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 바꿔치기 하거나 병원비·현금 주고 불법입양…이 과정 브로커가 금전적 이익 취하기도
원치 않은 임신, 경제적 어려움 등의 이유로 미신고된 아동들 절반 이상은 베이비박스·보육원 등 보호시설에 맡겨진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나머지 아동들은 안전 및 소재가 확인되지 않아, 불법입양됐거나 유기됐거나 살해된 것으로 추정된다. 일요신문은 출생 미신고된 신생아를 유기하거나 불법입양한 혐의로 체포된 최근 사건들과 함께 이미 형이 확정된 사건들을 되짚어 봤다.
#“화장비 없다” 거제에서도 영아 유기 사건
감사원의 전수조사 이후 ‘수원 냉장고 영아 시신 사건’, ‘화성 영아 유기 사건’과 더불어서 ‘거제 영아 야산 유기 사건’도 부각됐다. 경남 거제시에서도 생후 5일 된 영아를 야산에 묻어 유기한 사실혼 부부가 경찰에 체포됐다.
지난해 9월 5일 친모는 거제시 한 산부인과에서 아들을 출산했다. 나흘 뒤인 9일 퇴원한 후 주거지에 돌아와 잠을 자고 일어나니 아들이 숨졌다고 한다. 경제적 여유가 없어 당초 입양 보낼 계획이었던 부부는 아들을 화장할 경우 비용이 많이 들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 날인 10일 새벽 인근 야산에 아들을 비닐봉지에 싸둔 채 인근 야산에 묻어 유기했다.
이 아이는 병원에서 출산한 기록이 남아 있었지만, 출생신고는 이뤄지지 않았다. 아이 소재를 묻는 지자체 공무원의 질문에 부부는 “아이가 사망해 암매장했다”고 진술했다. 지자체는 경찰에 해당 사실을 알렸고, 경찰은 이 부부를 사체 은닉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미혼 20대 커플 ‘가정분만’ 뒤 살해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영아를 살해한 뒤 유기한 사건이 2021년에도 있었다. 연인 사이로 지내며 함께 생활했던 20대 부부는 2020년 6, 7월경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됐다. 이 부부는 나이가 어리고 경제적 능력이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결혼하지 않은 채 아이를 출산했다는 것에 대한 주변의 불편한 시선 등이 걱정돼 낙태하기로 마음먹었다.
산부인과로 찾아갔으나 낙태 비용이 많이 들어서 결국 수술을 하지 못했다. 그 뒤 부부는 아이의 출산을 주변에서 알지 못하게 하기 위해 가정분만을 하기로 계획했다. 부부는 출산한 뒤에 아이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던 중 친모는 친부에게 “아이를 출산하면 죽인 뒤에 공주에 있는 고향집 야산에 묻어 버리겠다”는 취지로 여러 차례 말했다.
2021년 1월 11일, 친모는 화장실에서 남자아이를 출산했다. 친모는 울고 있던 아이의 입과 코를 막으면서 친부에게 수건을 달라고 부탁했다. 친부는 화장실 문 앞에서 기다렸으며 친모는 수건으로 아이의 얼굴을 덮고 눌러서 질식해 숨지게 했다. 그 뒤 아기의 사체를 운동용 가방에 담아 베란다에 위치한 에어컨 실외기 아래에 숨겼다. 결국 이 사건은 재판으로 갔고 1심 재판부는 친모는 징역 3년, 친부는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그리고 2심에서는 검찰과 피고인의 항소가 모두 기각됐다.
#광주 미혼모 출산 1시간 뒤 아이 숨져
광주에서는 20대 여성이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출산한 뒤 보호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아이를 숨지게 한 사건도 있었다. 미혼모였던 여성은 사귀던 남자친구와 헤어진 뒤인 2021년 4월경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 같은 해 10월 13일, 병원에 입원해 출산해야 한다는 권유를 받았지만 이를 뿌리치고 10월 14일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여자아이를 출산했다.
여성은 출산 직후 영아의 코와 입에 있는 이물질을 제거하지 않았다. 그리고 저체온인 걸 확인했음에도 병원을 찾아가지 않고 수건으로 아이를 감싼 채 잠이 들었다. 그가 잠에서 깬 1시간 30여 분 뒤에는 아이가 숨졌으며,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기소된 여성은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해당 여성은 생부나 가족, 지인 등으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하고 혼자 출산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이 여성이 출산이 임박할 무렵 입양기관을 알아보고 상담을 받았으며, 어린 나이에 미혼 상태에서 출산 직후 극심한 육체적 피로 및 정신적 충격 등으로 인해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한 채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
#대구에서 산모 바꿔치기
대구에서는 이른바 ‘산모 바꿔치기’ 사건이 발생했다. 대구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에 따르면 3월 1일 대구 소재의 한 대학병원에서 출산한 산모 A 씨(31)가 산후조리 등을 이유로 남자 아기를 병원에 남겨둔 채 퇴원했다. 그 뒤인 3월 13일 30대 여성 B 씨(37)가 병원비를 내고 자신이 낳지 않은 아기를 데려가려 하다가 신생아실 직원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와 B 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사이로 알려졌다. A 씨는 입원과 출산 과정에서 B 씨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인적사항을 사용했다. 그리고 B 씨는 병원비를 납부했으며, 산모 A 씨에게 산후조리 명목의 금전을 건넸다. A 씨는 아동매매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으며, B 씨는 같은 혐의로 구속 상태다.
