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차가워지거나 다리에 탈모·괴사 생기면 의심…소화기관 혈액 공급 부족이 복통·설사 야기할 수도
#피부가 번들거리고 손발이 차갑다
손발이 차가운 증상은 흔히 혈액순환 장애 때문에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어떤 이유로든 혈관이 좁아져서 피가 온몸 구석구석, 특히 손발 끝까지 도달하지 못해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처럼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에는 손발이 차가워질 뿐만 아니라 색깔에도 변화가 나타난다. 가령 장시간 앉아있으면 손발이 파랗거나 자주색으로 변하고, 누워있을 때는 창백하거나 하얗게 변할 수 있다. 또한 간혹 통증이 느껴지기도 한다. 걸을 때마다 사지가 저리거나 바늘이나 핀으로 찌르는 듯 팔다리가 콕콕 쑤시는 듯한 느낌이다. 종아리에 통증이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혈액순환 장애로 인해 손발에 나타나는 증상은 이뿐만이 아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종아리와 발의 피부가 번들거리거나 팽팽하게 긴장되는 것도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는 피가 잘 통하지 않아 피부 기능이 쇠퇴하는 데 따른 결과다.
임페리얼칼리지 런던의 혈관 외과의 겸 강사인 알룬 데이비스 교수는 “이런 증상들은 당장은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혈액순환 장애는 동맥이 막힌 경우(동맥경화)에도 발생할 수 있다. 동맥경화는 생명을 위협하기 때문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의학적으로는 ‘죽상경화증(아테롬성 동맥 경화증)’으로 알려진 동맥 경화증은 혈관에 지방이 축적되어(들러붙어) 동맥이 좁아지고 탄력을 잃는 현상이다. 심각한 경우에는 심장병, 심장마비 또는 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사실 그저 발가락이 시린 건지, 아니면 피부가 건조한 건지, 혹은 심각한 경고 신호인지를 구별하기란 어렵다. 이런 증상이 혈액순환 장애 때문인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몸은 따뜻한데 발만 얼음처럼 차가운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데이비스 교수는 “(다른 신체 부위를 제외하고) 발만 차가운 가장 흔한 이유는 다리에 혈액순환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간혹 발생하는 혈액순환 장애로 인한 통증도 문제지만, 저림 증상 또한 그만큼 심각할 수 있다. 발이 저리면서 따끔거리는 증상이 함께 나타나면 불쾌할 뿐만 아니라 균형 감각을 잃을 수 있다. 이런 경우 발이 다쳐 부상을 당해도 감각이 둔하기 때문에 이를 미처 깨닫지 못하게 된다”고 충고했다.
#다리에 털이 없다
털이 없는 매끄러운 다리는 사실 누구나 바라는 바다. 털이 보기 싫어서 일부러 제모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어쩌면 매끈한 다리가 혈액순환 장애의 신호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요컨대 일부러 제모를 하지 않았는데도 다리털이 빠진다면 이는 그 부위로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않고 있고, 그 결과 영양 부족으로 인해 모낭이 손상됐다(죽었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데이비스 교수는 “다리로 혈액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 신경 및 조직 손상과 같은 더 위험한 상태로 빠르게 발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혈액순환 장애를 미리 예방하기 위해서는 다리털이 왜 빠지는지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혈관 자선단체’에 따르면, 치료를 받지 않고 방치할 경우 다리에 산소와 영양분이 부족해져 심한 경우 조직이 괴사할 수 있다.
#다리에 궤양이 발생한다
다리에 생긴 상처가 보름이 넘도록 아물지 않고 오래 지속될 경우에는 대부분 혈액순환 장애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처는 주로 다리 안쪽, 즉 무릎과 발목 사이에 발생하며, 통증, 가려움증, 부종을 동반한다. 또한 상처 주위의 피부가 변색되거나 딱딱하게 굳을 수 있으며, 고름이 나면서 악취가 발생하기도 한다.
데이비스 교수는 “이처럼 염증을 동반한 상처들은 종종 하지에 발생하며, 일부는 통증 없이 나타나기도 한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상처가 완전히 아물기도 전에 재발하거나 오랜 시간이 지나도 낫지 않는다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방치할 경우 감염과 합병증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당뇨병, 고콜레스테롤, 비만과 같은 질환을 앓는 사람들은 혈액순환 장애가 발생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더 높기 때문에 더욱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특히 당뇨 환자는 높은 혈당 수치로 인해 혈액순환 장애와 신경 손상이 발생할 수 있고, 그 결과 발과 다리에 궤양이 잘 생길 수 있다. 영국의 국가보건서비스에 따르면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며, 꾸준한 운동을 하면서 다리에 휴식을 취하면 궤양이 재발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배탈로 인한 복통이 발생한다
복통, 설사, 혈변은 대부분 마지막에 먹은 음식이나 장염 때문에 발생하는 불쾌한 증상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때로는 혈액순환 장애가 원인일 수 있다.
혈관의학 전문가들은 매우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이러한 증상들은 소화기관에 혈액 공급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말한다. 데이비스 교수는 “모든 중요한 장기와 마찬가지로 위 역시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산소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혈액이 충분히 공급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혈액순환 장애로 인한 장기 부전은 소화 장애와 식욕 부진을 초래할 수 있다. 이는 신진대사가 둔화되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기억력이 저하된다
몹시 어지럽거나, 균형감각을 잃거나, 갑자기 건망증이 심해진 경우 의심해볼 수 있는 질환들로는 뇌 손상, 뇌종양, 알츠하이머 등이 있다. 만일 검사 결과 이런 질환을 앓고 있는 게 아니라면 혈액순환 장애를 의심해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뇌에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않는다는 신호일 수 있다. 만약 혈액순환 장애로 인해 뇌혈류가 부족해진다면 기억력과 균형감각 등 특정한 기능에 장애가 발생하게 된다.
영국의 국가보건서비스에 따르면 혈액순환을 개선하는 간단한 방법 가운데 하나는 운동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몸을 움직이면 근육이 혈관을 자극하고, 그로 인해 혈액순환이 촉진된다. 반면, 흡연은 혈액순환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담배는 끊는 것이 좋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