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넷플릭스 예고편 속 인터뷰 화제…일부 국가 작품 공개 준비 중, 한국 공개 여부는 미정
스스로 세상을 등진 가수 설리(본명 최진리)가 남긴 마지막 인터뷰의 일부가 공개됐다. 유작인 단편영화 시리즈 ‘페르소나: 설리’(페르소나2)가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를 준비 중인 가운데 작품에 담길 일부 내용이 예고편을 통해 전해져 주목받고 있다. K팝 스타로, 연기자로, 셀럽으로 주목받았던 고인은 생전 갑작스럽게 얻은 인기로 무서운 마음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 짧은 인터뷰만으로도 설리와 그의 유작 ‘페르소나2’에 대한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고인이 된 설리와 그의 유작인 ‘페르소나2’가 갑자기 화제의 중심에 오른 것은 넷플릭스가 6월에 브라질 등 일부 국가에서 작품 공개를 준비 중이라는 예측이 제기되면서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 코리아는 여러 가능성을 두고 “논의 중”이라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스트리밍 여부 및 최종 공개일 등에 대한 전반적인 협의가 진행 중에 있다”는 게 넷플릭스의 공식 입장이다.
넷플릭스가 공개 사실 자체를 부인하지 않은 만큼 ‘페르소나2’는 브라질 등 해외를 시작으로 어떤 식으로든 세상에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페르소나2’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설리를 추모하면서 생전 그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기회가 될지, 고인을 또 다시 불필요한 이슈의 중심으로 끌어들일지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교차하고 있다.
#‘페르소나2’는 어떤 작품?
설리는 2019년 10월 14일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그의 갑작스럽고 안타까운 죽음을 두고 여러 추측과 의견이 난무했지만, 고인이 생전 익명성 뒤에 숨은 일부 누리꾼의 악성 댓글과 무자비한 인신공격 등으로 인해 극심한 피해에 시달렸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부분이다. 이로 인해 설리는 지금도 대중에 안타까움과 미안함을 안기는 스타로 남아있다. ‘페르소나2’의 공개 여부가 연일 화제가 되는 이유 역시 생전 설리가 남긴 마지막 작품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2019년 당시 설리는 계획한 촬영을 미처 다 마치지 못하고 갑자기 세상을 등졌고, 큰 충격에 빠진 제작진은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그렇게 잊히는 것 같았던 ‘페르소나2’가 갑자기 이슈의 중심에 오른 것은 얼마 전 ‘6월 16일 넷플릭스 브라질 공개’라는 내용이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면서다. 이어 설리의 인터뷰가 담긴 짧은 예고편까지 알려지면서 ‘페르소나2’의 공개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제기됐다.
‘페르소나’ 시리즈는 여러 명의 영화감독이 한 명의 ‘뮤즈’를 주인공으로 각기 다른 소재의 단편영화를 만들고, 이를 한데 묶어 공개하는 프로젝트다. 평소 영화 기획과 제작에 관심을 기울여온 윤종신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작품으로, 그가 이끄는 미스틱스토리가 제작을 맡았다.
‘페르소나’ 시리즈는 설리보다 먼저 가수 아이유가 주인공을 맡아 2019년 4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공개됐다. 아이유가 출연한 ‘페르소나’ 1편에는 영화감독 이경미, 임필성, 전고운, 김종관 4명이 참여했다. 이들 연출자는 아이유를 각기 다른 시선으로 풀어낸 4편의 단편영화를 만들었다.
후속 시리즈인 ‘페르소나2’는 설리가 출연을 확정하면서 제작이 이뤄졌다. 1편보다 더 늘어난, 5명의 영화감독이 ‘뮤즈’ 설리를 주인공으로 삼은 5편의 단편영화를 만드는 프로젝트로 기획돼 출발했다. 한동안 연기 활동을 멈췄던 설리는 고민 끝에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리의 결심을 이끈 데는 아이유의 역할도 결정적이었다.
아이유와 설리는 연예계에서 손꼽히는 절친 사이로 잘 알려져 있다. 영화감독들과의 단편영화 작업을 통해 가수인 동시에 연기자로서도 다양한 경험을 쌓은 아이유는 자연스럽게 그 과정을 설리와 공유했고, 제작진은 프로젝트의 정체성을 이어가는 차원에서 설리를 적임자로 판단해 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설리의 ‘페르소나2’는 미완에 그쳤다. 설리가 촬영을 진행하던 중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면서 제작진은 프로젝트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미완의 유작’으로 남을 뻔한 ‘페르소나2’가 브라질 등 지역에서 먼저 공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자, 국내의 관심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설리 “사회 안에서 내 역할 뭘까”
넷플릭스 코리아 측은 ‘페르소나2’의 국내 스트리밍에 대해 확정된 바 없다면서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지만, 브라질에서 44초 분량의 예고편까지 나온 만큼 국내 공개는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페르소나2’에 수록된 설리의 생전 인터뷰 중 일부가 공개돼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설리는 인터뷰에서 “사회 안에서 내 역할이 무엇일까 너무 궁금했다”며 “사람들과 관계 맺는 것, 또래 친구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궁금했다)”라고 말한다. 또 “인기라는 게 갑자기 확 생긴 것”이라면서 “이해는 했지만 무서웠던 것 같다. 인기가 있다는 게”라는 말도 꺼낸다. 대중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 스타로 살아가는 삶에서 겪었던 남모를 고충을 내뱉은 이 짧은 인터뷰로 인해 ‘페르소나2’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물론 한쪽에선 우려의 시선도 제기된다. 당연한 반응이다. 생전 설리는 세상의 지나친 관심과 악의적인 공격에 시달렸다는 점에서 우려는 증폭된다. 이번 ‘페르소나2’ 공개가 설리를 다시 대중의 관심 대상으로 올려놓아 의도치 않은 피해와 공격을 입게 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온라인 게시판 등에는 “고인이 잊힐 수 있길 바란다” “고인이 된 이에게 또 다시 악플이 달리는 걸 볼 수 없다”는 등 걱정 어린 반응이 줄을 잇고 있다.
고인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고인이 못다 한 이야기를 알리려는 제작진의 의도는 이해하지만, 전 세계 190개국에 스트리밍되는 넷플릭스를 통해 설리의 이야기가 공개된다면 누군가는 이익을 얻지 않겠느냐는 문제 제기다. 주위를 슬픔에 잠기게 했던 설리가 세상을 떠난 지 햇수로 5년째. 모두를 아프게 하는 그 이름이, 다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