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두 차례 압수수색 영장 법원이 제동…코인 보유 사실과 혐의 입증은 별개 문제
검찰 안팎에서는 ‘기소를 전제에 둔 수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사건이 배당된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는 특수부 성격의 ‘인지 수사’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에 정치자금법 위반과 조세포탈, 범죄수익은닉 등 혐의를 다양하게 적시했다. 의혹이 제기된 것들을 모두 확인하겠다는 취지인데, 법조계에서는 ‘정치인의 암호화폐 사건’이 문제가 된 게 처음이라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법적 다툼의 여지가 많다는 분석도 나오는 대목이다.
#보도 나올 때마다 커지는 의혹
더불어민주당 탈당 의사를 밝힌 김남국 의원의 암호화폐 보유 논란과 관련해 검찰은 5월 15일 암호화폐거래소를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가 압수수색한 곳은 빗썸과 업비트, 카카오 클립 등으로, 김 의원의 암호화폐 전자지갑이 등록된 거래소다. 김 의원은 2022년 1~2월 사이 위믹스 코인 85만 5000여 개를 빗썸에서 업비트 전자지갑으로 이체했다.
하지만 투자 과정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김 의원의 발언은 자꾸 엇갈렸다. LG디스플레이 주식을 매도한 자금 9억여 원으로 여러 암호화폐에 투자했다고 해명했지만 정작 위믹스 코인을 사고 판 명확한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투자 원금과 최대 평가금액이 얼마였는지, 또 매도한 실제 수익은 얼마였으며 이를 어디에 사용했는지 용처도 상세하게 밝히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김 의원이 ‘에어드롭’(이벤트나 마케팅 차원에서 일정 조건에 따라 투자자에게 코인을 무상으로 지급하는 것) 방식으로 위믹스를 받은 사실이 더불어민주당 진상조사에서 일부 확인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이미 알려졌던 위믹스뿐 아니라 마브렉스·젬허브 등 P2E(Play to Earn·플레이로 돈 벌기) 관련 코인도 보유한 적이 있는데, 그럼에도 게임산업법 개정안과 코인 과세유예 법안 발의에 참여한 사실도 알려졌다.
#'김남국 코인' 금융정보분석원이 처음 포착
검찰은 사실 2022년부터 수사를 염두에 두고 ‘내사’를 진행했다. 관련 사실을 처음 포착한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시작이었다. 거래소에서 의심 거래 내역을 자동으로 FIU에 보내면 이를 판단해 유관기관에 통보하는 게 FIU의 역할인데, FIU는 당시 거액의 암호화폐 이체를 의심거래로 판단해 검찰에 관련 자료를 넘겼다.
하지만 검찰이 2022년 10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검찰은 김 의원의 업비트 전자지갑에 담긴 위믹스의 출처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거액의 코인을 보유한 사실만으로 범죄 혐의를 의심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이를 기각했다.
#유죄 나올 지점은 제한적?
세 번째 영장 청구 끝에 본격 수사에 착수한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는 반부패수사부 성격의 ‘인지 수사부서’이기에 검찰이 김 의원을 기소할 것으로 다수는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앞선 두 차례 때 법원이 내세웠던 기각 사유인 “거액의 코인을 가진 것만으로 범죄 혐의를 의심하긴 어렵다”는 점을 주목해서 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법조계에서는 ‘신중론’이 나오는 지점이다.
현재 검찰이 영장에 적용한 것으로 알려진 혐의는 크게 세 가지. 정치자금법 위반과 조세포탈, 범죄수익은닉 등이다. 하지만 코인을 ‘정치자금’으로 볼 수 있는지는 아직 판례가 없다. ‘정치자금’이란 ‘정치활동을 위해 정치활동을 하는 자에게 제공되는 금전 등 일체’로 판례에 명시돼 있는데 김 의원이 보관하던 위믹스 코인의 구매 자금 원천이 무엇이었는지를 검찰이 수사를 통해 입증해야 한다. 김 의원 설명처럼 주식을 매도한 자금으로 매수했고, 거래를 통해 투자금을 불린 것이라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때문에 검찰은 타인 혹은 기업으로부터 전부 또는 일부를 무상으로 기부를 받았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뇌물죄와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을 적용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P2E 게임은 불법인 상황. 하지만 김 의원이 입법 과정에서 협조를 전제로 암호화폐를 저렴하게 구입했거나, 무상으로 받았다면 뇌물수뢰죄 적용도 가능하다. 이 부분은 검찰이 ‘연결고리’를 의심하고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김 의원은 2021년 12월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하면서 ‘게임머니는 게임 내에서 사용하는 암호화폐를 말한다’라는 조항을 신설했다. 법안은 통과되지 않았지만, P2E 합법화를 위한 첫 단추와 같았다.
2022년 이재명 대선후보 캠프 시절 수행실장 겸 온라인소통단장을 맡았을 때에는 이 후보의 “P2E 게임 허용” 발언을 김 의원이 이끌어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이 양형은 약하지만 유죄가 나올 확률은 가장 높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 의원이 국회의원의 직무와 관련해서 얻은 정보를 이용해서 본인의 사익을 취했다면 적용이 가능하다.
거꾸로, 가장 첨예하게 다툴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은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김 의원이 진행한 코인 투자 규모는 수십억 원에서 최대 1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만에 하나 비공개 주요 정보를 이용한 것을 검찰이 입증할 경우 자본시장법 위반도 적용해 볼 수 있다. 다만 아직 가상화폐를 증권으로 보는 법원 판례나 정부 판단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유죄로 판단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자금 관련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공직자 재산신고 빈틈에 있던 가상화폐를 활용해 ‘숨겨진 자산’을 운영한 점, 또 수십억 원에 달하는 이익을 보게 되더라도 법정에서 여전히 다툼의 여지가 있는 지점이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이번 사건을 단순한 정치인의 코인 투자 의혹이 아니라, 공직자의 숨겨진 돈 관리 방법이 가진 문제의 심각성을 여론이 다뤄줘야 유사한 사건을 방지할 수 있는 재산신고 대책 및 유무죄 판단 가이드라인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