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서 길거리 돌아다니기 어려울 정도”…월클 수비수로 떠오르며 빅클럽 이적설 돌아
#몸값 천정부지로 치솟아
김민재는 나폴리가 리그에서 34경기를 치른 현재 33경기에 나섰다. 33경기 성적은 25승 5무 3패다. 23실점만 허용하는 '짠물 수비'를 펼쳤다.
공격에서도 2골 2도움으로 기여했다. 특히 시즌 2호골인 5라운드 라치오전 골은 팀이 0-1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동점골이었다. 2-1 역전승의 발판이 됐다. 시즌 초반 김민재 개인과 팀 모두 자신감을 이어나갈 수 있는 골이었다.
공격수 빅터 오시멘, 미드필더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와 함께 김민재는 나폴리의 우승공신 3인으로 꼽힌다. 수비 포지션에서 리그 베스트 등극도 기대된다.
김민재는 이제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수비수가 됐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파리생제르망 등 세계적인 빅클럽과 이적설을 만들고 있다. '명장' 조세 무리뉴 AS로마 감독은 그의 활약상에 대해 "토트넘 감독 시절 그를 영입하려 했지만 구단에서 거절했다"는 비화를 털어놓기도 했다. 현재보다 저렴한 가격에 김민재를 영입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해 아쉽다는 의미였다.
몸값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추정 이적료가 5000만 유로(약 726억 원)로다. 수비수 포지션을 감안하면 엄청난 금액이다. 이대로 이적이 실현된다면 역대 수비수 이적료 20위권에 준하는 액수다. 실제 이적료는 5000만 유로를 넘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의심 걷어낸 활약
김민재가 걸어온 길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지난 시즌까지는 빅리그로 분류되지 않는 터키에서 뛰었다. 페네르바체에서 뛰며 팀의 리그 준우승에 기여했다. 적응 기간 없이 이적 직후부터 리그 31경기에 나섰다.
페네르바체에서 팬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선수로 단숨에 떠올랐다. 팀을 떠난 지 1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난 현재까지도 페네르바체 팬들은 김민재를 잊지 못한다. 최근 세리에A 우승을 확정 지은 이후에도 터키 현지 팬들은 김민재의 소셜미디어에 찾아와 그리움을 전했다.
빅리그 활약 여부는 미지수였다. 터키와 이탈리그 수준 차이가 적지 않은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세리에A에서도 나폴리는 상위권 순위를 지키는 팀이다. 하지만 김민재는 보란 듯이 주전 자리를 꿰차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유럽대항전에서는 리버풀이라는 거함을 상대로도 주눅들지 않는 활약을 선보였다.
김민재는 프로 데뷔인 전북 현대 시절에도 기대치를 뛰어 넘었다. 슈퍼스타들이 모여 '신인의 무덤'이라 불리는 전북에서 데뷔와 동시에 핵심 수비수로 올라섰다.
중국 이적으로 유럽 진출이 멀어진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낳았지만 중국 생활 2년 반 만에 터키로 이적했다. 유럽 무대는 처음이었지만 또 다시 '적응 기간' 없이 맹활약을 펼쳤다.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도 크게 활약했다. 프로입단 1년 차부터 A대표팀에 발탁, 월드컵 본선 진출권이 걸린 중요한 경기에서 본인의 임무를 온전히 수행해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은 부상으로 낙마했으나 최근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우루과이, 브라질 등을 상대로 맞섰다. 대표팀의 16강 진출에 큰 역할을 했다.
#유럽 3년 차 행선지는
이제는 김민재의 미래에 눈길이 쏠린다. 나폴리 이적 이후 적응 기간이 없는 활약에 지난겨울부터 맨유, 맨체스터 시티, 리버풀, 토트넘 홋스퍼 등 프리미어리그 팀들과 파리생제르맹까지 관심을 보인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이적의 1차 관문은 바이아웃이다. 김민재는 오는 7월 1일부터 15일간 5200만 유로(약 755억 원)의 바이아웃이 책정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민재 영입을 원하는 구단이 5200만 유로만 지불한다면 나폴리 구단과 별도의 협상 없이 김민재와 접촉할 수 있는 것이다. 다수의 구단 간 경쟁이 벌어지면 이적료는 더욱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민재는 525만 유로(약 76억 원, 전북→베이징), 300만 유로(약 43억 원, 베이징→페네르바체), 1805만 유로(약 262억 원, 페네르바체→나폴리)의 이적료를 각각 발생시켜 왔다.
김민재는 나폴리와 동행보다 이적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나폴리 구단은 이적 확률을 높이는 바이아웃 조항 삭제, 연봉 인상, 계약기간 연장 등의 내용이 담긴 재계약을 제안했다. 하지만 김민재 측에서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재는 여러 구단의 제안이 동시에 들어온다면 본인의 입맛대로 유니폼을 골라 입을 수 있다. 국내 축구계에선 '김민재가 원하는 구단'이라며 각종 루머가 난무하고 있다.
세계적 수비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어느 팀을 선택하든 일정 시간 이상 출장시간은 보장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민재와 연결되는 구단 대부분 센터백 자원의 부족함을 느끼거나 주전 선수들의 부상 이슈가 있다. 이상윤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김민재는 기량이 좋은 것 외에도 플레이스타일 면에서 공격적인 수비와 뒷공간 커버 모두 가능한 수비수다. 드리블로 전진성이 있고 패스 능력도 겸비했다"며 "어떤 감독을 만나도 쓰임새가 다양하기에 중용될 수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김민재의 고교시절을 지켜본 이학종 전 수원공고 감독은 "고등학교 3년 잠깐 스친 감독이 무슨 할 말이 있겠나. 그저 우승 축하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면서도 박지성의 사례를 들었다. 이 전 감독은 수원공고 시절 김민재뿐 아니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자 박지성도 배출한 바 있다. 그는 "지성이도 네덜란드에서 맨체스터로 갈 때 고민이 많았다. 나는 당시 너무 높은 팀으로 가는 것 걱정이 많았는데 결국 해내더라. 그런 것을 보면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 하는 것 같다.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민재가 알아서 잘 선택할 것"이라고 덕담을 전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