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지원제도 시행 등 노사 잠정 합의안 도출…배달 예비인력 넘쳐 단체행동에 한계 지적도
우아한청년들은 지난 6월 2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동조합(배달플랫폼노조)과 단체교섭 주요 안건에 잠정 합의했다고 밝혔다. 우아한청년들은 배달의민족 물류서비스를 전담하는 법인으로 라이더 고용을 담당하고 있다.
우아한청년들은 이번 합의를 통해 ‘플랫폼 라이더 상생 지원제도’를 운영할 예정이다. 우아한청년들에 따르면 배민커넥트(배달의민족 라이더 중개 플랫폼)를 통해 연간 일정 배달을 수행한 배민 라이더 중 △배민라이더스쿨 안전교육 수료 △운전면허 정지 이상의 처분 이력 없음 △오토바이 환경 검사 제출 등 사회·환경 상생에 기여한 라이더가 플랫폼 라이더 상생 지원제도 적용 대상이다. 지원 대상 라이더가 매월 일정 배달 건을 수행하면 지원금을 받게 된다.
김병우 우아한청년들 대표이사는 “앞선 두 차례의 교섭과 같이 배달 산업의 다양한 주체들을 고려하며 성실하게 교섭에 임한 결과 합의에 도달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상생을 고려하는 지속가능한 배달 산업의 모델을 구축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배달플랫폼노조가 요구했던 라이더의 배달료 인상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별도 소통창구를 통해 논의를 계속한다는 입장이지만 잠정 합의를 맺은 만큼 단기간 내 배달료 인상은 어려울 전망이다. 배달플랫폼노조에 따르면 라이더의 배달료는 9년째 3000원에 머물러 있다.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법인)은 2021년 757억 원의 영업손실에서 2022년 4241억 원의 영업이익으로 흑자 전환했지만 라이더의 처우는 개선되지 않았다.
이에 대한 시민사회의 비판이 거세다. 참여연대는 지난 5월 24일 “(배달의민족은) 70%에 달하는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달성하자 2022년 3월 프로모션 중단을 선언하고 (점주들에게) 중개수수료 6.8%와 배달료 6000원으로 제도를 개편해 사실상의 수수료 인상이자 배달료 인상조치를 진행했다”며 “이러한 수수료 인상이 서비스 개선이나 미래 경쟁력 확보, 배달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으로 이어지지 않고 오직 우아한형제들의 수익개선과 모회사인 딜리버리히어로(DH)의 투자금 회수 및 이익창출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우아한형제들이 DH에게 영업비용 명목으로 지급한 돈은 2021년 2억 6900만 원에서 2022년 290억 7843만 원으로 100배 이상 증가했다. 우아한형제들 감사보고서는 해당 영업비용에 대해 “지급수수료, 외주용역비 등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배달플랫폼노조 내부에서도 배달료 인상 요구를 관철시키지 못한 것을 두고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온다. 배달료 인상에 대해 우아한형제들이 워낙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배달플랫폼노조 한 관계자는 “우아한형제들은 배달하는 예비 인력을 끝도 없이 보유하고 있고, 본업이 있는 사람 중 퇴근하고 아르바이트로 라이더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며 “라이더의 배달료를 인상하지 않아도 배달 서비스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배달플랫폼노조의 조직력도 아직 크지 않아 힘의 싸움에서 밀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아한형제들이 교섭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의 배달플랫폼노조 관계자는 “사측은 교섭 시작하고 6개월 동안 아무런 안을 가져오지 않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조정을 받으니까 그제야 안을 가져오기 시작했다”며 “그런데 가져온 안이 2020년 맺은 단체협약 수준보다도 못한 것을 들고 온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배달플랫폼노조와 우아한청년들이 잠정 합의한 ‘라이더가 일정 배달 건을 수행하면 지원금을 받는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배달플랫폼노조에 따르면 여기서 언급된 일정 배달 건은 수도권의 경우 일 30건, 지방은 일 25건이다. 한 라이더는 “서울에서는 8시간 정도 일해야 하는 수준이고, 수도권에만 가도 서울에 비하면 배달 요청이 적어 더 오래 일을 해야 한다”며 “지방에서 25건을 채우기 위해서는 10시간이나 11시간, 최대 12시간까지 일을 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우아한형제들도 자체적으로 라이더 처우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5월 계열사 딜리버리앤을 설립해 정규직 라이더를 채용하기 시작했다. 현행법상 라이더는 자영업자 신분인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된다. 하지만 딜리버리앤에 취직한 라이더는 자영업자가 아닌 정규직 근로자 대우를 받는다. 사측도 일반 라이더에게는 건당으로 배달료를 지급하지만 딜리버리앤 소속 라이더에게는 기본급과 배달에 따른 성과급을 지급한다.
그러나 라이더들 사이에서 딜리버리앤의 인기는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딜리버리앤 채용 정원은 100명 수준이지만 출범 1년이 지나도록 50명도 모집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더 특성상 자유로운 업무 시간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직전 일자리에서 플랫폼 일자리로 이동한 이유로는 △더 많은 수입을 얻기 위해서(62.6%) △일하는 시간이나 날짜의 선택이 가능해서(18.0%) △일에 있어서 개인이 더 많은 자율성과 권한을 가질 수 있어서(6.9%) 순이었다. 적지 않은 플랫폼 노동자가 자율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아한형제들 입장에서는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실적이 급상승했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의 영향으로 지난해와 같은 실적은 기대하기 어렵다. 라이더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이전보다도 배달 요청이 줄었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올해 다시 적자 전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음식 배달 거래액은 지난해 1~4월 9조 2712억 원에서 올해 1~4월 8조 4607억 원으로 8.74% 줄었다. 이런 가운데 라이더 배달료를 인상하면 우아한형제들 재무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배달료를 두고 간극을 좁히지 못했지만 우아한청년들과 배달플랫폼노조가 잠정 합의를 맺으면서 오는 6월 말 이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찬성률이 50%가 넘지 않으면 잠정 합의도 원점으로 돌아간다.
이와 관련, 우아한청년들 관계자는 “꾸준히 활동을 하는 라이더에게 보상을 해드리는 측면이 있다는 점에 대해 양측의 합의점이 도출됐다”며 “현재는 잠정 합의된 상태고, 실제 체결을 하게 되면 전체적인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