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영 “나에게 중형을 선고해 사회적으로 물의가 없도록 해달라”
재판부는 “체납된 카드대금 등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자 동거인을 살해하기로 마음 먹는 등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했다”며 “피고인이 사체를 온수로 씻어 혈액의 응고를 막아 유기하기 쉽게 했고, 시신을 잘 찾을 수 없게 비가 많이 오는 날 공릉천에 유기했다. 범행이 잔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동거녀를 살해한 후 4개월 만에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일으켰고, 이후 합의금 지급을 면탈하기 위해 피해자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 20분 만에 살해했다”며 “이후 일말의 양심의 가책 없이 피해자의 돈을 이용해서 자신의 경제적 욕구를 실현하며 아무렇지 않게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등 인면수심에 대단히 잔혹한 태도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2일 결심공판에서 이 씨에게 사형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하고 전자장치 부착 명령도 청구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명백히 정당화할 수 있는 특정한 사실이 있을 때만 허용돼야 한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최후진술에서 “피고인은 피해자들의 돈을 이용해 사치를 즐기며 생활하는 등 절대로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다”며 “피해자는 일을 하러 나갔다가 가족들에게 돌아가지 못했고 그 두려움과 고통은 상상할 수 없다. 이에 따른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이 씨는 최후변론에서 “제 범행에 대해 일절 변명의 여지가 없고, 피해자와 유족에게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사회적 물의가 되지 않도록 재판부에서 중형을 선고해달라. 엄벌에 처하는 걸 정당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이 씨는 지난해 8월 파주시 주거지에서 동거녀이자 집주인이던 A(50) 씨의 휴대전화와 신용카드 등을 빼앗을 목적으로 A 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튿날 A 씨의 시신을 파주시 공릉천변 일대에 유기한 혐의도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음주운전 접촉 사고를 무마하기 위해 집으로 유인한 택시 기사 B(59) 씨를 살해하고 옷장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