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대통령 퇴진 구호 내건 행사 후원 이유로 불참 …여당 “피·땀으로 일군 민주 가치 퇴색”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10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 꼬스트홀에서 ‘제36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을 개최했다.
이 행사는 2007년 6·10 민주항쟁이 국가기념일로 제정된 이후 행안부 주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주관으로 열려왔다.
하지만 행안부는 이번 행사에서 불참 의사를 밝혔다. 행안부가 불참을 결정한 것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윤석열 대통령 퇴진 구호를 내건 행사를 후원했기 때문이다.
행안부는 불참 이유에 대해 정부 예산을 받는 행안부 산하 공공기관이 대통령과 현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면서 정부에 대한 공격을 일삼는 특정 시민단체 정치 세력을 후원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정대로라면 한창섭 행안부 장관 직무대행(차관)이 참석해 기념사를 할 예정이었다. 지난해에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기념사를 했다. 그러나 행안부 불참으로 ‘주최자 없는’ 국가기념일 행사가 돼 버렸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등 집권 여당도 이번 기념식에 불참했다. 반대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배진교 원내대표는 참석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를 향해 날을 세웠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6·10 민주항쟁의 뜻을 이어받는 단체가 정작 그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정치적 공격을 일삼는 시민단체에 후원하는 일도 발생했다”며 “민주 영령들의 피와 땀으로 일궈낸 민주의 가치가 퇴색되는 요즘, 국민의힘은 집권 여당으로서 더 큰 책임감으로, ‘민주’라는 숭고한 단어가 더는 사리사욕에 이용되거나 방종과 폭주의 명분이 되지 않도록 그 가치를 지켜나가겠다”고 전했다.
반면 야당은 사상 초유의 주최자 없는 행사라며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기념식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이 현장을 대통령과 정부 당국자들이 보이콧한 점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6·10항쟁이 없었다면 윤석열 대통령도 또 오늘의 정권도 없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정부의 옹졸함을 이해할 수 없다”고 전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