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회장(‘희대의 사기꾼’ 주수도 JU 회장)이 써먹었던 그 수법과 닮았네…
▲ 커매닉코리아 본사 빌딩 전경. |
▲ 화장품점으로 바뀐 커매닉 신촌점. |
손 씨는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커매닉코리아 함 아무개 이사(44) 등 5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달아난 강 아무개 씨 등 2명을 쫓고 있다. 손 회장은 한때 JU그룹에서 중간 책임자 격인 그룹장을 맡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수사 결과 손 회장은 강 아무개 씨 등과 JU그룹에서 만나 알게 돼 함께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JU의 악몽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이번 사기사건의 숨겨진 이면을 들여다봤다.
손회장과 그 일당들은 홍콩법인으로 SH글로벌이라는 회사와 커매닉글로벌, 커매닉코리아, 커매닉엔젤, 럭셜엔젤 등 계열사를 설립하고 2010년 8월부터 작년 7월까지 아시아 각국으로 진출할 글로벌 프랜차이즈 사업을 한다고 홍보했다. 이후 투자를 유치한다는 명목 아래 투자설명회에서 “유망한 프랜차이즈 회사를 운영 중인데 투자할 경우 매월 투자액의 2~5%를 확정 지급한다”고 광고했다. 이런 수법으로 300여 명의 투자자로부터 20억 4960만 원을 유치해 가로챘다고 검찰은 밝혔다.
아울러 커매닉엔젤 투자금 17억 1000만 원과 럭셜엔젤 투자금 46억 4400만 원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 같은 혐의 외에도 법인설립등기를 위한 자본금 5억 원을 사채업자로부터 빌려 은행에 납입한 후 등기가 끝나면 회사 돈을 빼내 바로 돌려주는 수법으로 버젓이 주식회사를 설립했고, 유상증자 시에도 똑같은 수법을 쓴 정황도 포착했다.
검찰 발표 후 <일요신문>은 문제의 중심에 선 커매닉코리아를 찾아 몇몇 관계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커매닉코리아는 미국 LA에 소재한 Kermanig Bakery에서 들여온 유기농 포카치아( 허브와 치즈 및 다른 토핑을 노릇노릇하게 구운 빵. 현대 피자의 원조로 알려짐)와 커피 등의 음료를 제공하는 프랜차이즈 사업을 진행하던 회사였다. 포카치아를 공급하는 미국 회사는 3대째 가업으로 이어져 62년 전통을 지니고 있으며, 미국의 3대 대형마트라는 월마트, 샘스클럽, 코스트코에도 납품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유기농 포카치아와 건강음료가 판매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기자는 직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연대 앞 신촌점을 찾았다. 하지만 커매닉 신촌점이 있던 자리에는 화장품 가게가 들어와 있었다. 그것도 정식으로 내부 인테리어를 끝낸 매장이 아니라 빈 가게에 잠시 들어와 영업하는 모양새였다.
화장품 가게 관계자는 기자가 방문하기 하루 전부터 장사를 시작했다고 했다. 커매닉 신촌점에 대해 묻자 이 관계자는 “그 이전에도 비어 있었고 이전 가게에 대한 내용은 아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기자가 근방을 수소문한 결과 커매닉 신촌점은 이미 20~30일 전에 급작스럽게 영업을 그만두고 폐업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보자 역시 의아하게 생각해 회사 대표번호로 문의를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전했다.
갑작스런 폐업 이유를 들어보기 위해 기자는 양재동에 위치한 커매닉코리아 본사를 방문했다. 본사 건물은 지상 8층에 지하주차장까지 갖춘 빌딩이었다. 커매닉 로고가 새겨져 있었고 유리외벽 건물로 깔끔한 외관을 자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겉보기와는 달리 이 본사빌딩 역시 압류되어 지난해 8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임의경매가 개시됐고 지난 5월에는 매각허가결정까지 난 상태다. 건물 외벽에는 임차인들이 설치한 것으로 보이는 ‘유치권 행사 중’이라는 현수막이 붙어있었다. 본사에 위치한 양재 직영점에서 담당매니저를 만날 수 있었다. 가게는 한산해서 매니저 한 명과 여성 아르바이트생 한 명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담당매니저는 “지난 두 달간 월급을 받지 못했다. 이번 달까지만 지켜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도 원래 커매닉코리아 사무실에서 기획 업무를 담당했다. 당시에는 직원들이 10여 명 근무했었다. 하지만 급여가 연체되자 지난달 28일쯤에 사무실 직원 전원이 회사를 떠났다. 이곳 양재 직영점을 관리하던 매니저 등도 그때 떠나버려 그나마 커피 등을 조금 아는 내가 매니저를 맡게 됐다. 지금 내가 떠나게 되면 양재 직영점도 그 시간부로 영업종료다”라고 말했다.
