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과의 전쟁’ 속 이원석 총장 ‘법원 영장 기각’ 비판…검찰 재소환 이어 영장 재청구 가능성
#이원석 검찰총장 강력 대응
이원석 검찰총장은 5월말 대검찰청 간부들에게 유아인의 구속영장 기각 등을 직접 언급하며 “법원 판단이 마약에 대한 젊은 세대의 인식과 경각심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법원의 영장 기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로 비판한 것.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 윤석열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수사 일선을 지휘하는 이원석 검찰총장도 강력 대응에 나섰다.
5월 수원지검 성남지청을 방문하면서 마약 중독자 치료 관리 관련 실무 협의를 하는가 하면, 대검찰청 내에 마약·조직범죄부를 신설하고 검찰 내 마약통인 박재억 검사장을 앉혀 힘을 실었다. 4월부터 검찰·경찰·관세청이 합동 운영하는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 규모도 확대됐다. 국방부·해양경찰청·국정원까지 추가 합류하며 마약수사 전담 인력이 840명에서 974명으로 늘었다. 검찰은 마약수사 전문 인력을 보내 군검찰·군사경찰 140여 명을 대상으로 전문 교육도 실시했다.
그런 가운데 유아인 재수사 검토는 ‘윗선의 의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유아인 사건의 경우 초범이지만 마약 종류가 다양하고 투약 횟수가 많아 영장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사건”이라며 “다시 영장을 청구해 검찰의 수사의지가 강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에는 가장 적절한 사건 아니냐. 윗선의 의지가 반영됐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실제로 유아인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검찰 내부에서는 “유아인은 유명인사로 사회적 영향력이 크고 검출된 마약을 보면 사실상 초범으로 보기 힘들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영장 기각이 아쉽다는 뜻으로 이원석 총장이 발언한 것 아니겠냐”는 입장이 나온 바 있다.
#5종에서 7종으로 늘어난 마약류
5월 구속영장 청구 당시 유아인에게 적용된 혐의는 프로포폴·졸피뎀·대마·케타민·코카인 등 5종 마약 투약이다.
하지만 경찰이 검찰에 사건을 불구속 상태로 송치하면서, 투약 혐의에 포함된 마약 종류는 2가지가 더 늘었다. 기존에 알려진 5종 이외에도 △향정신성의약품 미다졸람 △알프라졸람까지 투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다졸람은 수면 마취에 쓰이는 마약성 의약품이고, 알프라졸람도 수면제나 진정제용으로 쓰이는 의약품이다. 두 마약 모두 다른 마약과 함께 사용하다가 수사기관에 적발되는 게 일반적이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검사 신준호)는 유아인 마약 사건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검찰 측은 “7종 이상의 마약을 투약했는데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에 대해 다소 의아한 부분이 있다”면서 “전반적인 재수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6월 9일 경찰이 유아인에게 7종 이상의 마약을 투약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를 적용해 송치한 지 한 달여 만이다.
#구속영장 발부 받아낼 수 있을까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검찰은 투약한 마약 종류가 두 종류 더 늘어났고 공범을 해외로 도피시키려고 시도한 정황까지 포착된 점 등을 고려할 때 구속 사유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유아인을 다시 소환해 조사하는 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앞선 5월 구속영장 청구와 동일한 범죄 혐의를 적용할 경우 법원에서 ‘발부해줄’ 가능성이 낮다고 우려한다. 형사 사건 경험이 많은 검사는 “통상적으로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서 조서 등이 큰 문제가 없을 경우 추가 소환 없이 기소를 하곤 한다”며 “다시 소환한다는 것은 경찰이 적용한 혐의에 대해 검찰이 다시 확인해 추가하거나 배제할 필요성이 있을 때 이뤄지는 조치”라고 풀이했다. 실제 소환이 이뤄진다면 검찰이 영장 재청구를 앞두고 유아인을 상대로 소명받기 위한 목적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검찰은 재검토 결정만 내렸을 뿐 유아인 및 공범들에 대한 조사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법원의 영장을 다시 받아내려면 앞선 5월 기각 사유를 넘어서야 한다는 점을 지켜봐야 한다.
#"영장 재청구 잃을 게 없는 카드"
5월 24일 법원은 “이미 범행과 관련된 증거들이 상당수 확보됐고, 기본적 사실관계 자체를 대체로 인정하고 있으며, 또 주거지가 일정하고 동종 범행 전력이 없다”며 “대마 흡연을 반성하고 있고, 코카인 사용은 일정 부분 다툼의 여지를 배제할 수 없어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또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현재 단계에서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 기각 사유를 언급한 바 있다.
검찰이 △추가적인 혐의를 찾아내 범죄의 중대성을 입증하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새로운 혐의를 제시해야 영장 발부 가능성이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법원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제시한 코카인 등 몇몇 마약 투약 행위에 대해서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며 “유아인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는 얘기다.
영장전담 재판부 경험이 있는 판사 출신 변호사는 “비슷한 혐의로 영장을 재청구할 경우 판사 입장에서 ‘법원의 판단이 우습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며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하는 사건은 극히 드물고 법원도 재청구 사건은 더 꼼꼼하게 살피기 때문에 새로운 혐의와 증거인멸 가능성을 입증해야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선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마약 사건에 대한 법원 판단이 너무 가볍다는 국민적 비판이 높은 가운데 검찰의 영장 재청구는 잃을 게 없는 카드”라며 “법원의 향후 판단 기준을 바꿀 수 있는 사건이라고 생각하고 수사력을 집중하지 않겠나”라고 풀이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