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I (Rumor Scene Investigation) 에피소드 1
▲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이에 한채영의 소속사에선 보도 자료를 통해 그 내막을 설명했다. 남편 최동준 씨가 지난해 개인적으로 평소에 친분이 있던 지인의 부탁으로 오르투스모터스라는 회사가 국민은행에서 대출을 받도록 집을 담보로 설정해 줬는데 최근 해당 회사에 부도가 났다는 것. 결국 남편 최 씨가 담보 설정의 책임을 지고 변제하는 것으로 정리를 끝내 국민은행 지점이 경매취하서를 본점으로 보낸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채영 부부의 고급 빌라가 경매에 넘어갈 수도 있다는 소식이 더 큰 화제를 불러 모은 까닭은 남편 최 씨가 엄청난 자산가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최 씨는 한채영에게 프러포즈 과정에서 5억여 원 상당의 7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와 2억여 원 상당의 벤츠 S500을 선물했다고 알려져 화제가 됐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고급 빌라는 이들의 신혼집으로 구입 당시 가격이 60억 원대로 연예인 거주 주택 가운데서도 최상위급에 속한다.
이런 까닭에 한채영 부부의 고급빌라가 경매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소식은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렇지만 해결 방식 역시 엄청난 자산가 다웠다. 보증을 잘못 서주는 바람에 집이 넘어갈 위기에 처한 남편들 이야기는 흔하지만 이를 ‘책임지고 변제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는 남편은 극히 드물기 때문. 그것도 보증으로 인해 변제 책임을 지게 된 금액이 무려 13억 원이나 된다.
이번 사안에서 볼 수 있듯이 한채영 부부에 대한 세인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엄청난 자산가로 알려진 남편 최 씨였다. 그렇지만 최 씨의 정보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결혼식 당시 기자회견을 가졌지만 최 씨는 참석하지 않은 채 한채영만 홀로 참석했다. 이후 이런 방식의 결혼식 기자회견이 많아졌지만 당시만 해도 매우 드문 일이었다. 남자 연예인의 경우 일반인인 아내를 보호하기 위해 홀로 결혼식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일은 간혹 있었지만 여자 연예인의 경우 일반인 남편도 대부분 결혼식 기자회견에 동참했다. 게다가 결혼식 역시 비공개로 진행됐다.
프러포즈 과정에서만 7억여 원의 선물을 건넨 최 씨에 대한 정보가 제한되면서 관심은 더욱 급증했고, 이런 관심과 호기심을 대신 채운 것은 바로 루머였다.
▲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한채영의 남편 최동준 씨에 대한 루머는 역시 엄청난 자산이 그 중심이었다. 결혼 당시 한채영 측은 최 씨를 투자회사에 다니고 있다고만 밝혔다. 따라서 세간의 관심은 그의 부모가 상당한 자산가일 것이라는 추측으로 연결됐다. 그렇다면 최 씨의 부모는 누구일까.
초기 루머는 최 씨의 부친이 유명 대부업체 대표라는 것이었다. 해당 대부업체의 대표 역시 최 씨였다. 그렇지만 이후 소문은 대표가 아닌 해당 대부업체의 주요 투자자 가운데 한 명인 재일교포라고 알려지기도 했다. 이후 해당 루머는 더욱 확산돼 한채영의 남편 최 씨가 해당 대부업체의 대표라고 확전됐다.
이후 잠잠해진 루머는 몇 년 뒤 새로운 형태로 변형됐다. 유명 톱스타 A 씨의 남편이 전처와의 사이에서 얻은 아들이 한채영 남편 최 씨라는 것이었다. 이 소문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엄청난 화제를 불러 모았고 몇몇 네티즌은 한채영 부부와 톱스타 A 씨 부부 등 관련 인물들로 ‘가계도’를 그려서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여기에는 톱스타 A 씨의 남편이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라는 부분도 한몫했다. 항간에선 알려진 이름과 나이 등이 모두 부정확하다는 루머도 있다. 이런 까닭에 성이 다른 두 연예인의 남편이 부자관계라는 루머에 휘말린 것이다.
일반적인 루머 분석 기법에 따르면 한채영의 남편 최 씨를 둘러싼 루머는 사실무근일 가능성이 크다. 우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내용이 변형되거나 발전하는 루머는 대부분 사실무근이다. 대관 취소에서 시작돼 건강악화설, 은퇴설, 신체 특정부위 절단설, 일본 야쿠자 연관설, 여자 연예인 연관설 등으로 루머가 1년 동안 끊임없이 발전된 나훈아의 루머가 사실무근으로 밝혀진 것이 대표적이다. 두 번째 지나치게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루머 역시 사실무근일 가능성이 크다. 아무리 연예계에서 별의별 일이 다 벌어진다 할지라도 그곳 역시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현실’이기 때문이다. 한채영과 톱스타 A 씨가 알고 보니 시어머니와 며느리 관계라는 루머는 무척이나 흥미롭고 재밌는 발상이지만 그만큼 현실성도 떨어진다.
▲ 한채영 부부의 소유 지분과 전 주소지가 기재돼 있다. |
그동안 <일요신문>에선 다양한 방식으로 해당 루머의 실체를 추적해왔다. 우선 최 씨의 부친에 대해선 단 한 차례 보도된 바 있다. 결혼식 당시 주례 이해구 전 의원이 최 씨 부친과의 친분으로 주례를 맡게 됐다는 기사가 나온 것. 이 과정에서 최 씨의 부친 이름이 공개됐다. 물론 단 한 군데 매체에서만 보도된 내용이라 그 이름이 실제 부친의 이름이라고 확정할 순 없다.
