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리 토끼몰이 중
▲ 주진우 회장. |
사조그룹의 출자구조는 매우 복잡하다. 그룹의 모태인 사조산업을 축으로 사조대림, 사조오양, 사조해표 등 상장사를 포함해 28개 계열사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최근 사조그룹 내에서는 계열사 간 지분 거래가 빈번했다. 지난 5일 사조오양은 최대주주가 사조대림 외 7인에서 사조시스템즈 외 7인으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사조시스템즈가 시간외 매매를 통해 사조씨푸드가 보유하고 있던 사조오양 주식 44만 9990주를 사들인 것. 이로써 사조시스템즈는 사조오양 지분율 20.24%(88만 2460주)를 보유,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사조오양 측은 “기업집단 지배구조 안정화”를 변경 사유로 밝혔다. 즉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다른 이유로 이번 거래가 주목받고 있다. 사조그룹의 후계 승계와 관련 있다는 것.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까닭은 사조오양의 새로운 최대주주인 사조시스템즈의 최대주주가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 차남 제홍 씨(31)이기 때문이다. 비상장사인 사조시스템즈는 건설업, 수산물판매업, 골프연습장 운영업, 광고업, 부동산업, 여행업, 통신판매업 등 서로 크게 관련 없는 사업들을 영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27일 사내이사로 등재된 주제홍 씨는 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주 회장의 장남 지홍 씨(35)도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사조인터내셔널을 통해 그룹의 핵심사인 사조산업의 지분을 늘리고 있다. 농·축산업과 여행업을 사업 목적으로 둔 사조인터내셔널 역시 비상장사다. 사조그룹 2세들이 비상장 계열사를 통해 후계 승계 작업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아직 60대 초반인 주진우 회장은 2선 국회의원 경력에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을 지낼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일화 한 토막. 지난 2009년 한국무역협회의 새 회장 선임 때 주 회장은 강력한 후보였다. 하지만 사공일 전 회장(현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이 선임되자 회사로 돌아와 책상을 치면서 눈물을 보일 만큼 아쉬워했다고 한다.
현재도 무역협회 비상근부회장으로 이름이 올라 있는 주 회장은 지난 2월에도 사공 전 회장의 후임으로 떠올랐으나 한덕수 회장이 선임되면서 또 다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때문에 사조그룹을 잘 아는 재계 관계자는 “다시 정계 진출에 뜻을 둔다면 모를까 2세 승계를 거론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잡음도 적지 않다. 지난 2007년 오양수산 인수 과정에서 오양 오너 일가 분쟁과 맞물려 홍역을 치렀고 최근에는 오리전문기업 화인코리아를 사조가 부도로 몰아 헐값에 인수하려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선 화인코리아 대표(여·62)가 지난 6월 28일부터 서울 충정로 사조그룹 본사 앞에서 삭발한 채 무기한 시위를 하고 있다. 사조그룹 측은 ‘법적 절차를 밟고 있는 일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조그룹과 주 회장의 행보는 멈출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M&A와 후계 승계 작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아 보인다. 잇단 M&A로 취약해진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하고 복잡한 지배구조도 하루 속히 정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재계 고위 인사는 “덩치가 커질수록 M&A와 후계 승계 작업에서 도덕적인 문제가 불거질 우려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