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의원 입장문 속 지갑 가입일 ‘결정적 힌트’ 1시간 만에 특정…“잡코인에 수십억, 이상거래로 판단할 만했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을 둘러싼 가상자산(코인)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세간에서는 김남국 발 ‘코인 게이트’라고 불리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 5월 5일 김남국 의원이 ‘위믹스 코인’ 80만 개(약 60억 원 상당)를 2022년 2월 말~3월 초쯤 전량 인출했다고 조선일보가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다만 이때까지는 자세한 코인 거래 내역을 파악할 수 없어 공방만 계속됐다.
5월 9일 ‘변창호 코인사관학교’ 운영자인 변창호 씨가 김남국 의원의 코인 지갑을 특정했다고 밝히면서 논의가 급속도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수천만 개의 지갑 가운데 김 의원 지갑이 어떤 것인지 특정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는데, 이를 온체인 트랜잭션(블록체인 거래 내역) 전문가인 변 씨가 성공했다. 변 씨가 지갑을 특정하면서 김 의원의 거래 내역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코인 지갑만 특정되면 해당 지갑에서 어떻게 거래됐는지 누구나 볼 수 있다.
변 씨는 “김 의원이 결정적 힌트를 줘서 찾기 시작했다. 찾기 시작한 뒤부터 포스팅을 올리기까지 1시간도 걸리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5월 14일 일요신문은 변 씨를 만나 김남국 의원 지갑을 찾아낸 과정을 들어봤다. 또한 온체인 전문가인 변 씨가 김 의원 지갑 속 거래 내역을 보고 느낀 점에 관한 얘기도 나눠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처음 김남국 의원 지갑을 어떻게 찾을 생각을 했나.
“처음에는 찾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찾을 수 있는데 너무 귀찮은 일이기 때문이다. 초기에 김 의원이 위믹스 80만 개를 갖고 있다고 알려졌는데 쪼개서 이곳저곳 보냈으면 알아내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누가 돈을 주고 의뢰하는 것도 아닌데 시간을 낭비하고 싶진 않았다. 찾는 과정은 기술적으로 어렵진 않은데, 아이디어가 중요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김 의원이 직접 올린 입장문에 결정적 힌트가 있었다. 김 의원이 클립 지갑 가입일을 인증해 둔 것이다. 해당 날짜에 가입한 지갑을 확인하니 1310개가 나왔다. 그때부터 포스팅을 올리기까지 1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지갑을 확인하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먼저 이번 추적 건은 공익적 목적을 위한 트래킹이고,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개된 지갑 주소를 통해 확인된 정보만 이용했다는 것을 밝히고 싶다. 이번 사건 최초 보도를 통해 김 의원 지갑을 두고 FIU(금융정보분석원)가 이상 거래로 감지했고 이를 검찰에 통보했다고 알려졌다. 지갑을 보니 실제로 수사기관이 이상하다고 느낄 만하다고 봤다.”
―어떤 점이 이상하다고 봤나.
“투자 금액이 너무 이상했다. 예를 들어 잡코인(시가총액 규모가 작은 투기성 코인)을 넘어 스캠(사기)에 가까운 코인에 수십억 원씩 투자했다. 아무리 돈이 많은 사람이라도 사기로 보이는 코인에 어떻게 수십억 원씩 넣을 수 있나. 클레이페이라는 코인이 있는데 이건 시가총액이 수십억 원인데 단 한 번에 시장가로 33억 원어치를 샀다. 특히 클레이페이는 약 100토막 날 정도로 폭락한 프로젝트다. 확실한 정보가 없다면 이런 투자를 할 수 있나 생각이 들긴 했다.”
―김 의원이 코인 전문가라는 얘기도 나온다.
“전혀 동의할 수 없다. 코인 쪽 용어가 어렵거나 개념이 낯설기 때문에 현재 나오고 있는 단어를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이쪽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누구나 아는 수준이라고 봐야 한다. 코인에 관심 있는 사람 중 De-Fi(탈중앙화금융)를 이용해 봤다면 LP(유동성 공급), De-Fi, 에어드롭, 보상 등을 대부분 알고 있다. 그 정도 수준이라고 봐야 한다.”
―수준이 높지 않다고 보는 이유가 뭔가.
“문제가 되는 클레이페이 거래 내역에서 그런 점이 포착된다. 33억 원을 시장가로 순식간에 매수하면서 호가가 비어있다 보니 1.1달러였던 코인을 평균 1.6달러 정도에 매입하게 됐다. 평균으로 50% 비싸게 산 거고, 일부는 2배로 샀다고 봐야 한다. 클릭 몇 번을 통해 분할로만 샀어도 수수료 등 최소 5억 원을 절약할 수 있었다. 클릭 1번에 1억 원씩 절약할 수 있는 걸 굳이 안 한 이유를 코인 이해도 부족 말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김 의원이 가진 위믹스 개수가 ‘세계 7위’였다는 보도도 나왔다.
