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를 토대로 판단컨대, 이래경 이사장 발언은 다음과 같은 문제를 야기한다. 우선 그의 과거 발언들이 과연 국민들의 일반적 시각에서 공감을 얻을 수 있는지를 지적할 수 있다. 본인도 과한 표현이라는 점을 인정한 천안함 관련 언급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당시 ICC(국제형사재판소)의 존재를 완전히 무시했던 자들이 이제 와서 궁지에 몰리자 ICC 이름으로 전쟁고아들을 보호한 푸틴을 전쟁 범죄자로 몰다니”라는 언급은 일반적인 여론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과거에 했던 개인적 차원 의견 피력이라는 입장이지만 제1야당의 전권을 가진 혁신기구의 수장을 맡는 순간부터는 공인이기 때문에 과거 발언을 개인적 차원의 문제로 치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과거 없는 현재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개인적 생각을 가진 이 이사장을 혁신기구 수장으로 임명한 민주당도 문제다. 민주당이 그의 과거 발언들을 알고서도 임명했다면 이는 여론과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현재 민주당이 강성 지지층에 어느 정도 갇혀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 즉,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만 듣다 보니, 여론을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론에 무지하든, 여론을 착각하든, 이런 상황에서 혁신한다는 것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반면, 민주당 지도부가 이런 일련의 발언을 모르고 임명한 것이라면 이는 지도부의 역량, 혹은 성급함의 문제와 직결된다. 즉, 키보드 몇 번만 두드리면 알 수 있는 문제를 몰랐다는 것은 왜 그리 급하게 임명을 해야 했는지, 그리고 과연 기본적인 검증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만일 급해서 기본적인 검증을 소홀히 했다면 왜 급한지에 대해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연이어 터지는 민주당 악재에 당황했고 총선 승리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판단, 당 전면에 나서지 않은 채 영향력만 유지하려는 방식을 원했을 수도 있다는 추론은 가능하다. 이의 실현을 위해서는 ‘적극적 친명’이 혁신기구 수장을 맡아야 한다. 그래야만 자신의 대리인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이런 추론이 사실이라고 가정하면 혁신기구의 수장은 친명인지 여부만 중요할 뿐 그의 과거 이력이나 지명도, 인지도는 부차적인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이래경 이사장은 자신이 친명이라고 불리기를 거부하지만 2019년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 대책위원회’ 대표 제안자 중 한 명이었다는 점, 그리고 그의 소셜미디어 글 내용들을 감안하면 친명이 아니라고는 보기 힘들다. 어쨌든 상황이 이러니 당내에서조차 “이재명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혁신위원장”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는 과연 혁신위 구성을 다시 시도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첫 번째 시도는 엉망이 됐고 이재명 대표의 의도를 의심하는 분위기가 당내 더욱 거세지는 상황에서 혁신위 구성이 가능할지, 또 혁신위를 구성한다고 하더라도 그 혁신위의 ‘존재적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이런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경우 민주당의 총선 승리 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고, 그렇게 될 경우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매우 위축될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이재명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나오고 있고 민주당에서 금기시됐던 ‘분당’이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물론 분당 가능성은 거의 제로(0)라고 생각한다. 분당은 재정적 문제와 직결되는 까닭이다. 즉, 남는 측은 당의 자산과 부채를 모두 가지지만, 나가는 측은 그야말로 빈손으로 나가야 한다. 그럼에도 민주당 상황은 심상치 않다. 이 대표는 “무한 책임”을 말하지만 그 어떤 액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이재명식 ‘무한 책임’이 어떻게 표현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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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