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9주 만에 ‘데드크로스’, 영·미 방문 땐 24%까지 추락…최근 잇단 외교 행보로 다시 상승세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3월 9일 치러진 제20대 대선에서 48.56% 득표를 얻어 당선됐다.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는 0.73%포인트(p) 차이에 불과했다.
윤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는 취임 전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한국갤럽은 대선 2주일 후인 2022년 3월 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간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직무수행 전망’을 물었다. 이 조사에서 향후 5년간 ‘잘할 것’이라는 응답은 55%, ‘잘못할 것’이 40%로 나왔다. 전임 대통령들이 당선 2주가 된 시점에 긍정 전망이 80% 내외였던 것을 감안하면 낮은 편이지만, 그럼에도 긍정 전망이 부정 전망에 오차범위 밖에서 앞선 결과가 나왔다.
전망이 아닌, 대통령 당선인 신분 직무수행 평가는 취임식 한 달 전인 4월 둘째 주(12일~14일) 여론조사부터 나왔다. ‘잘하고 있다’ 50%, ‘잘못하고 있다’ 42%로 긍정평가가 앞섰다. 취임 직전 조사(5월 3일부터 4일까지)에서는 ‘잘하고 있다’ 41%, ‘잘못하고 있다’ 48%로 부정평가가 더 높았다.
윤 대통령 당선인 부정적 평가의 가장 큰 이유는 ‘용산 대통령실 이전’이었다. 대통령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급하게 이전하면서 안보 공백 등 각종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 취임식 이후 진행된 첫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여론조사(5월 10일~12일 진행)에선 긍정평가가 크게 상승했다. ‘잘하고 있다’가 52%, ‘잘못하고 있다’는 37%를 기록했다. 새로운 대통령에 대한 기대심리가 반영돼 지지층뿐 아니라 중도층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50%대 지지율은 오래가지 않았다. 취임 6주 만인 6월 셋째 주(14일~16일 조사)에 처음 50% 아래로 떨어졌다. ‘잘하고 있다’가 49%, ‘잘못하고 있다’는 38%였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김 여사가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부인 권양숙 여사를 만나는 공식 일정을 가졌는데, 이 자리에 코바나컨텐츠 지인이 함께해 ‘비선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실제 한국갤럽이 조사한 부정평가 이유에도 ‘김건희 여사 행보’가 소수응답(1%)이지만 새로 등장했다.
50%대가 무너지자 지지율은 빠른 속도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6월 다섯째 주에는 ‘잘하고 있다’ 43% ‘잘못하고 있다’ 42%로 긍정과 부정평가가 맞붙더니, 7월 1주 차에는 긍정평가가 40%대마저 무너져(‘잘하고 있다’ 37%) 부정평가(49%)가 더 높은 지지율 ‘데드크로스’가 벌어졌다. 대통령 취임 9주 만의 일이다.
지지율 하락 원인으론 경제위기 대응 부족, 윤 대통령 도어스테핑 발언 논란, 이준석 당시 대표와 윤핵관의 갈등 등이 꼽혔다. 과거 전임 대통령들도 임기 초반 각종 악재로 낮은 지지율을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데드크로스’가 이뤄진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야권 한 관계자는 “과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윤 대통령 지지율에 차이점이 있다면 부정평가가 높다는 점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대선 과정에서 피 터지게 싸웠더라도 선거에 승리하고 대통령에 취임하면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야당에 먼저 손을 내밀고 협치를 요청했다. 그런 모습에 중도층이나 야당 지지층도 취임 초기 국정운영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며 “그런데 윤 대통령은 대통령에 취임하고도 여전히 문재인 대통령·이재명 의원·민주당 및 지지자들과 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였다. 대선의 연장선이라는 인상을 줬다. 그러다보니 양 진영이 결집해 대립하는 양상이라 부정평가가 높은 것이다. 결국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가 주고받은 이른바 ‘체리따봉’ 메시지 노출, 경찰국 신설 논란, ‘만 5세 조기입학’ 정책 발표 등으로 국정수행 지지율은 7월 넷째 주(26일~28일 조사)에서 28%, 8월 첫째 주(2일~4일 조사)에는 24%까지 추락했다. 20%대 지지율은 8월부터 9월 첫째 주까지 5주간 이어졌다. 그러던 중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9월 3째 주(13일~15일 조사) 긍정평가가 20%대를 벗어나 33%를 기록하며 반등의 기대감을 갖게 했다.
하지만 용산 대통령실 영빈관 신축 논란, 영국 여왕 조문 취소, 뉴욕 순방 중 ‘바이든-날리면’ 논란 등 잇따라 악재가 터지면서 지지율이 다시 9월 4주 차(20일~22일 조사)에 28%, 5주 차(27일~29일 조사) 24%로 주저앉았다. 특히 해외순방이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반등 모멘텀이 되지 못한 것이 뼈아프다는 평가가 나왔다. 전임 대통령들의 경우 해외순방을 다녀오면 지지율이 3~4%p 정도 오르는 효과를 봐왔는데, 윤 대통령은 오히려 지지율이 하락했기 때문.
그렇게 지지율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을 오가는 게 10주 동안 이어지다가 12월 셋째 주(13일~15일 조사) 긍정평가가 36%를 기록했다. 이는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강경 대응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는 약 3개월간 ‘잘하고 있다’가 30%대 초중반을 유지했다. 그러다가 3월 다섯째 주(28일~30일) 조사에 30%를 기록하더니, 4월 둘째 주(11일~13일) 다시 27%까지 하락했다.
외교 문제가 다시 원인으로 지목됐다. 윤석열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제3자 변제안 발표, 일본 교과서 역사 왜곡과 후쿠시마 오염수 및 수산물 관련 논란 등이 불거졌다. 여기에 미국 정보기관의 용산 대통령실 도감청 정황이 알려지면서 대통령실 보안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6주째 조금씩 상승해 30%대 중반을 회복했다. 한국갤럽이 가장 최근 조사한 6월 첫째 주(5월 30일~6월 1일)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는 ‘잘하고 있다’가 35%, ‘잘못하고 있다’ 57%를 기록했다.
지지율이 상승국면을 타고 있는 것은 외교 때문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여론조사업체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한일 셔틀외교 재개, 미국 국빈 방문, G7 정상회담 참석 등 잇따라 외교무대에 서고 있다. 야당에서는 윤 대통령의 외교 결정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정치 저관여층은 대통령이 외국 정상들과 만나는 모습이 계속 보이면 국정을 잘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 등 공식석상에서 말실수를 줄인 것도 효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도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알앤써치가 CBS노컷뉴스 의뢰로 지난 5월 24일부터 26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는 ‘잘하고 있다’가 44.7%, ‘잘못하고 있다’가 53.2%로 집계됐다.
여의도연구원장인 박수영 의원은 이 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45%대는 대선 때 투표하지 않은 사람까지 포함된 숫자이므로, 대선 당시 지지율(48%)을 거의 회복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대통령 특유의 진정성과 뚝심으로 뚜벅뚜벅 가다보면 더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총선 승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반면 민주당 한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득표율보다 지지율이 높았던 기간은 취임 후 한 달밖에 안 된다. 지난 임기 1년 동안 지지율이 워낙 낮아서 최근 오른 것 같은 느낌을 받지만, 과거 대통령들을 비춰보면 현 30%대 지지율은 ‘레임덕’이라고 평가됐다”며 “또한 잠시 문제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고 수산물 수입 재개 논의가 이뤄지면 민심이 다시 들끓을 것이다. 이는 건강문제에 직결돼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럼 지지율이 다시 급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