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앞에선 이경백도 피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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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논현동 S 호텔 지하에 위치한 ‘어제오늘내일’. 아가씨가 500명이나 되는 초대형 규모의 풀살롱이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 ||
서울 강남 한복판 노른자위 땅 위에 우뚝 솟은 지상 19층짜리 관광호텔의 오너인 김 씨는 화류계에서 신화적 인물로 통한다. 화류계에서 ‘김 회장’이라 통하는 그가 단순히 호텔을 세웠다고 해서 이렇게 불리는 것은 아니다. 대형 클럽의 대부로 불리기까지 그에게는 불가능을 가능케 한 인생역전 스토리가 있었다.
김 회장은 여느 화류계 종사자와 마찬가지로 유흥업소 ‘오봉’으로 화류계에 입문했다. 오봉은 쟁반의 잘못된 일본식 발음표기로 화류계에서는 쟁반을 들고 다니는 웨이터를 이렇게 부르고 있다.
김 회장이 처음 일을 시작한 곳은 2000년대 초중반 룸 클럽 문화의 원조격으로 호황을 누렸던 서울 논현동 힐탑호텔 룸살롱 ‘씨마’(CIMA)였다. 김 회장은 이곳에서 맨 밑바닥인 웨이터로 시작해 능력을 인정받아 유흥업소 여성 종사자(아가씨)를 관리하는 부장의 자리에 올랐다. 보통 유흥업소는 아가씨를 직접 관리하지 않고, 대신 아가씨를 관리하는 마담이나 부장을 업소로 스카우트한다. 따라서 잘나가는 아가씨를 데리고 있는 경우 그만큼 돈을 많이 벌고 화류계에서 입지를 구축할 수 있다. 대신 선불금을 받은 아가씨가 돈을 갖고 튀는 경우도 종종 있어서 위험 부담이 상존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김 회장은 그런 위험요소 관리 및 영업활동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관리 부장에 오른 김 회장은 거침없이 내달렸다. 이어서 곧바로 영업 전무가 되고 마침내 CIMA 사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지금도 화류계에서는 김 회장의 성공에 대해 보기 드문 케이스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직 화류계 종사자 B 씨는 “돈과 아가씨를 관리하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고 전했다. 또 그는 “물론 이경백도 성공했다고 하지만 김 회장에 비하면 급이 다르다”며 “김 회장처럼 성공을 거둔 사람이 화류계에서 딱 두 명 있는데 한 명은 은퇴해 현역 중에는 김 회장이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화류계 종사자 C 씨는 “김 회장이 사채업 쪽에서도 크게 돈을 번 걸로 알고 있다”며 김 회장의 성공 배경을 뒷받침했다.
2008년 김 회장은 자신의 최종 목표인 호텔 오너가 되기 위해 현재 S 호텔 자리의 땅들을 사들였다. 성공가도를 달리던 김 회장이 강남 한복판에 호텔을 세우겠다고 했을 때 당시 주변 반응은 냉랭했다. 다들 ‘규모가 너무 크다’ ‘불황인 시기에 성공할 수 없다’는 회의적인 반응들이 쏟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회장은 2010년 8월 지하 5층 지상 19층 객실 169개의 관광호텔을 세우는 데 성공했다. 처음 부장이 됐을 당시 10명 안팎의 아가씨를 관리하던 김 회장은 현재 YTT에서 500명에 달하는 아가씨를 관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공가도를 달려온 김 회장에게 이번 검찰의 압수수색은 분명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화류계 종사자들 역시 “언젠가 한 번은 닥칠 일이었다”는 반응이다. 업소 규모가 큰 만큼 언제든지 단속기관의 타깃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이경백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3월 이 씨로부터 타 업소들의 추가적인 상납 비리 정황을 포착하고 그동안 대형 업소 몇 곳을 주시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YTT를 상대로 가장 먼저 조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업계에 만연돼 있는 경찰 상대 상납비리를 끊겠다고 선언했지만 아직까지 성과는 오리무중이다. 이런 와중에 화류계로부터 흥미로운 소식이 전해져 눈길을 끌고 있다.
YTT 쪽 정보에 밝은 복수의 화류계 관계자는 “이번 검찰의 수사가 특정 경찰을 노린 표적수사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강남서 전담팀 수사관 중 한 명을 혼내주기 위해 상납 비리를 캐냈다는 것이다. 검찰이 (3월에) 이경백으로부터 얘기를 들었다면 왜 지금에서야 조사를 하는지 설명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YTT 관계자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도 말했다. YTT 관계자 말에 따르면 검찰이 특정 경찰을 거론하며 돈을 줬느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이 입을 닫자 검찰은 ‘그럼 문 닫게 해줄게’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언급을 꺼려하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검찰 역시 경찰의 상납비리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나섰지만 관계자들이 돌연 입을 닫자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훈철 기자 boazh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