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조작 몰랐다지만 작전 세력 홍보 활동 참여…‘얼굴 마담’ 전철 그대로 밟아 대중 반응 냉랭
임창정 본인의 주장에 따르면 그는 2022년 11월 지인의 소개로 이번 사태의 작전 세력들과 만나게 됐다. 당시 만남은 ‘투자’를 목적으로 성사됐던 것이란 게 그의 이야기다. 임창정은 “그들이 케이블 방송 채널, 프랜차이즈 관련 IT기업, 드라마 제작사 등 다양한 IP(지식재산권)를 소유하고 있었고 제가 추진하려는 사업과 굉장한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기대해 제휴 사업을 논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논의 과정에서 상대측이 임창정의 법인 (주)임창정 등이 소유한 엔터테인먼트 기획사(예스아이엠 엔터테인먼트)의 구주를 인수하고 유상증자를 통해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임창정이 주식을 매각하기로 결정하자 이들은 그 매매대금을 자신들의 운용사에 재테크할 것을 권유했다. “저평가된 우량기업에 대한 가치투자를 통해서 재력 있고 신망 있는 유명한 자산가들의 주식계좌를 일임 받아 재테크 관리를 하고 있다”며 관련 자료를 제시한 것에 넘어가 이들의 말이 ‘좋은 재테크’라고 믿고 계좌를 개설한 뒤 투자를 전적으로 맡겼다는 게 임창정의 주장이다. 매매대금 50억 원 가운데 30억 원을 재투자하기로 하고 자신의 증권사 계좌에 15억 원, 아내 서하얀 씨의 계좌에 나머지 15억 원을 넣은 뒤 각자 신분증까지 이들 일당에 맡겨 대리 투자하도록 했다. 어떤 방식으로, 어느 종목에 투자하는지는 전혀 알 수 없었지만 이 투자금은 약 한 달 반 만에 58억 원으로 뛰었다.
그러나 이 돈은 제대로 만져볼 새도 없이 ‘증발’했다고도 주장했다. 4월 25일 기준으로 임창정은 투자금의 대부분을 잃어 1억 8000만 원 남짓 남아있다고 밝혔다. 작전 세력이 임창정에게 알리지 않고 신용 매수까지 하면서 약 84억 원 상당의 주식을 샀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약 60억 원가량의 빚이 생겼으며 차압을 당할 위기에 놓였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임창정은 이 점을 부각하며 자신도 피해자이고 단지 금융지식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었다며 차후 수사기관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창정은 이와 더불어 “다른 이들에게 절대 투자를 권유하지 않았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동일한 작전 세력이 방송인 노홍철, 가수 박혜경에게도 접근한 사실이 알려졌고, 이들의 투자 여부에 임창정의 영향이 작용하지 않겠냐는 의혹이 제기된 데에 대한 반박이다. 노홍철의 경우는 작전 세력 일당 중 한 명이 골프 레슨을 미끼로 투자를 권유했으나 노홍철이 최종적으로 거절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임창정의 권유를 받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박혜경 역시 “임창정과 투자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작전 세력이 박혜경에게 전속계약을 하겠다며 직접 접근한 뒤, 전속계약금 1억 원을 자신들에게 맡겨야 한다고 요구하는 과정에서 임창정을 앞세워 그가 음반회사를 맡아 계약을 이관 받게 된다며 자신을 안심시켰다는 것이다. 임창정과는 전속계약 문제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을 뿐이고 투자에 직접 참여하게 된 것은 작전 세력이 보여준 투자 수익 현황을 확인한 뒤의 일이었다.
이들이 계약금 1억 원을 불려나가는 것을 보고 믿을 만한 투자자라고 생각해 자신의 돈 4000만 원을 추가로 맡겼는데 이번 사태로 인해 그 돈을 모두 잃었다는 게 박혜경의 이야기다. 계좌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까지 전부 작전 세력에게 넘겼기 때문에 중간에서 본인이 막을 수 없었다는 것.
노홍철은 거절했고, 박혜경은 엄밀히 말하면 임창정을 보고 투자한 것은 아니기에 임창정의 주장대로 다른 이들에게 투자를 권유하지 않은 것은 맞다. 그러나 작전 세력의 홍보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간접적인 투자 피해를 이끌어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임창정은 작전 세력들이 운영하는 방송 채널에 출연했고 이들이 인수한 해외 골프장에도 함께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견미리 등 굵직한 주가 조작 사태에 이름을 올렸던 연예인들의 대다수도 홍보에 적극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런 유명인들의 이름값을 믿고 투자했다가 막대한 피해를 입은 이들도 적지 않았다. 임창정의 경우도 이 사례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한 방송가 관계자는 “작전 세력 사람들이 접근할 때 골프나 온라인 게임 등 임창정이 관심을 가질 만한 것들을 앞세워 친밀감을 높였던 것으로 안다. 관심사도 비슷한데 투자까지 잘하는 사람이라고 하니 믿기도 쉬웠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이 세력의 이상한 점을 전혀 알지 못해 온전히 피해만 봤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 같다. 잔뼈 굵은 방송인이나 연예인들 사이의 화두는 대부분 재테크인데 주식 문제는 워낙 사건사고 사례들이 많아서 임창정 정도 되는 연예인이 의심조차 하지 않고 투자에 들어간다는 말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임창정의 논란은 그가 키워낸 걸그룹 미미로즈의 활동과 최근 상금 1억 원을 내걸고 개최 예정이었던 오디션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미로즈는 내부 일정대로 오는 7월 컴백을 진행한다고는 밝혔으나 소속사 대표인 임창정의 ‘자금난’으로 인해 정상적인 활동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지난 3월 시작해 4월 30일 최종 합격자 선발을 앞두고 있던 글로벌 오디션 역시 무기한 연기됐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