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대비 몸값 너무 높고 경영 조건 까다로워 인수 부담…한국맥도날드 “전략적 파트너 물색 계속”
#매출 선방했지만 적자구조는 여전
한국맥도날드가 5월 11일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직영 매출이 전년 대비 14.6% 늘어난 9946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맹점까지 포함할 경우 매출 규모는 1조 1770억 원으로 늘어난다. 1986년도에 한국 진출한 후 최대 매출 실적이다. 문제는 적자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278억, 당기순손실은 362억 원을 기록했다. 실적이 공개되기 시작한 2019년부터 계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같은 기간 동종업계 기업들은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GRS는 전년 대비 15.7%가량 증가한 7815억 원의 매출을 내며 17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한국맥도날드와 마찬가지로 시장에 매물로 나온 데다 국내 버거업체 중 매장수 1위를 자랑하는 맘스터치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0.5% 증가한 3225억 원, 영업이익은 32.9% 증가한 524억 원이었다. 버거킹을 운영하는 비케이알은 전년 대비 11.6% 늘어난 7574억 원 매출에, 79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한국맥도날드의 적자규모가 유독 큰 이유는 본사 방침에 따라 직영점 비중을 80%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지급수수료 등 판매비와 관리비가 매출총이익을 넘어서는 구조적인 문제도 안고 있다. 한국맥도날드는 지난 4월 맥도날드 본사인 맥도날드 코퍼레이션으로부터 2134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지원받아 금융기관 차입금을 상환해 간신히 자본잠식을 벗어난 상태다.
한국맥도날드는 공격적 투자를 이어갈 방침이다. 고객 편의 서비스 및 친환경 레스토랑 3곳을 2030년 말까지 500곳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적자를 보더라도 본사의 지원을 받아 매출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 있는 셈이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매각을 염두에 둔 행보로 보인다”며 “외식업에서 시장 점유율을 유지 혹은 성장시키지 못하고 방어적으로 돌아서는 순간부터 브랜드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매각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가 않다. 업계 경쟁은 점점 격화되고 있다. 올해 6월에는 미국 3대 버거 중 하나로 알려진 햄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가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1호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글로벌 치킨·버거 프랜차이즈인 파파이스도 철수 2년 만인 지난해 12월 국내 시장에 복귀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의 수에 비해 버거 업체가 너무 많아서 경쟁이 과열된 상태다”라며 “게다가 맥도날드는 본사의 레시피 통제가 심해 한국인의 섬세한 입맛과 기호에 맞추는 변형이 잘 이뤄지지 않아 경쟁이 심한 상황에서는 인기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의 외식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저가 아니면 고가로 소비 트렌드가 양극화되면서 가격대가 애매한 중저가 브랜드 쪽이 고전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프리미엄급 해외 브랜드들이 신선함을 앞세워 치고 들어오면 기존에 맥도날드처럼 오랫동안 영업해온 중저가 브랜드들의 메리트가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황도 우호적이지 않다. 올해 1분기 피자·햄버거·샌드위치 및 유사 음식점업의 외식산업 경기동향지수는 80.52를 기록했다. 외식산업 경기동향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최근 3개월간 외식업계의 매출 및 경기 체감 현황을 조사해 지수화한 것으로 100 미만이면 경기가 둔화된 상태로 해석한다. 코로나가 종식 국면을 맞이했지만 물가 상승에 밀려 외식업이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부석이다.
외식업계 다른 관계자는 “물가와 원가가 동시에 오르다 보니까 수익 내기가 몹시 힘든 상황이다. 국내 업체들이 해외에서 들여온 브랜드들도 정말 프랜차이즈화해 수익사업을 하려는 의도보다는 고객들에게 다방면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상황에서 매각을 성사시키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맥도날드 매각의 조건
올해 1월 예비입찰에 단독 참여했던 동원산업은 4월 27일 한국맥도날드는 인수 절차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맥도날드가 매각가로 5000억 원을 제시했으나 동원산업은 2000억 원 전후 가격을 제시하면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맥도날드는 2016년도에도 매물로 나왔으나 인수 가격 때문에 거래가 무산된 적 있다. 당시 막판까지 인수협상대상자였던 매일유업-칼라일 컨소시엄은 3000억 원대 가격을 제시했지만 맥도날드 측이 5000억 원대를 고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프랜차이즈인 맥도날드의 요구사항이 지나치게 까다로웠던 점도 결렬사유 중 하나로 꼽힌다. 글로벌 프랜차이즈의 경우 대부분 본사의 사업방침을 그대로 따를 것을 요구한다. 이 때문에 인수 시 운영 방식과 관련한 조율이 까다롭다는 것이다. 김영갑 한양사이버대학교 대학원 외식프랜차이즈 MBA 교수는 “실제로 글로벌 프랜차이즈는 로열티뿐만 아니라 점포를 경영하거나 가맹점을 관리하는 방식 등과 관련된 기준이 매우 명확하다”며 “매각 시 너무 유연한 프랜차이즈 정책을 허용했다는 선례 등이 남으면 장기적으로 손실이 더 클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매각을 성사시키려면 KFC처럼 눈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KFC의 모기업이던 KG그룹은 2017년 CVC캐피탈로부터 인수한 KFC를 올해 4월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인 오케스트라프라이빗에쿼티에 매각했다. KFC의 몸값은 2017년 500억 원이었으나 2023년 몸값은 550억 원 수준으로 소폭 올랐다. 지난해 인수 예상가로 약 1000억 원이 거론됐으나 절반 가깝게 가격을 내린 덕분에 성공적으로 매각할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김영갑 교수는 “매각을 성사하려면 몸값도 몸값이지만 본사에서 경영 조건을 유연하게 풀어줘야 한다. 본사가 양보할 경우 의외로 쉽게 팔릴 수도 있다”며 “다만 현재 워낙 금리가 높으니까 빠르게 매각이 성사되긴 어려울 거고 맥도날드도 굳이 지금 당장 팔려고 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맥도날드 관계자는 “2022년 지속되는 원재료 가격 인상·배달 수수료 등 외주 용역비용 인상·금리 인상 등 전반적인 비용 부담 증가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고객 중심 활동 및 다양한 투자를 진행했다”며 “한국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전략적 파트너 물색을 계속 추진 중에 있으며 다양한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