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김석기 이만희 ‘친윤 3인방’ 말 아껴…전국위만 참여하는 선거 ‘합의 추대로 정리’ 관측
태영호 의원은 ‘대통령실 공천개입 의혹’ ‘제주 4·3 김일성 지시설’ 등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고, 결국 최고위원직에서 자진사퇴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최고위원 자리에 ‘궐위’가 발생하면 10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보궐선거를 치르게 돼있다. 이에 따라 당 보궐선거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일을 6월 9일로 확정했다.
국민의힘은 5월 26일 공고 후 29일과 30일 이틀 동안 후보 등록을 받고, 31일까지 자격심사를 거친다. 이를 통과한 후보가 5명을 넘길 경우 5월 31일과 6월 1일 이틀 동안 책임당원을 대상으로 여론조사 ‘컷오프’를 실시한다. 선거운동 기간은 6월 3일부터 일주일이 주어지며, 국민의힘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1회 방송 토론회도 갖는다.
6월 9일 선거 방식은 전 당원이 참여하는 전당대회가 아닌 전국위원회에서 선출하게 된다. 최다득표자가 동수일 경우 별도의 결선투표 없이 연소자가 당선되도록 했다.
보궐선거 막이 올랐지만 열기는 그다지 뜨겁지 않은 분위기다. 선거 공고가 붙었지만 공개적으로 도전 의사를 밝힌 인사는 아직 없다. 앞서 전당대회에서는 최고위원에 총 18명이 후보 등록을 해 서류심사에 예비심사까지 거치며 후보를 추려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당 안팎에서는 후보군으로 김석기 김정재 박성중 송석준 이만희 이용호 의원 등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모두 ‘친윤’ 성향 재선 의원이라는 게 눈에 띈다. 하지만 김정재 박성중 송석준 의원은 출마를 고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3파전’으로 좁혀진 분위기다.
이용호 의원 지역구는 전북 남원·임실·순창이다. 현 지도부가 영남권 일색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지역 안배 측면에서 최적의 후보로 꼽힌다. 이 의원은 2022년 9월 치러진 원내대표 선거에서 주호영 의원을 상대로 42표나 얻으며 예상 밖 선전을 펼치기도 했다. 다만 이 의원은 5월 25일 당 국민통합위원장으로 임명돼, 최고위원에 출마하기는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김석기 이만희 의원은 TK(대구·경북) 지역구에 경찰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 의원은 정진석 비대위 체제에서 사무총장을 역임한 바 있고, 이 의원은 현재 김기현 대표 체제에서 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을 맡고 있다. 두 의원 중 한 명이 최고위원이 된다면 지도부에 안정성을 더할 수 있지만, 영남권 지도부가 더욱 공고해졌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
임기 시작부터 김기현 대표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는 만큼 중진 의원이 최고위에 합류해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외에 초선 중에는 ‘친윤’ 핵심으로 분류되는 이용 의원, 원외에서는 지난 전당대회 최고위원에 출마한 바 있는 민영삼 사회통합전략연구원 원장도 후보가 거론된다.
하마평에 오르는 이들은 하나같이 출마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이용호 의원은 5월 15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난국에 처한 당을 위해 내가 헌신해야겠다고 적극적으로 손들고 나설 생각은 없다”며 “굉장히 벅찬 자리고, 감당할 수 있을지 여러 생각이 들어 조심스러운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석기 이만희 의원의 경우 최고위원 출마 질문에 따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당 내부에서는 ‘윤심’ 후보가 이미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에 후보자들이 선뜻 손을 들고 나서지 못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비윤’으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대통령실과 지도부는 선거에서 공정성을 지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지방선거와 전당대회 과정에서 유승민 나경원 안철수 등 중진 정치인들이 대통령실과 윤핵관의 보이지 않는 개입에 주저앉는 모습을 수차례 봐왔다. 이번에는 미리 점지한 최고위원이 없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겠느냐”며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괜히 친윤 후보의 들러리를 서서 패배의 이미지를 쌓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국위원회에서 선출하는 보궐선거 방식도 출마에 부담감을 가중시킨다. 전 당원이 참여하는 전당대회와 달리 보궐선거는 당 지도부와 상임고문, 사무총장, 시·도당 위원장, 당 소속 국회의원 및 시·도지사 등 700여 명의 전국위원들만 투표에 참여한다. 따라서 대통령실과 지도부의 ‘의중’이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 안팎에서는 선거 시작 전부터 경선 없는 ‘추대론’이 나오고 있다. 태영호 의원이 ‘설화’로 낙마한 만큼 보궐선거 과정에서의 잡음과 마찰을 피하자는 것이다. 실제 궐위로 인한 최고위원 재선출은 보통 경선이 아닌 단수 후보를 전국위에서 찬반 표결에 붙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국민의힘 또 다른 관계자는 “전국위는 세 대결의 성격이 강하다. 후보군들이 손들고 나서기보다 물밑에서 조율 중일 것”이라며 “조만간 자연스럽게 교통정리가 돼 단독 입후보로 인한 ‘합의추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물밑 후보 정리 과정 자체가 결국 ‘윤심’의 반영이라는 지적이 다시 나온다. 이러한 우려를 의식한 듯 당에서는 ‘추대론’에 선을 긋고 있다. 선관위 위원을 맡은 배현진 의원은 지난 5월 15일 선관위 첫 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선거에 참여하는 모든 분은 후보로 수용해, 선관위에서 최선을 다해 성의껏 선거를 도와드릴 예정”이라며 “누구를 지정해 선거를 치르지 않는다. 그 자체로 공정성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이철규 사무총장 역시 5월 22일 “인위적으로 누가 된다 안 된다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원 뜻을 잘 받들 수 있는 분이 됐으면 좋겠다”며 “여기가 북한도 아닌데 정리해 추대할 수 있겠나”라고 전했다.
현 김기현 지도부에 승선하는 것이 본인의 정치 행보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 알 수 없어 출마를 주저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김기현 대표의 리더십은 3월 취임 초부터 의문부호가 계속 따라붙고 있다. 여의도에서는 국민의힘이 결국 내년 4월 총선은 현 지도부를 뒤엎고 비대위 체제로 치를 거라는 전망이 돌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최고위원으로 들어가면 몇 개월 활동도 못하고 함께 책임론에 휩싸일 수 있다. 차기 총선 공천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출마를 주저하고 득실을 계산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귀띔했다.
보수진영 ‘책사’로 불렸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역시 5월 26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집권당의 최고위가 최고지도부인데 저렇게 구성해서 어떻게 당을 끌고 갈 것이며, 어떻게 행정부를 견인하나. 나는 문제 생기겠다고 판단했다”며 김기현 지도부로는 총선 치르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