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선 ‘1+1’ 할인 이벤트까지…
▲ 물뽕으로 불리는 신종 마약 GHB. SBS 8시 뉴스 화면 캡처 |
최근 미국 마이애미에서 신종 마약을 복용한 한 남자가 인육을 먹은 사건이 발생해 미국 전역이 발칵 뒤집혔다. 이 엽기적인 행위를 저지른 남성은 범행 직전 ‘배스솔트’라는 신종 마약을 복용했던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 사건 이후 ‘배스솔트’는 일약 ‘악마의 숨결’이라는 별칭까지 붙여지며 차세대 신종 마약으로 등극하는 오명을 얻게 됐다.
이러한 신종 마약 배스솔트를 국내로 들여오려는 밀반입 시도가 있었던 사실이 처음으로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관세청은 6월 25일 “지난해 8월 국제 우편물을 검역하던 중 배스솔트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배스솔트를 비롯해 또 다른 신종 마약 ‘스파이스’도 문제가 되고 있다. 스파이스는 기존의 대마보다 환각성이 강한 마약으로 지난해 9월부터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버젓이 국내로 유통돼 왔다. 일례로 갓 스무 살이 된 이 아무개 씨(남)가 스파이스를 국제택배를 통해 국내로 대량 밀반입한 후 대학생 및 학원강사들에게 판매하다가 6월 14일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처럼 기존의 코카인, 필로폰을 비롯해 배스솔트, 스파이스 등 굵직한 신종 마약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수사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마약전문가 이철희 씨는 “물뽕과 같이 현재 온라인상에서 판을 치고 있는 환각물질, 일명 ‘데이트 강간 약’들이 가장 큰 문제다. 성범죄에 이용될 수 있고 미성년자도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국의 철저한 대책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범죄에 이용되는 환각 물질들은 일반적으로 캡슐 형태라 의약품으로 위장하기 쉽고 24시간 내에 인체를 빠져나가는 특징이 있다. 즉 사후 추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높다.
특히 성폭행에 사용되는 마약 등은 해외 사이트 등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해외 유명 사이트에서 ‘물뽕’ 등을 검색하면 물뽕(ghb), 도리도리, 환각껌 등의 마약을 판매하고 있는 블로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유명 마약 판매 블로그에 접근해보니 해당 판매자는 블로그를 마치 쇼핑몰처럼 운영하며 ‘2주년 할인’ ‘1+1 할인’ 등 다양한 할인 이벤트를 앞세워 구매를 부추기고 있었다. 판매자는 블로그를 통해 “일반 쿠키와 맛과 모양이 똑같은 ‘물뽕쿠키’와 ‘환각껌’은 효과도 좋고 부담 없이 상대방에게 건넬 수 있다” “물뽕은 데이트할 때나 클럽에서 상대방에게 몰래 투약할 수 있다”며 성범죄를 조장하는 글도 서슴지 않고 올렸다.
기자는 실제로 물뽕을 판매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해당 판매자에게 ‘물뽕을 구매하고 싶다’는 메일을 보내봤다. 판매자는 메일주소를 바꿔가며 답장을 해오는 치밀함을 보였다. 판매자는 메일을 통해 “초보자들이 부담없이 사용하는 게 ‘대마’이고, 가장 강한 게 ‘엑스터시’다. 효과가 죽인다. ‘물뽕’은 작업용이라 보통 기절을 하게 된다”며 신종 마약으로 성폭행을 손쉽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배송 방법은 007영화의 한 장면을 방불케 했다. 이 판매자는 “고객님이 사는 곳에서 최대한 가까운 장소를 정해 주겠다. 예를 들어 어디 공원 몇 번째 의자 밑, 화장실 몇 번째 칸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렇게 해야 신상정보 노출이 안 된다”고 권유하면서 “입금은 ATM 기기를 이용하여 무통장 입금으로 하는 것이 기록에 남지 않고 가장 안전하다. 무통장 입금 시 주민번호가 필요한데 필요하면 제공해주겠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판매자는 주민번호와 계좌를 보내왔다. 서대문경찰서 강력 4팀의 도움을 받아 마약 판매자로부터 제공받은 주민번호를 조회해 본 결과 실제로 ‘살아있는’ 번호였다. 현재 해당 판매자는 마약불법판매 용의자로 수사 중이다.
이와 관련 이철희 씨는 “이러한 판매 블로그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우려되는 것은 이런 블로그들이 생기면서부터 클럽 성범죄가 급증했다는 사실이다. 성폭행을 당한 채 클럽 근처에 쓰러져 있는 여성들은 십중팔구는 물뽕 약에 취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마약을 사는 것은 쉽지만 이를 잡아내기는 어렵다. 적발할 수 있는 시스템적인 부분을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미성년자도 마약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마약과 연루된 사람들이 국내에서만 대략 30만에서 50만 명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는 해외 유학생들이 귀국하는 오는 6~8월경에 스파이스와 같은 신종 마약류의 유통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만큼 단속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