난 몇 년 사이 시장을 주도했던 이들은 과거 자본시장에서 주식으로 돈을 벌어보려 했다가 실패했던 이들이었고, 이들 가운데 돈을 번 세력들은 최근 코인시장에서 신규 상장도 거의 없고 코인 급등락도 과거 같지 않다고 판단해 다시 주식시장으로 돌아간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신규 코인을 상장하려 했던 기업들도 대거 AI(인공지능) 등 신기술 개발로 방향을 전환하는 와중에, 코인으로 ‘돈놀이’를 했던 세력들은 비슷한 구조를 가진 주식시장으로 향했다는 풀이다.
최근 검찰이 대북송금 자금 대납 사건으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을, 알펜시아 입찰 비리 의혹으로 배상윤 KH필룩스 회장을, 비덴트 CB(전환사채) 거래 관련 비리 의혹으로 원영식 초록뱀그룹 회장을 각각 수사하면서 일명 자본시장 큰손들이 주춤한 틈을 탄 ‘세대교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선 CB 업계 관계자는 “회사를 인수하고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투자자들로부터 적게는 수십억 원, 많게는 수백억 원을 모아야 하는데 시장에서 투자자 역할을 해줬던 김성태 전 회장, 배상윤 회장, 원영식 회장 등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의 자금을 운영하면서 CB 투자자 역할을 했던 이들이 모두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투자를 아예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자연스레 투자자가 필요했던 세력들은 자금력이 있는 이들을 찾았고 코인으로 부를 불린 이들이 응하면서 세대교체가 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잠재적인 피의자들 아니겠나"
물론 모든 코인 세력이 다 자본시장으로 넘어온 것은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박 아무개 씨, 윤 아무개 씨 등 10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운영하는 코인 큰손들은 여전히 ‘관망 중’이라고 한다.
사채업계 큰손인 한 대표는 “MM이나 직접 코인을 개발해 큰돈을 번 진짜 큰손들은 아직 코인시장을 떠나지 않고 있고, 주식시장으로 넘어간 이들은 50억 원에서 100억 원 정도를 동원할 수 있는 이들”이라며 “다만 코인시장이 최근 계속 지지부진하기 때문에 코인 큰손들도 여러 방도로 수익 구조를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그렇다면 이들의 주가 부양의 특징은 무엇일까. 업계는 입을 모아 ‘목표치가 높다’는 것을 거론한다. 최근 검찰이 코로나 진단키트 관련 호재를 흘린 P 사 등 주가조작 관련 의혹이 제기된 곳들을 일제히 수사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기존 세력들은 적게는 10%, 많아도 30~40% 내외의 수익을 보는데 만족한다면 코인에서 돈을 번 세력들은 목표치가 높다고 한다. 30%로 상·하한폭이 정해져 있는 주식시장과 달리, 하루에도 몇십 배, 몇백 배 오를 수 있는 곳이 코인시장이다 보니 주식시장에서도 더 큰 수익을 쫓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CB나 BW(신주인수권부사채) 등으로 상장사의 주식을 확보한 뒤, 차익을 노리는 구조는 똑같기 때문에 개미 투자자들의 더 큰 피해가 우려된다.
금융 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 출신 변호사는 “호재를 내세워 주가를 띄우고 이 사이 차익을 노리는 방식의 주가조작은 20년 전부터 계속 존재했고, 이 과정이 더 치밀하고 복잡해진 것이 변화라면 변화”라며 “돈을 대는 세력이 바뀌었다고 해도 결국 이들도 급등하는 모습을 연출해 개미 투자자들의 돈을 가져가려는 잠재적인 피의자들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