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부재 속 1분기 역성장에 수백억 과징금까지…KT “기저효과 영향…새 먹거리 차질없이 준비”
#경쟁사는 뛰는데 KT는 뒷걸음질
KT는 올해 남은 기간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5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종전과 달리 이례적으로 KT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김 연구원은 ‘아직도 올해 KT 이익/배당 성장을 믿으십니까’라는 보고서에서 “내용면에서 1분기뿐만 아니라 2분기에도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것이고, 2023년 KT 연결 영업이익은 큰 폭 감소가 유력하며 본사 영업이익 역시 감소가 예상된다. 2분기 실적을 보면 판단이 설 것이다”라고 썼다.
KT 한 직원은 “원래 달성 목표였던 별도 기준 영업이익 1조 원은 이미 포기한 분위기”라며 “대신 직원들에게 매출을 만들어내라는 압박 강도는 점점 심해지고 있다. 저희 팀의 경우 한 명당 할당금액이 1억 원”이라고 말했다. KT 다른 직원은 “1~2분기에 KT가 정부나 산업계에서 굵직굵직한 주요 입찰 사업들에서도 수주 성적이 좋지 못하다”며 “아무래도 내부에서는 CEO의 부재와 사법리스크 등이 남아있어 어수선한 점이 신뢰도를 떨어뜨린 거 아니겠냐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KT의 올해 1분기 디지코 B2B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00억 원 정도 늘었다. 매출 비중은 41% 수준에서 정체 중이다. 지난해 2025년까지 매출 비중을 50%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현 추세라면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CEO가 없는 상황에서 수주 성적이 좋지 못한 건 당연한 수순”이라며 “입찰을 할 때 가격경쟁력을 좀 더 고려하거나 손해를 보더라도 중장기적으로 베팅할 수 있어야 하는데 KT는 지금 그런 위험부담을 질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KT는 현재 초유의 경영 공백 사태를 겪고 있다. 두 차례의 공모 끝에 연임이 내정됐던 구현모 전 KT 대표가 결국 국민연금의 반대를 이기지 못하고 사퇴한 후 차기 CEO로 내정됐던 윤경림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도 3월 31일 주주총회를 일주일 앞두고 사퇴했다. 기존 이사진까지 모두 물러나며 KT는 지금 새 CEO를 선임하지 못한 채 비상경영체제를 가동 중이다.
수뇌부의 사법리스크도 여전히 KT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6월 22일 김 아무개 전 KT텔레캅 본부장을 ‘일감 몰아주기’ 의혹의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김 전 본부장은 구현모 전 대표 취임 직후 KT본사에서 KT텔레캅으로 자리를 옮긴 인물로 구 전 대표의 고등학교 동창으로 알려졌다. KT텔레캅이 4개 하청업체가 나눠주던 일감을 KDFS에 몰아준 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아직 이사회에 출석하며 영향력을 행사 중인 구현모 전 대표와 측근들 모두 검찰 수사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운 CEO 오면 해결될까?
KT는 차기 CEO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다만 정권의 입맛에 맞는 ‘낙하산 인사’가 내려오는 거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KT가 지난 6월 8일 KT 정관에 명시된 대표이사 자격요건에서 ‘정보통신 전문성’을 삭제한 후 ‘산업 전문성’이라는 포괄적인 용어로 대체한 탓이다. 가뜩이나 내부에서 추대된 구현모 전 대표와 윤경림 전 후보가 낙마한 상황에서 낙하산 후보를 앉히기 위한 사전 작업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앞서 차기 대표 선출 레이스에서는 정부 측 인사로 꼽혔던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정보통신 분야 전문성이 없다는 이유로 후보 압축 과정에서 배제됐다. 앞서의 KT 한 직원은 “이렇게 새 대표가 들어오면 KT 밖에서 낙하산으로 들어와 뇌물과 부정채용 등으로 이슈몰이했던 이석채 전 회장 꼴이 나리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시기가 너무 늦어진다는 점도 우려사항으로 꼽힌다. KT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현재 사외이사 최종 후보 7명을 추천한 상태다. 6월 30일 제1차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신규 사외이사가 선임되고 정관 개정을 마무리하면 새 CEO를 공모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이후 CEO를 내정하고 다시 주주총회를 소집해 확정하고 나면 새 CEO는 일러도 8월 중순쯤에나 임기를 시작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3분기가 절반 가까이 흘러가버린 상태에서 조직개편부터 다시 시작하고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리하면 곧 연말을 맞이하게 되는 셈이다.
외부의 경영 환경도 KT에 우호적이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5월 24일 5세대(5G) 통신 데이터 전송 속도를 25배 부풀려 광고했다는 이유로 통신 3사에 총 336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가 통신서비스 속도에 대해 부당 광고행위로 제재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KT의 과징금 규모는 139억 3100만 원에 달했다. 게다가 공정위가 향후 ‘커버리지’ 이슈까지 들여다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속도만 문제인 게 아니라 지역에서는 5G망을 10%도 구축하지 않은 상황에서 전국 서비스인 것처럼 광고하고 같은 요금제를 받은 것도 별도의 처분을 받을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가 저가 요금제를 계속 밀어붙이고 있는 데다 알뜰폰(MVNO) 사업자 키우기에 나서고 있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정부는 제4 이동통신사 사업자 선정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통신3사의 과점 구조를 깨뜨리겠다는 논리다. 앞서의 통신업계 관계자는 “조 단위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에 컨소시엄들이 지금까지는 평가 문턱을 넘지 못했고 실제로도 쉽지 않다”며 “다만 정부가 기존 이통사들에게 기지국 등을 한시적으로 빌려주게 만든다거나 할 경우 KT는 손해를 보더라도 따라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알뜰폰이나 제4 이통사 등 경쟁구도가 확장될 조짐이 있고 성장의 정체가 생긴 상황인 만큼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며 “타 산업 분야에서 B2B 고객에 대한 유치전략이 필요하고 5G에서도 돌파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형남 교수는 “경영공백 탓에 1년 제자리걸음을 걷게 생긴 만큼 회복이 쉽지 않을 것 같다. 문제는 지나치게 정부 간섭에 취약한 거버넌스를 뜯어고치지 않는 한 앞으로도 동일한 문제가 반복될 우려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 KT 관계자는 “CEO 공백의 영향이 없을 수는 없다. 다만 작년 실적이 워낙 좋았던 탓에 올해 실적이 더 안 좋게 보이는 기저효과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하반기에는 경영환경이 안정될 것으로 보이고 저희 나름대로는 AI(인공지능) 등 새 먹거리도 최대한 차질 없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