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손턴 오너들 무혐의 손해 막심 개미들 열받네
LG카드는 외환 위기 이후 국내 내수 진작을 위한 DJ 정부의 내치의 최대 수혜주로 떠올랐으나 신용카드에 의한 개인과다채무로 인해 최대부실 금융기관으로 전락했다. 이 와중에 LG그룹의 오너들은 기업공개 이전 LG카드의 배당이익을 챙기고, LG카드가 2002년 4월 상장된 뒤에는 바로 주식을 처분해 LG카드의 부실을 미리 알고 위험을 회피하고 돈만 챙겼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실제로 LG카드는 상장 전 8만~10만 원대의 주가를 예상하는 증권회사 보고서가 넘쳤지만 2003년 12월 대규모의 부실로 인해 채권단의 경영관리를 공시하고 주가는 나락으로 곤두박질쳤다. 사전에 LG카드가 공개한 장부만 믿고 주식을 샀던 일반투자가와 우리사주를 고가에 받은 LG카드 직원들은 거액의 손실을 입고 구조조정으로 직장까지 잃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때문에 주식공개 뒤 1년도 안된 시점에서 회사가 은행관리를 받아야 할 정도로 망가졌다는 것을 그룹 오너가 몰랐다는 점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기업공개 전 거액의 배당투자를 받고 상장 뒤에 곧바로 주식을 팔아치운 것은 ‘내부 정보를 사전에 알고 그런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와 LG투자증권 노조가 2004년 초 검찰에 고발을 했고 이에 대한 검찰의 판단이 지난 4월 17일 나왔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는 LG카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매각 수사와 관련해 증권거래법상 미공개정보 이용행위 금지조항 위반 혐의로 미국계 펀드인 워버그 핀커스가 출자해 세운 해외법인의 임원인 황 아무개 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또 LG그룹의 구자경 명예회장의 둘째 사위인 최병민 대한펄프 회장 소유의 LG카드 주식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내다 판 LG화학 이 아무개 상무를 불구속 기소하고, 최 회장은 벌금 112억 원에 약식 기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관심을 모았던 LG그룹 오너 일가 대부분에 대해선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들 오너 일가에 대한 ‘LG카드 부실 사전인지 여부’는 여전히 논란을 빚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 2004년 1월 참여연대와 LG투자증권 노조(현 우리투자증권)가 구자열 LS전선 부회장 등 LG카드 지분을 보유했던 LG 오너일가를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내부자 거래금지 위반’으로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고발 대상으로 참여연대는 구자열 LS전선 부회장, 구자홍 LS그룹 회장,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 구평회 E1 명예회장 일가 등 LG그룹에서 분리해 나간 25명에 국한시켰다. LG투자증권 노조는 이보다 넓은 범위인 구씨 일가 127명을 고발했다.
검찰은 ‘내부 정보의 이용’을 LG카드의 유상증자 공시일인 2003년 10월 30일로 잡은 듯하다. LG그룹 오너일가로서는 유일하게 약식 기소된 최병민 회장은 그해 9월 23일부터 한 달간 LG카드 주식 180만 주를 평균 1만 7500원에 팔아치워 112억 원 상당의 손실을 회피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런 검찰의 판단에 대해 LG오너 일가를 고발한 참여연대와 우리투자증권 노조집행부가 전적으로 수긍할지는 미지수다.
애초 참여연대에서는 LG에서 떨어져 나간 LS그룹 오너일가를 고발할 때 ‘10월 30일 유상증자’ 결정과 상관없이 다른 사유로 이들을 고발했기 때문이다. 참여연대가 공개했던 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유상증자가 발표된 이후 2003년 11월 7일부터 11월 21일까지 장내매도를 통해 보유주식 314만여 주를 모두 팔아치운 것으로 드러났다. 이 기간 LG카드의 주가는 1만 3900원에서 8000원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참여연대는 이들이 구본무 LG 회장의 친인척이자 주주로서 LG카드의 유동성 위기와 관련 경영진이 채권금융기관과 11월 초부터 협의를 했다는 사실은 물론 추가적인 유상증자나 채권금융기관의 신규자금 지원이 없을 경우 결국 LG카드가 부도위기를 맞거나 경영관리를 받게 된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추가적인 유상증자와 경영관리 공시가 있기 직전인 11월21일까지 보유주식을 모두 팔아치웠다는 것이다.
실제로 11월24일 LG카드는 채권단의 경영관리를 공시했고 그날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 7000원대로 떨어졌으며 이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검찰에선 지난 4월 17일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들이 계열 분리 이후에 주식을 팔았기 때문에 ‘정보를 취득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판단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검찰의 사건 처리 통보를 지난 4월 20일께 서류로 받은 상태다. 통상 검찰의 공소권 행사에 대한 항고는 한 달 이내에 하게 돼 있다. 즉 5월 20일까지 참여연대와 LG투자증권 노조에서 검찰의 처분에 대해 항고를 하지 않으면 LG그룹 오너 일가의 ‘LG카드 사전정보 이용 혐의’건은 완전히 끝나게 된다.
참여연대에선 검찰의 통보를 받은 뒤 검찰의 공소 부제기 이유서에 대한 열람을 신청했다. 이들은 이유서를 받아 본 뒤 ‘사실 판단’과 ‘법률 판단’을 한 뒤 항고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적어도 5월 둘째주는 돼야 참여연대의 판단이 나오는 것.
이에 비해 LG투자증권 노조의 입장은 좀 더 복잡하다. LG투자증권이 2004년 이후 우리금융그룹에 인수돼 우리투자증권으로 바뀐 데다 현 우리투자증권의 노조 집행부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즉 고발 주체가 불명확해져 버린 것이다. 때문에 우리투자증권 노조집행부는 “내부적으로 좀 더 검토를 해봐야겠다”는 입장이다.
LG투자증권에서는 이 사건과 관련해 고발 대상자를 LG그룹 오너 일가 120여 명을 대상으로 폭넓게 잡았었다. 이에 대해 검찰에선 “대주주 일가 구성원으로부터 주식을 매입한 사람 역시 대주주 일가이기 때문에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LG카드 부실화 원인과 관련해 당시 LG투자증권의 노조는 LG카드의 채권추심을 맡았던 미래신용정보와 미래신용정보의 사장이던 정 아무개 씨와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특수관계 등을 근거로 “LG카드가 미래신용정보에 넘긴 상각채권의 진정성 여부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야 하며, 미래신용정보가 허위상각채권을 넘겨받아 막대한 비자금을 조성했을 개연성에 대해서도 조사해야 한다”며 미래신용정보를 금감위와 검찰에 고발했었다. 하지만 이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 결과도 아직 이렇다하게 나온 게 없다.
5월 중순 이후 LG그룹 오너 일가가 그간의 ‘누명’을 말끔하게 벗어던질지 아니면 LG오너 일가의 책임론에 대한 새로운 논란이 시작될지 주목된다.
김진령 기자 kj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