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스, 오수중계펌프장도 설치 않고 정비동 세워 상업운전…“행정에 따랐을 뿐” 입장
정부는 산업발전을 촉진하고 산업단지의 효율적인 이용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산업입지법)’을 제정해 시행 중이다. 하지만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고자 마련된 해당 법의 취지를 관련 사업시행자가 악용하는 일이 빈번하다.
산업입지법 제37조(개발사업의 준공인가) 7항에는 “준공인가 전에는 산업단지 사업으로 조성된 용지나 시설물을 사용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다만 사업 시행자가(산업단지개발계획에 적합한 시설을 설치하여 입주하려는 자는 제외)가 개발에 지장이 없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아니하다”라고 별도규정을 마련해놓고 있다. 바로 이 조항을 악용하는 사례가 많은 것이다.
사천시 용당(항공MRO)일반산업단지는 2018년 12월경에 승인 고시됐다. KAI를 비롯한 항공전문 인적자원을 양성해 사천을 명실상부한 첨단 항공산업의 메카로 성장시킬 계획의 일환으로 경상남도·사천시·KAI 3자간 MOU 체결을 통해 조성하는 산업단지다. 당초 2022년 12월 말경 조성을 완료할 계획이었지만, 2023년 말경으로 준공일자가 변경된 상태다.
문제는 아직 준공이 되지 않은 산업단지에 캠스가 정비동을 세워 상업운전에 들어간 것이다. 미준공 상태인 산업단지를 임대해 공장을 세울 수 있는 경우는 공기업이나 지자체 외는 꿈도 꾸지 못한다. 사천시의 직권남용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든 대목이다.
앞서 사천시는 KAI가 지역경제의 버팀목이라는 이유로 탈세를 방조했다는 비판(본보 1617호, [단독] 한국항공우주산업 건축물 미신고 ‘탈세’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자회사인 캠스에게 공장을 설립하지 못하는 경우임에도 공장 설립을 인가했다. 사천시가 KAI의 또 다른 자회사로 비춰지고 있다는 날 선 비판이 뒤따른다.
특히 캠스는 임대받은 산업단지가 공장설립을 위한 필수 조건인 오수중계펌프장이 설치되지 않았는데도 공장 설립인가를 받았다. 오수중계펌프장은 공장에서 발생한 폐수를 처리하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다. 사천시는 미준공 상태인 산업단지에다 공장 설립에 따르는 필수 조건인 하수처리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채로 공장설립 인가를 해준 것이다.
사천시 관계자는 오수중계펌프장 미설치 문제에 대해 “공공폐수처리시설 유입처리 및 (캠스 공장) 배수설비 설치에 대한 완료 검사를 적합하게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달리 해석하면 공공폐수처리시설로 보내는 오수중계펌프장이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도 공장 설립을 해줬다는 것으로 읽힌다.
용당일반산업단지는 총 3단계 중 1단계도 준공하지 않고 1차분 공사만 진행했다. 부분준공도 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한다. 부분준공이라도 됐다면 캠스에 임대해 공장을 설립토록 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부분준공도 되지 않은 산업단지를 임대하는 것부터 산업입지법 위반이며, 용지나 시설물을 사용하는 것 또한 명백한 불법이다.
이러한 불법행위에 대해 캠스 관계자는 “사천시 행정에 따른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관련 내용 인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불법행위를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불법행위를 확인한 이후 사천시의 추가 입장을 여러 차례 요청했으나, 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정민규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