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키움 김익래·서울도시가스 김영민 회장 차익 실현…삼천리 세방 다올증권은 대주주 거래 없어
8개 종목 주가가 폭락한 때는 지난 4월 24일이지만 다올투자증권을 제외한 7개 종목(삼천리, 서울도시가스, 다우데이타, 세방, 선광, 하림지주, 대성홀딩스)의 주가는 그 이전에 상승세가 둔화되거나 하락반전 조짐이 나타났다. 폭락에 가장 임박해 차익을 챙긴 이는 4월 20일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 주를 처분한 다우키움그룹 김익래 회장이다. 서울도시가스 김영민 회장은 이보다 사흘 앞선 4월 17일에 10만 주를 팔았다. 김익래 회장과 김영민 회장의 매각대금은 각각 605억 원, 477억 원에 달한다. 매각 시점이 공교롭다는 지적에 대해 다우키움그룹 측은 '우연의 일치'라는 입장이다. 서울도시가스도 이와 관련된 공식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선광 특수관계인들도 2022년 12만 3848주를 팔았다. 평균매도단가가 8만 7356원을 기준으로 108억 원 규모다. 2019년 말 선광 종가는 1만 6600원이었고 지난 4월 21일 기록한 최고가는 17만 2000원이다. 이에 대해 선광 한 관계자는 “80세를 넘어선 고령의 특수관계인들이 당시 주가 등을 고려해 개인적인 용도로 단순 처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성홀딩스는 다른 종목 덕을 봤다. 대성홀딩스는 서울도시가스와 함께 대성산업에서 계열분리된 회사다. 2021년까지만 해도 서울도시가스 지분 22.6%(113만 주)를 가진 대주주였다. 계열분리를 위해서는 지분 정리가 필요하다. 대성홀딩스는 지난해부터 서울도시가스 주가가 급등하자 지분매각에 나선다. 2022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3차례에 걸쳐 37만 주를 매각해 1194억 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덕분에 대성홀딩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줄었지만 순이익은 급증한다. 대성홀딩스 김영훈 회장의 지분율은 73%다. 회사 이익은 대부분 김 회장에게 귀결된다.
하림지주는 최대주주가 아닌 기관투자자가 민첩한 움직임을 보인 사례다. 하림지주는 지난해 6월 트러스톤펀드를 상대로 442억 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했다. 교환사채는 돈을 빌리고 대신 주식으로 갚는 채권이다. 돈을 빌려준 입장에서는 주가가 올라야 이익이다. EB 발행 당시 1만 700원이던 하림지주 주가는 지난해 말 7000원대로 떨어진다.
올해 들어 하림지주 주가가 급등하자 트러스톤은 3월 6일부터 4월 17일까지 EB 전량(398만 주)을 신속히 교환한다. 교환가격은 1주당 1만 1062원꼴이다. 트러스톤의 보유지분이 5% 미만이라 처분 여부를 외부에서 확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트러스톤의 주식교환 직후부터 기관 매물이 급증한다. 지난 4월에도 3일부터 19일까지 약 200만 주의 기관 매물이 쏟아진다. 폭락 전 하림지주 주가는 1만 7000원을 넘기도 했다.
검찰과 금융당국도 이번 사건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와 조사에 착수했다. 자본시장법 176조는 시세조종 행위 금지, 178조와 178조의 2는 부정거래행위와 시장교란행위를 각각 금지한다. 미리 정한 시간과 가격에 거래하는 통정매매는 178조의 2에 해당한다. 처벌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형이다.
시세조종이 있었다면 주체를 적발해 처벌하고 선의의 투자자들이 입은 피해를 보상하도록 할 수 있다. 하지만 8개 종목은 주가가 폭등한 후 단기간에 폭락했다. 폭락 전 팔지 않았으면 이익을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손실을 본 사람들은 많은데, 이익을 본 사람이 제한적이다. 그나마 폭락 국면에서는 가장 먼저 팔아야 가장 많은 차익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유력한 추정은 시세조종 세력 내부에서 누군가 먼저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매도폭탄의 방아쇠를 당겼다는 내용이다. 결국 자본시장법 177조의 시세조종의 배상책임이나 벌금형을 부과하려면 4월 24일 주가 폭락을 초래한 한국SG증권 창구 매도주문의 주체를 가려내는 것이 핵심이 될 수 있다.
시세조종이 있었다면 투자자문사 등을 통해 8개 종목에 투자한 연예인 등 이른바 부유층들은 손실을 배상받기는커녕 오히려 처벌대상이 될 수도 있다. 시세조종 과정에서 대포폰, 차명계좌 등의 불법수단을 동원한 매매가 가능할 것을 알고도 신분증 등을 넘겼다면 공범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세조종을 주도한 투자자문사의 최소 투자금액이 3억 원 이상이고, 수십억 원을 투자한 이들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들의 면면이 밝혀진다면 국세청이 거액의 자금 조성과정에서 탈세 여부를 조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세조종 관련 조사와 함께 이번 사건으로 이익을 얻은 대주주와 회사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해 보인다. 자본시장법 178조의 2는 매매 등 여부 또는 매매 등의 조건에 중대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정보이거나, 투자자들이 알지 못하는 사실에 관한 정보로서 불특정 다수인이 알 수 있도록 공개되기 전에는 해당 회사 관계자나 직무 관련자들이 활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쉽게 말해 8개 종목 회사 주주와 관계자나, 이들 종목의 거래가 많은 증권사 관계자들이 일반인들이 알기 어려운 내부정보를 활용해 돈을 벌지 못하게 하는 조항이다.
회사 경영권을 가진 최대주주는 주주명부 등을 확인해 평소와 달라진 주주구성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다. 증권사 관계자도 자사 창구를 통한 종목별 투자자별 거래내역 확인이 가능하다. 일례로 다우데이타의 경우 주가 급등이 시작된 2022년 11월부터 김익래 회장이 지분을 매각하기 직전인 2023년 4월 19일까지 가장 많은 거래(매도 794만 주, 매수 771만 주)가 이뤄진 창구가 키움증권이다. 김익래 회장의 경우 다우데이터 주주명부와 거래내역 등에 모두 접근할 수 있었던 위치인 셈이다.
한편 8개 종목 가운데 삼천리, 세방, 다올투자증권 등 3종목은 불법 의혹에서 그나마 자유로운 위치다. 주가가 요동치던 기간 경영권을 가진 대주주의 주식 거래가 없었기 때문이다.
삼천리는 이만득 명예회장과 유상덕 삼탄 회장이 공동지배한다. 삼탄 역시 두 집안이 공동 소유하는 형태다. 이씨 일가는 삼천리, 유씨 일가는 삼탄의 경영을 주도한다. 두 집안의 삼천리 주식 매매는 나란히 주식을 샀던 2020년이 마지막이다. 삼천리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한 때는 2022년이다. 세방은 2020년 최대주주 간 상당수 지분 증여가 이뤄졌고 주가가 급등한 시기는 2022년 하반기다. 세방은 후계구조 작업 전이어서 이상웅 회장이 여전히 지분 44.7%를 직접 통제하고 있다.
다올투자증권은 지난 연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로 주가가 급락했다. 올해 1분기 주가가 지난해 말 대비 두 배나 급반등했지만 다른 7개 종목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크지 않다. 최대주주인 이병철 회장의 지분율도 21% 낮다. 이 회장이 1969년생이어서 후계작업과도 관계가 적다.
최열희 언론인
임홍규 기자 bent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