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서 닮고 싶어요” 바둑 꿈나무 1000여 명 참가…새싹부 김민균·최강부 정우석 우승 피날레
#신진서 9단 같은 유명 프로기사 되고파
대회 시작 전 경기장 안을 돌아다니는 어린이들은 천진난만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바둑판 앞에서만큼은 진중한 선수의 모습으로 돌변했다. 오전 마지막 경기에서 치열한 승부 끝에 반집 차이로 석패한 한 어린이는 머리를 쓸어내리며 분을 삭이기도 했다.
어린이들 모두 바둑에 진심이었다. 점심시간에도 바둑판 앞에 삼삼오오 모여 대국하는 어린이들이 있는가 하면, 기보를 보며 연습에 열중인 어린이들도 여럿이었다. 흥미진진한 대국이 펼쳐지는 곳 주위로는 많은 어린이들이 몰려들었다.
바둑판 앞을 벗어나면 영락없는 어린이였다. 새싹부 저학년 우승자 김민균 군(솔빛초)은 낯을 많이 가리는지 우승 기념사진을 찍는 내내 무표정이었다. 김 군은 “우승해서 기쁘다”며 “바둑대회 우승은 네 번째”라고 짤막히 소감을 밝혔다.
예비 프로기사 같은 의젓한 모습의 어린이도 있었다. 전국소년체전 등 다른 바둑대회 우승 경력을 보유한 최강부 강태헌 군(동교초 6학년)은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담담하게 답했다. 강 군은 “기복이 심해서 잘할 때도 있고 못할 때도 있다”며 “오늘 컨디션은 좋다”고 말했다.
바둑대회 출전이 처음이라는 꿈나무부 저학년 안태혁 군(잠실초 3학년)은 “생각보다 강한 실력을 지닌 선수들이 많아서 놀랐다”며 “바둑학원보다 잘 두는 친구들이 훨씬 많다”고 혀를 내둘렀다. 안 군은 “연습량을 2배로 늘려서 내년에는 꼭 우승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일요신문배 바둑대회에 올해 세 번째로 참가했다는 고학년부 김시후 군(백석초 6학년)은 대회를 거듭하며 성적이 높아졌다. 첫 대회에서는 예선에서 탈락했지만, 두 번째 대회에서는 8강에 올랐다. 올해 전국소년체전 대표로 선발됐다는 김 군은 “하루 중 바둑 둘 때가 제일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 군은 “문화센터에서 처음 바둑을 처음 배웠고 이제 6년이 됐다”며 “신진서 9단 같은 유명한 프로기사가 되고 싶은 꿈도 있다”고 전했다.
#최철한 9단 “내 아들은 이세돌 스타일”
나란히 대회에 참가한 형제도 있었다. 동생 하예준 군(서울월촌초 1학년)과 함께 대회에 나선 하민준 군(서울월촌초 3학년)은 “바둑을 두는 게 재미있다”며 “대마를 잡을 때 가장 신난다”고 말했다. 하 군의 아버지 하태흥 씨는 “바둑은 수학적인 사고력에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예의범절을 배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며 “처음에 바둑돌 놓는 것부터 가르쳤던 아이들이 이제는 포석과 전투, 전략까지 아는 것을 보면 기특하고 대견하다”고 말했다.
이날 대회에는 프로기사 최철한 9단의 아들 최홍제 군(7)도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최철한 9단의 아내는 윤지희 3단. 최 군은 일곱 살이지만 초등부 경기에 출전해 8강까지 올랐다. 최 군은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를 상대로 8강에서 패배했다. 그럼에도 얼굴에는 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최철한 9단은 “아들이 바둑 중계를 보며 자랐다”며 “바둑을 둔 건 다섯 살 때부터다. 아직은 실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최철한 9단은 “아들이 나보다 더 재능이 있다. 일취월장할 것 같다”며 “나와 성격이 달라서 바둑 두는 스타일도 다르다. 마치 이세돌 9단 같다”고 말했다.
유단자부 우승은 윤지환 군(문학초 5학년) 차지였다. 프로기사 중 조훈현 9단을 가장 좋아한다는 윤 군은 누나를 따라서 바둑을 시작한 지 어느덧 5년째. 윤 군은 “결승전에서 지고 있다가 상대 실수를 잡아내 역전했다”며 “바둑학원에서 친하게 지낸 친구라 마음이 좋지만은 않았다”고 말했다. 윤 군은 2022년 제11회 일요신문배 세계 어린이바둑대회 땐 4학년부 우승을 거머쥐었다.