또한 경찰은 B 씨가 2020년 10월부터 2023년 3월까지 한 포털사이트 ‘문답 게시판’에서 B 씨 외에도 아동 양육이 어려운 부모들에게 접근해 동일 범죄를 저지른 사실도 파악했다. 이번 사건 피해자인 남자 아기를 포함해 B 씨가 불법입양한 아동은 총 4명이었다. 또한 A 씨와 B 씨 외 범행을 도운 지인 등 8명도 불구속 입건 됐다.
#대전서도 병원비·현금 주고 입양
대전 소재 병원에서도 병원비 대납과 더불어 현금을 추가로 지급한 뒤 입양한 사건이 2015년에 있었다. C 씨는 2015년 2월경 포털사이트에 ‘3개월 후 남자아이를 낳을 예정인데, 입양을 보내야 할 것 같다’는 산모의 글에 ‘정말 아이를 원하는데 쪽지 달라’는 댓글을 달았다. C 씨의 댓글을 본 D 씨는 ‘작성자는 아니지만 비슷한 처지에 있어서 댓글 보고 쪽지를 드렸다’며 메시지를 전송했다.
C 씨와 연락을 주고받게 된 D 씨는 “남편과는 별거 중이고 다른 남자와 동거하면서 아들을 임신했다”며 “이미 딸 2명을 키우고 있어서 아들을 도저히 키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C 씨는 “내가 잘 키워 주겠다. 우리는 교육자 집안”이라며 “딸이 고등학교 2학년 때 유학을 갈 예정인데 보내면 허전할 것 같으니 입양을 원한다. 병원비를 내가 다 내줄 테니 걱정하지 마라”고 제안했다. 2015년 5월 18일 대전 서구 소재 병원에서 병원비 45만 3900원을 지불한 C 씨는 같은 달 15일에 태어난 D 씨의 아이를 건네받았다. 그리고 D 씨에게 현금 50만 원을 추가로 지급했다.
또한 C 씨는 2015년 10월경 포털사이트에 ‘아이 아빠가 없어 입양을 보내야 한다’는 또 다른 산모의 글을 읽고 게시자와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C 씨는 산모의 아이를 데려다가 다른 사람에게 넘기기로 마음먹고 2016년 1월 19일경 포털사이트를 통해 입양 절차에 대해 질문한 사람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러나 C 씨는 2016년 2월 19일 체포돼 아동 매수는 미수에 그쳤다. 2016년 5월 4일에 진행된 재판에서 C 씨는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D 씨를 포함한 두 산모는 각 징역 10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며, 8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 받았다.
#불법입양 중개하는 ‘브로커’
중개인인 소위 ‘브로커’가 불법입양 과정에서 금품을 요구한 사건이 있다. 슬하에 자녀가 없었던 미국 국적 부부는 2016년 봄 ‘미혼모를 도와주고 싶다’는 글을 게시했다. 이를 본 브로커는 부부에게 자신이 마치 미혼모인 것처럼 연락해 2000만 원의 사례비를 받는 조건으로 아이를 입양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로 했다.
법률상 배우자가 있는 상태에서 다른 남자친구의 아이를 임신한 여성은 2016년 10월 한 인터넷 사이트에 출생신고 없이 아기를 입양할 수 있는 절차와 관련해 물어보고 카카오톡 아이디를 남기면서 도움을 청했다. 브로커는 여성의 메신저를 통해 부부를 소개했다. 그 뒤 브로커는 출산할 여성에게 지급할 1000만 원 등 총 2000만 원을 부부에게 요구했다, 이미 사기죄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던 브로커는 2020년 6월 17일 재판에서 징역 2개월 및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019년에는 브로커가 금전적 이익을 챙긴 사건도 생겼다. 인터넷을 통해 아이 입양을 원하는 E 씨를 알게 된 F 씨는 또 다른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아이를 입양 보내고 싶어 하는 산모를 찾았다. 그리고 F 씨는 산모에게 자신이 키울 것처럼 행세하며 아이를 건네받기로 한 뒤 그 아이를 E 씨에게 건네주고 대가를 받기로 마음먹었다.
산모가 경기 안성시 소재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출산하자 F 씨는 병원으로 가 아이를 건네받았다. 그 뒤 2019년 12월 30일 15시경, 산부인과 부근의 모텔에서 E 씨에게 아이를 건넸다. 그 대가로 F 씨는 E 씨로부터 2019년 11월부터 2020년 4월까지 총 40회에 걸쳐서 합계 689만 9700원을 받았다. 결국 F 씨는 2022년 10월 25일 재판에서 징역 1년 2개월, 집행유예 2년 선고 및 8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