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에 의한 출산, 10대 미혼모 등 사각지대…근친·미혼부 등 현행법상 까다로운 문제도 있어
주사랑공동체 측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2년까지 1418명의 아기가 베이비박스를 통해 보호됐다고 한다. 이 가운데 출생신고가 된 아기는 373명이며, 나머지 1045명은 미아신고를 통해 관할 구청으로 인계돼 입양되거나 시설로 보내졌다.
최근 베이비박스에 맡긴 생부모와의 상담률이 97%라고 밝힌 주사랑공동체 측은 출생신고 사각지대로 인한 현실을 전했다. △강간에 의한 출산 △10대 미혼모 △외도 △이혼 후 출산 △근친으로 인한 출산 △난민을 포함한 불법체류자 등으로 사례도 다양하다.
주사랑공동체 대표 이종락 목사는 “근친, 미혼부 등 출생신고가 현실적으로 잘 안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생부모 대부분 기록이 남겨지는 것이 꺼려져서 출생신고를 안 하지만, 현행법상 친자식으로 등록하기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는 의견이다. 이어 이종락 목사는 “출생신고 사각지대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는 입양특례법이 아기들의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다”며 “생명의 위기에 놓인 아기와 임산부를 보호하기 위해 보호출산법도 하루빨리 통과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서울 관악구 남현동에 위치한 상록보육원은 베이비박스로 들어온 41명의 아기 가운데 32명을 돌보고 있다. 상록보육원 측은 시설에 있는 32명을 제외한 9명 가운데 생부모 가정으로 돌아간 아이는 단 두 명뿐이다. 이 외에는 입양되거나 위탁 가정 등으로 보내졌다.
부청하 상록보육원 원장은 “10대 미혼모와 혼외 출생 등에 대해 주변 사람들이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를 부끄럽게 생각한 나머지 출생신고를 하지 않거나 영아유기 등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소중한 생명을 가지고 낳는 것에 너무 창피하지 않았으면 한다. 어려운 상황이면 공공기관이나 시설에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