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조치 후 구조자 인계할 기관 찾기 힘들어…아동학대 발생 때도 ‘분리 조치’에 애먹어
지구대는 경찰청 산하기관으로 지방경찰서 관할 동네에 있는 작은 경찰기관이다. 경찰관의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 112 신고가 들어오면 가장 먼저 출동해 초동조치를 취한다. 일선 지구대 경찰관들은 현장에서 초동조치를 한 후 보호기관으로 보내야 할 사람을 지구대 측이 계속 데리고 있어야 해 하소연을 쏟아내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서울의 한 지구대에서 자살 기도자를 구한 적이 있는데 수도권 내 모든 병원에서 ‘담당 선생님(전문의)이 없다’ ‘자리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받아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자살 기도자를) 집으로 보낼 수는 없어 (지구대) 경찰관 2명이 순찰차를 타고 새벽 내내 서울에서 경기도까지 왔다갔다했다”며 “자살 기도자가 나중엔 ‘저 안 죽을 테니까 그냥 집에 보내주세요’라고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4조 1항 2호는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이 명백하고, 응급구호가 필요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을 발견했을 때는 보건의료기관이나 공공구호기관에 긴급구호를 요청하거나 경찰관서에 보호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지구대는 지방경찰청, 경찰서 등과 함께 경찰관서에 포함된다. 따라서 자살 기도자를 지구대가 보호해야 하지만, 하루 수십 건씩 신고가 들어오는 상황에서 집중적으로 살펴보기 어려운 현실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병원 응급실에서 ‘자리가 없다’ ‘담당의가 없다’며 자살 기도자를 안 받아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자살 기도자를) 받아줄 응급센터 찾으면서 경찰관이 계속 데리고 돌아다닌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다른 신고가 들어와 경찰관들이 출동하면 지구대 내 공백이 생기고 자살 기도자를 제대로 관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경찰청에서 발표한 ‘자살 관련 연도별 112 신고 현황’을 보면 △2017년 6만 8427건 △2018년 8만 7085건 △2019년 9만 308건 △2020년 9만 5716건 △2021년 10만 7511건이다.
아동학대 발생시 부모와 분리된 아동을 받아주는 2차기관도 거의 없어 지구대에서 분리 아동을 데리고 있는 경우도 잦은 것으로 전해진다. 2021년부터 가정에서 학대받는 아동을 신속 보호하기 위해 ‘즉각 분리제도’가 시행 중이다.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즉각 분리제도 수칙을 보면 △1년에 2번 이상 학대신고가 접수된 경우 △현장조사 과정에서 학대가 의심되는 경우 △보호자가 아동에게 답변을 못 하게 하거나 거짓 답변을 유도하는 경우 지방자치단체(지자체)의 판단으로 즉각 분리 조처가 이뤄진다. 분리된 아동은 시설에 일시 보호되며, 추후 지자체에서 아동을 가정에 복귀시킬지 양육시설 등에 보낼지 결정한다. 하지만 현장에선 지자체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지구대에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오면 먼저 학대 추정 행위자와 아동을 분리시킨다”며 “분리한 후 지자체에 연락하면 담당자가 없는 경우가 있고, 있어도 오후 6시 이후에 일이 생기면 모두 퇴근해서 지자체에 연락이 아무도 안 닿는다”고 호소했다.
지구대 초동조치 이후 모든 시간에 피해 당사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시설이 구축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익환 서울지방경찰청 직장협의회 위원장은 “초동조치 후 병원에 연락하면 ‘자리가 없어서 안 된다’ 지자체는 ‘담당자가 없다’ 등의 답변이 돌아와 지구대는 피해 당사자들을 데리고 있는 상태에서 수십 건의 신고를 처리해야 한다”며 “지구대의 초동조치 후 (피해 당사자를) 보호할 수 있는 기관을 즉각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사회복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의 역할은 현장에서 조치를 취하는 것이고, 피해자들을 보호소에 옮기는 과정은 사회복지 차원의 문제”라며 “사회복지, 의료, 경찰, 소방이 공조해 피해자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