당시 밝혀진 최 씨 부친의 이름은 우선 문제의 대부업체 대표와 이름이 달랐다. 또한 해당 대부업체의 주요 투자자 가운데 최 씨 부친의 이름을 가진 재일교포는 없었다. 이후 루머가 확대돼 최 씨의 부친이 톱스타 A씨의 남편이라고 알려진 뒤에는 더 이상의 확인 작업을 벌이지 않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일반적인 분석을 통해 사실무근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엉뚱하게도 한채영 남편 최 씨를 둘러싼 루머의 실체를 추적할 수 있는 실마리는 이번에 불거진 이들 부부 소유 빌라의 임의경매개시결정이었다. 우선 해당 빌라에는 은행권 대출이 두 개 있다. 하나는 한채영이 채무자로 국민은행에서 빌린 12억 원(채권최고액 14억4000만 원)이며 또 하나는 이번에 문제가 된 채무자가 주식회사 오르투스모터스로 돼 있는 13억 원(채권최고액 15억 6000만 원)이다. 만약 남편 최 씨가 실제로 대부업체 대표라면 한채영이 남편 회사가 아닌 은행권에서 12억 원을 빌렸을지 여부에 의문이 남는다.
해당 빌라의 등기부등본에는 공동 소유자인 한채영과 남편 최 씨의 과거 주소지가 나온다. 한채영의 과거 주소지는 논현동 소재의 아파트로 지난 2009년 매매하기 전까지 한채영 소유였다. 또한 최 씨의 과거 주소지는 방배동 소재의 아파트로 소유자가 바로 최 씨의 부친이다. 최 씨의 부친은 여전히 이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결혼식 당시 단 한 개의 기사를 통해서만 드러났던 최 씨 부친의 이름은 등기부등본에서도 똑같이 나타난다. 1949년생으로 현재 주소지는 한국도 일본도 아닌 미국이었다. 이렇게 해서 부친 최 씨는 대부업체 대표가 아니었으며 주요 투자자인 재일교포도 아니었음이 드러났다. 재일교포였다가 미국으로 건너간 것일 수도 있지만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부친 최 씨의 주소지는 1990년대 후반에 서울에서 미국으로 바뀌었다.
마지막 실체 검증은 최 씨의 부친과 톱스타 A 씨의 남편이 동일인물인지 여부다. 우선 최 씨의 부친은 1949년생으로 한국 나이로 올해 64살이다. 아무리 톱스타 A의 남편 나이가 부정확하다는 루머가 있다고 할지라도 64살은 그 범위를 크게 벗어나는 나이다. 게다가 톱스타 A 씨 남편의 이름이 부정확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성은 정확한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유명 정치인과 친인척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들이 친가 쪽 친척으로 알려진 만큼 성은 같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성은 분명 ‘최 씨’가 아니었다.
결국 이번 임시경매개시결정으로 인해 한채영 남편 최 씨의 부친은 루머에 등장하는 이들이 아닌 현재 미국에서 거주 중인 64세의 최 아무개 씨임이 밝혀졌다.
▲ 소유주로 최 씨의 부친 이름이 기재돼 있다. |
여전히 풀리지 않는 궁금증은 있다. 과연 최 씨가 얼마나 많은 재산을 보유한 자산가이며 그의 부친 최 씨는 무슨 일을 해온 사람으로 얼마나 부자인가 하는 점 등이다. 그렇지만 이런 부분들은 일반인인 최 씨의 프라이버시로 확인 대상이 아니다. 다만 이번 논란을 겪으며 최 씨의 직업이 ‘투자회사 직원’에서 ‘외국계 소프트웨어 기술개발 투자사 임원’으로 보다 구체적으로 알려졌다.
최 씨가 알려진 만큼 엄청난 자산가가 아닐 수도 있다. 최 씨가 엄청난 자산가라는 사실 역시 하나의 루머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겉으로 드러난 한채영 부부의 재산규모는 바로 이번에 문제가 된 40억 원대 고급 빌라다. 구입당시인 2009년엔 60억 원대였다. 지금까지는 엄청난 자산가인 남편 최 씨가 부인 한채영을 위해 최고의 신혼집을 선물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지난 2007년 6월에 결혼한 한채영 부부가 이번에 문제가 된 고급 빌라에 입주한 것은 2009년이다. 당시 해당 빌라가 신축 중이었던 탓에 2년가량 다른 집에서 신혼을 보낸 뒤 2009년 완공되자 비로소 신혼집에 입주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고급빌라는 한채영 부부의 공동소유다. 요즘에는 부부가 소유 주택을 공동 소유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비율은 5:5다. 그런데 한채영 부부의 집은 비율이 7:3으로 한채영의 지분이 더 많다. 게다가 한채영 명의로 12억 원의 채무도 있다. 부동산등기부등본만 놓고 볼 경우 해당 빌라는 한채영이 더 많은 지분을 갖고 있으며 권리행사도 더 많이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겉으로 드러난 한채영 부부의 ‘부의 상징’인 고급빌라에선 남편 최 씨가 엄청난 자산가라는 흔적을 찾기 힘들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