“개인 지갑이 아닌 거래소 지갑에 갖고 있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단언하긴 어렵다. 다만 엄청나게 많은 수인 건 확실하다. 김 의원 위믹스 보유량은 아주 보수적으로 잡으면 85만 개, 일반적으로는 135만 개, 넉넉하게 잡으면 그 이상일 수 있다. 내 생각에는 일반적인 기준인 135만 개를 갖고 있던 걸로 보인다. 2021년 11월 위믹스 1개가 약 3만 원에 달했던 고점 기준 실시간 잔고 평가액이 위믹스로만 약 400억 원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정확히 몇 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다고 할 수는 없다.”
―김 의원이 위믹스로 얻은 차익은 어느 정도였을까.
“그건 알 수 없다. 다만 최초 언제 샀는지를 기준으로 추정해 볼 순 있다. 김 의원은 2021년 10월 1일부터 위믹스를 보유하기 시작했다. 이때 기준 위믹스 가격은 약 1000원에서 2000원 사이였다. 이때 20억 원어치를 샀으면 비록 차익 실현은 못 했지만 대략 최대 20배 이상 수익을 본 셈이다. 김 의원은 고점을 이탈한 이후 약 7000원에서 8000원 정도에서 매도를 하면서 차익 실현을 했다. 그런데도 약 100억 원 정도 현금화했다고 보인다. 이후 앞서 말한 클레이페이뿐만 아니라 몇몇 잡코인을 건드리면서 오히려 손실을 보기 시작했다.”
―잡코인은 뭘 샀나.
“MBX(마브렉스)라는 넷마블이 발행한 게임 관련 코인을 샀다. 그런데 MBX를 매집한 시점이 묘하다. MBX가 상장하기 며칠 전부터 매집을 시작한다. 결국 고점에 팔지 못하면서 손실을 봤지만, 어떤 정보가 있지 않았을까 추측이 드는 대목이다. 또 하나는 메타콩즈 코인이다. 메타콩즈 NFT(대체불가능토큰)를 보유하지 않고, 메타콩즈 코인만 들고 있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당시 메타콩즈 코인 상장설이 돌았는데, 결국 상장에 실패하면서 코인 가격이 폭락했다. 김 의원도 메타콩즈 코인에서 손실을 봤다. 드러난 것으로는 위믹스 외에는 대체로 실패 사례가 많았다.”
―결국 김 의원이 번 돈은 총 얼마로 보이나.
“현재 공개된 김 의원 지갑은 카카오톡 기반 클립 지갑뿐이다. 이외에도 다른 지갑이나 메타마스크 지갑 등이 있다면 금액은 변동할 수 있다. 드러난 것만 보면 10억 원 정도 수익을 본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 사건을 보면서 여러 비판 지점이 나오고 있다. 어떤 점이 문제라고 보나.
“예를 들어 국회의원이 투기성 자산인 코인 투자를 했던 자체가 문제라거나,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을 가능성 등이 제기되고 있다. 나는 김 의원이 코인 투자를 했다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누구나 할 수 있다. 김 의원은 욕을 많이 먹고 있으니 나는 코인업계 사람으로서 오히려 다른 지점에서 비판하고 싶다. 김 의원을 조사하겠다며 만든 진상조사단에서 김 의원이 에어드롭을 받았다며 흥분하는 모습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에어드롭이 뭔지, LP가 뭔지 가장 기초적인 사실도 모르는데 진상조사를 하겠다는 정치권 사람들의 실력이 답답했다. 이들이 뭘 알고 코인 관련 법을 만들 수 있을까 우려만 될 뿐이다.”
―끝으로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2017년 소위 ‘박상기의 난’이라고 불리는 사건이 있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가상자산 거래소를 폐쇄하는 특별법을 제정한다며 코인을 불법화하겠다는 말을 한 날이었다. 1~2년은 정부나 국회에서 코인을 공부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그 후 약 7년이 지났다. 아직도 코인은 합법도 불법도, 재산도 무가치한 것도 아닌 중간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상황을 만든 책임이 누가 있나. 김남국 의원뿐만 아니라, 여야 가리지 않고 코인을 보유한 국회의원이 있다면 그들은 코인이 재산이 아닌 회색지대 어딘가에 방치된 쪽이 좋았던 것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코인 보유량을 재산신고 안 할 수도 있고, 미공개 정보를 제공 받아 돈을 벌어도 죄가 안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코인 관련 범죄는 수사도 잘 안되고 범죄가 아니라고 할 때도 있어 일반 투자자들이 피눈물을 흘릴 때가 많다. 이 사건이 국회의원의 직무유기를 끝내면서 코인이 재산으로 인정되는 사건이 되길 바랄 뿐이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