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구속된 J사 대표, 알려진 M&A·주가조작 사례만 10여 건…관련 기업 내사 착수 등 플리바게닝 가능성까지 거론
I 사, C 사, E 사 등 김 대표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M&A(인수합병) 및 주가조작 사례가 알려진 것만 10건이 넘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검찰에 진술하기 시작하면서, 최근 서울남부지검 발 내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도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플리바게닝(수사 협조를 대가로 구형 등에 있어서 약간의 감형을 받는 제도)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무자본 기업사냥꾼 구속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증권범죄합수단은 4월 21일 무자본으로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합병한 뒤 허위 과장 공시로 주가를 조작한 혐의(사기적 부정거래)로 김 아무개 J 사 대표를 구속기소했다.
공시 등에 따르면 김 대표는 지난 2019년 10월 산업용 특수밸브 제조업체 J 사를 인수했다. 이후 김 대표는 2020년 7월 화학비료 제조업체 D 사, 플라스틱 제조업체 A 사 등의 주식을 사들이면서 허위 및 과장 공시로 주가를 띄웠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김 대표가 관계회사 지분 취득 관련 17억 원 상당의 배임도 한 것으로 봤다.
실제로 J 사 주가는 수상하게 움직였다. 2022년 6월 16일 1396원에 거래되다가 한 달여 만인 7월 19일에는 장 중 5000원을 돌파, 5300원까지 거래가 이뤄졌다. 4배 가까이 오른 셈. 무상증자가 주가 상승의 호재라고 풀이됐지만, 금융당국은 이 과정에서 김 대표 등이 의도적으로 주가를 띄웠다고 봤다. 금융당국은 패스트트랙(증권선물위원장 긴급조치)으로 이 사건을 검찰에 고발하고 남부지검 합수단은 곧바로 수사에 착수해 낸 성과다.
#주목받는 김 대표의 입
자본시장업계에서는 김 대표가 5년여 넘게 주가조작업계에서 ‘모르는 이가 없는 인물’이었던 점을 더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검찰은 무자본 M&A로 김 대표의 혐의를 판단했지만 실제로는 M&A부터 주가를 의도적으로 부양하는 과정까지, 김 대표는 ‘선수’로 불렸다고 한다. 김 대표 측은 “무자본 M&A가 아니라 자본을 활용한 정상적인 M&A였다”며 “문제될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김 대표를 잘 아는 전환사채(CB)투자 큰손은 “김 대표는 업계에서 관여되지 않은 종목이 오히려 드물 정도로 주가조작에 있어서 큰손으로 불린 인물이다. M&A 매물로 상장사가 나오면 김 대표에게 거의 다 제안이 갔고 그중 극히 일부가 최근 검찰 수사를 통해 문제화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바이오업체인 I 사, ATM(현금자동입출금기) 제조업체 C 사, 최근 2차전지 테마주가 돼 주가가 급등한 E 사 등이 김 대표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던 종목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최근 시장에서는 김 대표가 구속기소를 앞둔 시점부터 처벌 범위를 줄이기 위해 검찰 수사에 협력하고 있다는 얘기가 돌기 시작했다. 김 대표가 검찰 진술 협조를 통해 플리바게닝을 하려 한다는 평이다.
물론, 공식적으로 한국은 플리바게닝 제도를 인정하고 있지 않기에 검찰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한다. 하지만 주가조작 수사에 있어서는 ‘수사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에,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주가조작 공범들 간 내밀한 대화의 흔적을 확보하는 게 중요한데 내부 핵심 인물의 수사 협조 없이는, 돈의 흐름만 봐야하기 때문에 수사가 어렵다”며 “핵심 인물로부터 진술을 받아내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수사팀이 어느 정도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털어놨다.
#김성태·원영식 등 큰손 다수 관여
김 대표가 과거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C 사 관련 주가조작 의혹 등에 대해서 검찰은 내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가 보유했던 회사를 통해 투자한 다른 상장사들 역시 수상한 곳들이 적지 않다. 김 대표는 J 사를 인수하면서 회사에 있던 유보 자금을 사모펀드 투자로 변경했다. 경영권 변경 당시 조달됐던 1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도 타법인주식(사모펀드) 취득 자금으로 바뀌었다. 이를 통해 김 대표는 A 사 최대주주 확보를 위해 쌍방울(50억 원), I 사(41억 원), J 사(163억 원)의 보유 지분을 사들였다. 쌍방울의 경우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횡령 및 배임,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J 사 공시에 따르면 원영식 초록뱀그룹 회장 등 자본시장 큰손들이 J 사의 전환사채에 투자하기도 했다. 김 대표가 진술을 시작할 경우 검찰 수사가 제대로 확장될 수 있는 관측이 나오는 지점이다.
자본시장업계 다른 관계자는 “최근 김 대표 외에도 에디슨모터스 주가조작 관련 핵심 세력인 이 아무개 씨까지 검찰에 진술을 하면서 ‘상장사 여럿으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며 “이미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해외로 몸을 숨긴 이들도 여럿일 정도인데, 검찰이 작정하고 수사한다면 이슈가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