대회 최고 기력을 자랑하는 최강부 우승자는 정우석 군(만수북초)이었다. 정 군은 “기분이 좋다. 운이 좋았다”며 “결승전 초반에는 판세가 비슷했다. 상변에서 돌파가 되면서 판세가 좋아졌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결승전 하이라이트] 제12회 일요신문배 최강부 결승전
흑 정우석(만수북초) 백 심효준(동교초) 271수 끝, 흑12집반승
#1. 백2, 사실상 패착
전체적으로 흑이 실리로도 밀리지 않는 가운데 두터움도 앞서 있어 편한 국면. 좌변 흑 모양이 얼마나 부풀 것인지가 관건이다. 흑1로 들여다봤을 때 백2로 단점을 지킨 수가 사실상 이 바둑의 패착이 됐다. 흑3이 은근히 두터운 수로 흑이 완전히 주도권을 확보한 모습이다.
#2. 전선을 넓혀야 했다
흑1에는 백2로 뛰어 전선을 넓혀야 했다. 백2면 흑은 응수타진한 1의 돌도 부담스럽고, 무엇보다 좌변 흑도 엷어 공격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백2면 피차 아직 갈 길이 먼 바둑이었다.
[인터뷰] 최강부 우승 정우석 군
“이길 수 있는 바둑은 끝까지 이긴다”
1000여 명의 바둑 꿈나무 중 실력 1위는 정우석(11) 군이었다. 현재 충암바둑도장에서 실력을 연마하고 있는 정 군은 안정된 반면운영으로 일찍부터 주목받아온 바둑영재. 조국환 충암바둑도장 원장은 “모든 면에서 뛰어난 기량을 갖고 있는 유망주”라 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우승 소감은.
“이렇게 많은 어린이들이 참가한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어 정말 기쁘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
―결승전 내용은 어땠나.
“중반까지 비슷했지만 중반전 이후 상변 처리가 잘 되면서 좋다고 느꼈다. 마지막까지 큰 위기는 없었던 것 같다.”
―우승하기까지 고비가 있었다면.
“결승전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16강전이 가장 어려웠다. 후반전까지 승리를 자신할 수 없었는데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자신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말한다면.
“초반 포석과 끝내기가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길 수 있는 바둑은 끝까지 이긴다.”
―닮고 싶은 기사가 있나.
“신진서 9단의 바둑을 좋아하고 닮고 싶다. 신진서 9단처럼 프로기사가 되어 여러 바둑대회를 휩쓰는 것이 목표다.”
입상자 명단
▲최강부
우승 정우석 만수북초등학교
준우승 심효준 동교초등학교
3위 안도현 동교초등학교
3위 김시황 세종반곡초등학교
▲ 유단자부
우승 윤지환 전주문학초둥학교
준우승 김태윤 북가좌초등학교
3위 이시유 천안부성초등학교
3위 한정훈 모서초등학교
▲ 저학년부
우승 조한규 위례고은초등학교
준우승 남연준 동탄초등학교
3위 강민성 시흥능곡초등학교
3위 김우현 범계초등학교
▲ 고학년부
우승 이태건 대전중원초등학교
준우승 양재영 위례한빛초등학교
3위 문지환 평택대동초등학교
3위 한승주 서울영도초등학교
▲ 꿈나무부 저학년
우승 최현준 대전어은초등학교
준우승 김시후 대전둔산초등학교
3위 서하람 한아람초등학교
3위 정준영 승지초등학교
▲ 꿈나무부 고학년
우승 김규현 시흥능곡초등학교
준우승 최예성 가운초등학교
3위 김진우 거여초등학교
3위 김은황 반곡초등학교
▲ 샛별부 저학년
우승 김민균 솔빛초등학교
준우승 오원준 미아초등학교
3위 조성원 중대초등학교
3위 최윤우 개운초등학교
▲ 샛별부 고학년
우승 이수인 집현초등학교
준우승 안다엘 한여울초등학교
3위 임지훈 삼각산초등학교
3위 이수아 오륜초등학교
▲ 새싹부 저학년A
우승 조재민 대선초등학교
준우승 정지유 반곡초등학교
3위 김민재 버들초등학교
3위 김경목 위례숲초등학교
▲ 새싹부 저학년B
우승 이서현 반곡초등학교
준우승 김윤의 송호초등학교
3위 박성민 길원초등학교
3위 김강래 미아초등학교
▲ 새싹부 고학년
우승 김규민 산마루초등학교
준우승 김건우 위례숲초등학교
3위 엄신우 솔빛초등학교
3위 박강민 갈매초등학교
▲ 일반부 저학년A
우승 박시윤 서초초등학교
준우승 권태윤 고일초등학교
3위 김수린 신평초등학교
3위 이윤준 문래초등학교
▲ 일반부 저학년B
우승 김태은 양원숲초등학교
준우승 김민성 현곡초등학교
3위 박선율 위례별초등학교
3위 김민준 리라초등학교
▲ 일반부 고학년
우승 이준형 다산별빛초등학교
준우승 김태현 신용산초등학교
3위 이승유 다산새봄초등학교
3위 김효석 중대초등학교
유경춘 객원기자
남경식 기자 ng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