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후 출소하면 그 딸은 어쩌라고?
현씨는 이날 재판에서 “성관계 사실은 인정하지만 위력은 아니었다”고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했다. 특히 현 씨는 “아이가 먼저 유혹했다”고 변명해 해당 재판 관계자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여덟 살 난 의붓딸이 먼저 자신을 유혹했다는 현 씨의 ‘기막힌’ 주장에 재판부 측은 현 씨에게 중형(징역 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건전한 자세로 자녀의 양육을 책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위력으로 아이를 간음함으로써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질렀다”며 “이 사건으로 아이에게 그릇된 자아가 형성되게 한 점, 평생 치유하기 힘든 정신적 고통을 안긴 점 등을 고려할 때 죄질이 무겁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그런데도 피고인은 끝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피해자가 자신을 유혹했다고 변명하고 있다”며 “범행 당시의 정황, 지위, 연령 등을 미뤄 여덟 살짜리 피해자가 피고인을 유혹했다고 보기 어렵고 일부러 처벌을 받게 하기 위해 허위로 진술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재판결과를 접한 일부 아동성폭행 관련 시민단체들은 “형량이 지나치게 낮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피해자 A 양의 현재 나이는 12세로, 현 씨가 형량을 마치고 돌아올 때쯤에도 갓 20세가 되기 때문이다.
관련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 아무개 씨(31)는 6월 1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미성년자를 수차례 성폭행해도 8년밖에 선고받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 A 양이 대학교에 입학해서 간신히 정신적인 후유증을 극복할 때쯤 다시 과거 자신을 성폭행했던 의붓아버지를 만나게 된다면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그 정신적 피해 보상은 누가 해줄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 씨는 “최근엔 11세 초등학생 의붓딸을 성추행한 40대 남성이 집행유예 선고를 받는 황당한 판결도 있었다. 피해자 모친이 처벌을 원치 않고 동종 전과가 없다는 이유로 낮은 형량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동성폭행 범죄의 경우 정신적 피해 강도가 다른 성폭행 사례보다 더 심각하기 때문에 가해자의 형량이 더 강화돼야 한다는 게 김 씨의 주장이다.
현재 A 양은 본인이 원하면 의붓아버지 현 씨로부터 파양이 가능하다. 그러나 8년 후 현 씨가 출소했을 때 자신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할 만한 마땅한 법적 보호 장치가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4년 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조두순 사건’에서 피해자 나영이의 법적 대리인을 맡아 화제가 된 조인섭 변호사 역시 “피고인 현 씨가 낮은 형량을 선고받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조 변호사는 “양부가 저지른 범죄이고 계속적, 반복적 범죄라는 점에서 ‘가중요소’에 해당한다. 따라서 현 씨에게는 최소 11~15년의 형이 선고돼야 맞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형(8~12년)이 적용됐고 그중에서도 가장 약한 8년 형이 선고됐다”고 말했다.
현재 대법원 성범죄 양형기준에 따르면 13세 미만 대상 성범죄의 경우 기본형은 8~12년이고, 가중형은 11~15년의 형을 선고하도록 돼 있다. 이와 관련 조 변호사는 “국내 성범죄 관련법 자체가 약하게 마련돼 있진 않지만 실제 운영에 있어서 법에 나와 있는 형보다 낮게 선고되는 경향이 있다. 집행유예도 외국보다 많이 선고되는 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