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타마현 초등교사에 유죄 선고…2년간 맡은 아이들 6학년 담임 밀려나자 불만 품어
지난해 9월 15일, 일본 사이타마현 후지미시의 한 시립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다. 배식 담당 학생이 원통형 뚜껑을 열자 카레에서 거품이 보글보글 끓어오르고 이상한 악취가 났다. 담임교사가 이를 확인하면서 다행히 학생들은 카레를 먹지 않아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전체 교사 중 유일하게 한자와만 행방이 묘연한 것을 이상하게 여겼다. 교내 건물을 수색하던 중 숨어 있던 한자와를 발견했고, 추궁 끝에 한자와는 “내가 표백제를 넣었다”며 범행을 자백했다.
경찰에 의하면 “한자와는 범행 당일 낮 12시쯤 학교 건물 3층 복도에 있던 원통형 카레 급식(1학급 23인 분량)에 염소계 표백제 500mL를 들이부은 것”으로 보인다. 3층 선반에서는 표백제가 들어 있던 빈 용기도 발견됐다. 한자와는 현장에서 체포됐으며, 이후 징계면직 처리를 당해 교사직을 잃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자와는 야마가타현 출신으로, 3년 전 해당 학교에서 교사생활을 시작했다. 코미디영화 ‘날아라 사이타마’를 흉내 내 자기소개를 하는 등 성격이 밝아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부임한 첫해인 2020년에 4학년 학급 담임을 맡았으며, 이듬해에도 같은 반 아이들의 5학년 담임을 맡았다. “6학년 때도 계속 담임을 하고 싶다”고 희망했으나 그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일본 민영방송인 니혼TV는 “한자와가 2년간 자신이 담당했던 학급 담임에서 밀려나면서 인사에 대한 불만이 매우 많았다”고 전했다.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고 생각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 측은 “통상적인 인사였다”고 반박했다. “학년이 바뀔 때마다 담임이 교체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오히려 2년 연속 같은 반을 담임한 일이 드물었다”는 설명이다.
한자와는 “사건 전날, 6학년 급식 보조업무를 하면서 제자들과 인사를 나눴고 담임을 맡지 못한 아쉬움이 되살아났다”고 진술했다. 그는 “내가 없는 곳에서 즐거운 추억이 만들어지는 것이 싫어 표백제를 넣었다”며 “학생들이 배탈이 나면 수학여행을 갈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법정에서는 표백제를 사전에 구입했는지 등 ‘범행의 계획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와 관련, 한자와는 “방 청소를 할 요량으로 산 물건이 배낭에 들어 있었다”고 밝혔다. 변호인도 “돌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압수한 한자와의 휴대전화에서 사건 열흘 전부터 ‘독살방법’ ‘급식 이물 혼입’ 등의 검색어가 발견됐다”며 피고 측의 주장을 일축했다. 검찰은 “파렴치하고 자기중심적인 범행”이라면서 한자와에 대해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증언대에 선 한자와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아이들에게) 정신적 충격을 줬고,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다”며 “아이들의 신뢰를 배신하고 안전을 위협해 미안하다”고 울먹였다. 이에 재판부는 “교사로서 아동을 가르치는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급식에 표백제를 넣은 것은 정상참작의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자와에게는 징역 2년,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일본 언론에 의하면, 한자와는 교사 집안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부모님과 친언니가 모두 교사로 알려졌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한자와는 대체로 신뢰가 두터운 교사로 통했다. 한 학부모는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는 분위기를 잘 만들어 모두가 한자와 선생님을 좋아했다”며 “그래서 더욱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2021년 학급 소식지에는 한자와가 직접 그린 캐리커처와 자기소개가 담겨 있다. 자신의 성격에 대해서 ‘아주 상냥하다’고 적었고, 취미로는 만화와 먹는 것을 꼽았다. 그러면서 “여러분이 좋은 방향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이 나의 보람이다” “모두들 사랑해”라며 아이들에 대한 애정을 서슴지 않고 글로 남겼다.
한자와는 첫 담임을 맡았던 아이들과 졸업할 때까지 함께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조직에서 인사이동은 예삿일이다. 기자회견을 연 시교육위원회 교육감은 “믿을 수가 없다. 매년 반이 바뀌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설령 인사에 불만이 있었다 해도 표백제 혼입으로 화살을 아동에게 돌리는 것은 분명 잘못됐다”고 심경을 밝혔다. 시 교육위원회는 충격을 받았을 아이들의 심리적 케어를 위해 ‘스쿨 소셜워커’를 파견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지 매체 ‘주간여성프라임’에 따르면 “선생님의 체포가 알려지자 많은 학생들이 울었다”고 한다. 6학년은 닛코로 수학여행을 갈 예정이었지만, 사건이 발생해 연기됐다. 그런데도 학생들은 원망하지 않고 한자와를 감싸기도 했다. 사건을 취재했던 한 일본인 기자는 “뜻대로 되지 않은 상황 앞에서 보인 언동은 한자와 피고보다 아이들이 훨씬 어른스러워 보였다”고 평했다.
마을 축제 음식에 독을…'카레 트라우마' 남겨
일본에서는 카레와 관련된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1998년 7월 25일, 와카야마현 마을축제에서 제공된 카레에 독극물이 혼입된 사건이다. 당시 카레를 나눠먹은 주민 67명이 복통과 구토 등 이상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고, 이 중 4명이 숨졌다. 최초엔 식중독에 의한 사고로 판단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독극물 ‘아비산’이 검출돼 살인사건으로 수사를 확대, 전직 보험영업사원인 주부 하야시 마스미를 용의자로 체포했다. 검찰에 따르면 “마스미는 평소 주민들과 잦은 불화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2009년 5월 대법원에서 마스미는 사형이 확정됐다.
사건 자체도 충격적이었지만, 하야시 용의자가 집 앞에서 기다리는 취재진에게 호스로 물을 뿌리는 모습, 인터뷰에서 도발하는 장면이 큰 화제를 모아 언론을 휩쓸었다. 당시 TV 와이드쇼에서는 하야시의 일거수일투족을 계속 쫓는 ‘카레 광상곡’이 펼쳐졌다. 사건의 영향으로 관련 지역은 현재도 급식에 카레가 나오지 않는 초등학교가 있다고 한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