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엘리트 사이선 그가 ‘파워맨’
▲ 성택이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북한 인민보안부의 힘이 세지고 있다. 한편에선 최룡해 당 비서의 파워만 못하다는 평가다. 연합뉴스 |
<일요신문>은 최근 들어 점점 권력 장악에 속도를 내고 있는 북한 권력 2인자 장성택의 숨은 노림수를 추적해봤다.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은 명실상부 북한의 2인자다.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당 행정부장, 당 중앙위원회 위원,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등 각종 주요 직책을 갖고 있는 장성택은 김정일 위원장 사후, 대장 칭호까지 수여받으며 세를 과시했다. 더군다나 그는 김정일의 유언집행자인 여동생 김경희의 남편이라는 점에서 큰 힘을 받고 있다. 일부 급진적인 진영에서는 장성택의 섭정 소문이 설득력 있게 나돌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최근 장성택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가 실권을 장악하고 있는 북한의 경찰조직 인민보안부에 의미 있는 변화가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와 통화한 대북단체 열린북한통신 소속의 한 통신원에 따르면 지난 4월경, 장성택이 ‘인민보안부 소속 공병총국의 각 여단 경비소대를 인민보안부 특수경비대로 개편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이는 북한 정권의 실세이자 인민보안부를 장악하고 있는 장성택의 직접적인 지시사항이라는 점에서 분명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인민보안부 산하의 공병총국은 일종의 공병조직으로 특각(별장) 등 건물공사를 주로 하는 7총국과 도로공사를 주로 진행하는 8총국으로 나눠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병총국의 각 여단에는 평소 무장을 하고 있는 경비소대가 배치되어 있는데, 이 무장부대를 떼어내 하나의 특수경비대로 개편했다는 것이다.
이 통신원은 이에 대해 “장성택이 분산되어 있는 무장부대를 하나로 모았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지난 과거 김정일이 개인 친위부대를 두었던 것과 비슷하다. 최근 장성택에 의해 조직된 특수경비대는 그에 못지않은 상당한 특권이 있다고 들었다”면서 “또 한 가지 눈여겨 볼 것은 특수경비대 개편과 함께 평성과 평양에 있던 군견 훈련소를 함께 이전시켰다는 것이다. 이는 특수경비대가 훈련을 통해 전력을 강화하는데 용이한 조치다”라고 설명했다.
인민보안부 조직 자체의 권한도 김정일 사후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다. 이 통신원에 따르면 북한의 국정원 역할을 하는 비밀경찰조직 국가안전보위부의 방첩업무 권한이 최근 들어 인민보안부로 일부 넘어갔다고 한다. 방첩이란 적의 첩보활동을 막고, 자국의 정보가 적에게 새어 나가지 못하게 하는 일련의 정보활동을 의미한다. 대개의 경우 일국의 정보기관이 담당한다.
인민보안부의 방첩기능 추가는 이미 지난 5월께, 또 다른 대북단체인 ‘뉴포커스’가 전한 바 있다. 당시 뉴포커스는 인민보안부가 방첩기능 이전과 함께 지난 3월경 주민들의 성분 검증 차원에서 전국 단위 주민등록 조사에 나서는 등 막강해진 조직력과 실권자인 장성택의 권능에 대해 언급했다.
▲ 김정일 사망 6개월여 만에 북한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오른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숙부 장성택의 권력부상을 어떻게 견제할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
그렇다면 최근 장성택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한 내부 분위기는 어떨까. 현재 북한 당·정·군 고위층 내부에서는 김정일 사후 권력 장악 속도를 내고 있는 장성택에 대해 경계의 눈초리와 함께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또한 일반 주민들 사이에서는 아직까지 장성택의 위력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지만 고등교육을 받은 일반 엘리트 층 사이에서는 이미 소문이 날 때로 난 상태라고 한다.
특히 고위층 내부에서는 지난 과거 일례를 통해 나타났던 장성택의 권력욕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통신원은 이에 대해 “나중에 복권됐지만 지난 2003년 그가 귀향길에 올라 혁명화 교육과정을 거친 이유는 바로 종파주의와 권력남용 때문이었다. 그러한 위험한 행동 때문에 김정일 눈 밖에 난 것이다. 그가 김정일의 ‘기쁨조’와 유사한 유희조직인 ‘협조단’을 꾸려 향락을 즐겼다는 것은 너무나도 유명한 일화다. 이러한 권력욕과 호의호식을 좋아하는 성격은 어찌 보면 김정일과 비슷하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장성택의 급부상에 대해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북한 내부소식에 밝은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이윤걸 대표는 “장성택의 권력 부상은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장성택의 권력 급부상에 대한 이야기는 북한 내부 권력 구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나오는 현상이다. 북한의 권력구조는 한국과 같은 관료제가 아니다. 아무리 장성택이라도 그를 견제하는 장치는 조직 내부에 다 마련되어 있다. 어찌됐건 최고지도자 김정은에게 그의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직보된다. 또 인민보안부의 방첩업무 이관은 과장된 측면이 많다. 이미 인민보안부는 오래전부터 국내 방첩업무 일부를 수행해 온 상태다”라고 주장했다.
▲ 최룡해 당 비서. |
이 대표는 이에 대해 “현재 최룡해의 권력은 대단하다. 장성택에 대한 여러 가지 낭설이 존재하지만 그를 견제하고 또한 넘어서는 힘이 그에게 존재한다”라고 지적했다.
권력 가속도에 탄력이 붙고 있는 장성택의 진짜 숨은 노림수가 무엇인지는 좀 더 지켜볼 대목이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