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 문화 개선해야지 결별 요구는 본말전도…돈봉투 의혹과 김남국 논란, 윤 정부에서 덧씌운 이미지”
당 중진인 우상호 의원은 6월 7일 일요신문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표가 사퇴할 사안은 아니”라면서 “다음 혁신위원장을 잘 선택하면 되고, 인사검증시스템을 챙겨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우 의원은 2022년 6월 10일부터 8월 28일 전당대회까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달아 패배한 당 수습을 이끌었다. 당내 쇄신 기구인 새로고침위원회도 우상호 비대위 체제에서 출범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재명 대표 체제가 검찰 공세에 맞서 싸우는 데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당 사정이 그런 건 맞다. 윤석열 정부 들어 탄압도 훨씬 심해졌고, 사안들을 보면 민주당 의원들을 붙잡고 언론 플레이를 한다. 내가 지도부였어도 탄압을 어떻게 이겨낼지,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하지만 국민들은 (민주당)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탄압에 맞서 싸우면서도 새로운 가치와 정책을 정립해야 한다. 두 개를 잘해야 하는 것이 참 어렵지만 해내야 한다.”
―강성 팬덤 문제를 둘러싸고 당이 둘로 쪼개졌다.
“새로고침위원회는 ‘팬덤 문화 개선’이라고 했다. 당원과 비당원 모두 팬이다.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그런 행태를 개선해야지, 좋아하는 것이 문제는 아니다. 문제가 있다고 팬덤과 결별하라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제가 비대위원장일 때 악성 문자 신고센터를 만들었다. 그런 식으로 악성 문자나 폭력적인 문자, 협박 문자 등의 문화를 건강하게 개선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팬덤과 결별하라는 건 과도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노사모’가, 문재인 전 대통령은 ‘문팬’이 있듯이 이재명 대표한테 ‘재명이네 마을’이 있는 것이다. 공격은 이 대표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고립시키는 것이라고 ‘재명이네 마을’에 말씀드리고 싶다.”
―86세대 현역 의원 중 유일하게 불출마를 선언했다.
“우리 세대가 자리에 연연하고 탐하는 것으로 비치는 것이 싫어서 용퇴했다. 하지만 86세대 용퇴론은 근거 없이 시작됐다. 재선 1년 차부터 용퇴 압박에 시달렸다. 세대교체론을 20년 듣고 살았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영춘 전 의원 등이 용퇴했는데도 계속 용퇴하라고 한다. 86세대보다 나이 많은 선배 세대들한테는 물러나라고도 안 한다. 결국 (세대교체론이) 정치적 의도가 불순하다. 운동권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공격적인 허위 의제다. 다만 86세대 정치인들이 기대만큼 부응하지 못한 것에 대해선 대답을 해줘야 하고, 후배 세대를 키울 때가 됐다. 그런 마음으로 자리를 비워줘야겠다고 생각했다. 86세대만 물러나라고 하면 발전적이지 않다. 어떤 정치인을 키워야 하는지에 대한 담론을 고민해야 한다.”
―민주당은 어떤 혁신위를 띄우겠다는 것인가.
“혁신위는 별거 없다. 희망을 주는 긍정적인 이미지로 당을 재창출하는 것이다. 내려놓는 혁신도 필요하나 국민이 원하는 건 아니다. 지난 15년간 혁신위가 5~6번 정도 출범해서 무공천, 국회의원직 내려놓기 등 뼈를 깎는 혁신을 했지만, 국민들은 잘 모르거니와 신뢰도 안 한다. 현재 상황에선 새로고침위원회 같은 방향의 혁신위가 맞다.”
―혁신위 과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혁신위는 국민들의 삶이 나아지게 하는 혁신적인 정책을 창출하는 것이 과제다. 한 예로 지구적 문제 관련 의제를 잘 제시하는 정당에 관심을 가진다.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요하니까. 새로고침위원회 보고서에 나온 것처럼 유권자 지형과 국민들의 요구를 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새로고침위원회는 지지도 제고 방안 1위로 ‘신뢰 회복’을 뽑았다.
“부정부패에 연루 안 돼서 신뢰를 회복하고 더 깨끗한 사람으로 비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은 정치 효용성을 느끼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네가 도덕적인지 아닌지는 모르겠고, 내 삶 좀 개선해달라는 것을 이야기하신다. 혁신위는 민생과 경제를 혁신하는 정당으로 나아가도록 해야 한다. 돈봉투 의혹과 김남국 논란은 윤석열 정부에서 덧씌운 이미지다.”
―이미지를 덧씌웠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
“야당과 노조, 시민단체를 악마화해서 공격하는 것이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 기조 중 하나다. 자신들이 부정부패 집단과 싸우고 있는 것처럼 정국을 끌고 가고 있다. 민주당이 예전에 야당일 때도 있던 일이다. 여기에 말려들 필요가 없다. 민주당은 새로운 혁신 의제를 별도로 설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덧씌워진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우리 당 의원들이 돈 받고 표를 찍었다는 건 사실도 아니다. 캠프 내 사람이 돈을 받아야지만 투표를 하나. 매수했다는 식으로 몰고 가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된다.”
―이래경 혁신위원장이 9시간 만에 사퇴했다. 비명계를 중심으로 ‘이재명 사퇴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사퇴할 사안은 아니다. 다음 혁신위원장을 잘 선택하면 되고, 인사검증시스템을 챙겨볼 필요가 있다. 여야 모두 인사를 잘 검증할 필요는 있다.”
―민주당이 ‘민주유공자법(4·19, 5·18 이외의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사망·부상·유죄 판결 등 피해자를 예우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6월 내 상임위에서 처리하겠다고 했다.
“이번 법안은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상해를 입거나 사망한 사람들만 적용 대상으로 했다. 오해받을 만한 내용은 다 뺐다. 유공자 선별도 기관을 둬서 이뤄진다. 그런데도 법안에 없는 내용으로 여전히 공격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런 내용을 언론이 따라가는 경우가 있다. 6월 민주항쟁의 박종철·이한열 열사는 현행법상 유공자가 아니다. 그래서 30년째 보상을 못 받고 있다. 6월 민주항쟁만 차별받고 있다. 너무하지 않나. 박종철·이한열 열사 부모님들이 다들 돌아가셨다. 너무 늦었다. 해외에서 민주화 유공자들이 왜 보상을 못 받고 있냐면서 놀란다. 창피한 일이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