회사 사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눈치 채지 못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나도 전혀 몰랐다. 이번 보도를 보고서야 알았다. 자금적인 문제로만 알았지 사기혐의까지는 금시초문이다”라고 답했다.
빌딩의 가장 위층인 8층에는 회장실이 있었으나 인적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래층으로 차례대로 내려가자 커매닉코리아 관리본부의 빈 사무실이 눈에 띄었다. 사무실 안은 업무용 PC 등도 사라진 빈 책상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 아래층에는 ‘커매닉 피해 대책위’라는 안내가 붙은 사무실이 있었다.
이곳에서 기자는 의외의 인물을 만날 수 있었다. 50대로 보이는 여성 5명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커매닉코리아 양시광 대표였다. 양 대표는 작년 9월 한 소셜커머스 업체와 업무제휴를 맺고 “연내 매장을 50개까지 늘리겠다”며 강한 의욕을 보였었다. 하지만 막상 만난 양 대표는 지친 얼굴로 인터뷰 요청을 거듭 고사했다.
기자가 신촌 직영점의 급작스런 폐쇄 이유를 묻자 양 대표는 “그건 사정이 있다. 내부적으로 어려워서…”라고 말끝을 흐렸다. 커매닉코리아가 현재 운영은 되고 있냐는 질문에도 “현재 정상화시키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짧게 답했다. 구속된 손 회장과는 어떤 관계냐는 질문에는 “나나 회사는 그 문제와는 상관이 없다. 윗분들이 돈을 함부로 써서…”라며 사무실 문을 닫았다.
본사 사무실은 텅 비어 있고 매장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어렵게 만난 양 대표한테서도 손 회장과 사기사건에 관한 이야기는 더 이상 들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정말 커매닉은 실체가 없는 다단계 사기에 불과했을까.
가맹점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커매닉 압구정점의 정 아무개 대표(32)를 찾았을 때 그제야 프랜차이즈로서의 커매닉 매장을 실제로 볼 수 있었다. 지난해 7월 직영으로 오픈한 커매닉 압구정점은 올해 4월부터 정 대표가 인수해 가맹점 형태로 운영하고 있었다. 정 대표는 “이번 손 회장 사건으로 이미 몇몇 언론이 와서 커매닉코리아의 정황에 대해 물었다. 하지만 모른다. 잠시 본사에 들어가서 한 달쯤 교육을 받은 것 외에는 본사와 큰 교류가 없었다. 당연히 본사의 내부 사정에 대해 아는 것이 없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본사에서 식자재 유통 등은 잘 이루어지고 있냐고 묻자 “아직은 유지되고 있다”고 답한 정 대표는 본사의 어려움을 안타까워하면서도 독자적인 생존을 위해 고민하는 눈치였다.
모 일간지에서 보도한 ‘(커매닉이) 미국 시골의 작은 빵집이었고 빵은 싸구려 수입 냉동빵이었다’는 기사에 대해 묻자 정 대표는 “그건 사실과 전혀 다르다. 실제로 미국 커매닉 베이커리는 코스트코 등에 납품할 정도로 생산설비를 갖춘 회사다. 시골 빵집은 말이 안 된다. 싸구려 냉동빵이라는 말 역시 터무니 없는 소리다. 실제로 우리가 미국에서 공수된 빵을 받고 있고 단가 역시 만만치 않은데 싸구려 냉동빵이라니…, 확인해 봤는가. 그런 걸 손님들에게 대접하고 장사해 먹지는 않는다”고 단호히 말했다. 미국 베이커리를 사칭한 사기행각은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이었다.
주범인 손 회장은 구속기소 됐지만 남겨진 회사와 투자자는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JU의 망령이 휩쓸고 간 회사에는 직원들도 없었고 양 대표를 비롯한 몇몇이 재기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을 뿐이다. 커매닉코리아가 JU의 악몽을 딛고 우량한 프랜차이즈 업체로 거듭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민식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