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5주기 맞아 ‘노회찬 평전’ 출간…62년 삶 따라가며 헌신과 열정 톺아봐
진보운동가 노회찬(1956년 8월 31일~2018년 7월 23일)이 1992년 옥중에서 부모한테 보낸 편지 일부다.
그의 사망 5주기를 맞아 ‘노회찬 평전(사회평론)’이 출간됐다. 이 책을 기획한 노회찬재단은 노회찬의 말과 글, 행적을 모아 ‘노회찬 아카이브’를 구성했다. 여기에 저자 이광호는 노회찬 가족, 동지, 친구의 기억을 보태 방대한 원고를 정리했다.
이 책은 노회찬의 62년 동안의 삶을 따라가며 그가 보여준 휴머니즘과 노동운동, 진보정치에 대한 헌신과 열정을 ‘있는 그대로 기술한다’는 원칙을 적용해 톺아본다.
노회찬은 1980년 광주 비극을 목격하면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광주항쟁 때 부산 집에 있었다. 당시 부산에선 일본 NHK 전파가 잡혔다. 일본 방송을 통해 광주 참상을 접하면서 그는 광주 시민들에 대한 연민 때문에 눈물을 흘렸다. 광주항쟁이 군부에 의해 진압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노회찬은 혼자만의 진혼제를 올리기 위해 광주에 갔다. 그곳에 다녀온 노회찬이 가까운 고교 친구 최만섭에게 한 말이다.
“내가 마음이 힘들어서 광주에 다녀왔다. 충장로와 금남로 술집을 순회하면서 일부러 고향 사투리를 쓰면서 ‘부산에서 왔습니다’하니까 그분들이 내 말 듣고 따뜻하게 맞아주시더라.”
2012년 10월 21일 노회찬은 ‘6411번 버스 연설’로 널리 알려진 진보정의당 대표 수락연설을 했다. 2010년 서울시장 선거 때 구로에서 출발해서 강남 개포동까지 가는 6411번 버스 첫차를 탔을 때 만난 버스 안 풍경을 떠올리며 준비된 원고 없이 한 연설이었다.
“6411번 버스라고 있습니다. 서울 구로구 가로수공원에서 출발해서 강남을 거쳐서 개포동 주공2단지까지 대략 2시간 정도 걸리는 노선버스입니다.…그 누구도 새벽 4시와 4시 5분에 출발하는 6411번 버스가 출발점부터 거의 만석이 되어서 강남의 여러 정류장에서 오십 대, 육십 대 아주머니들을 다 내려준 후에 종점으로 향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이분들은 태어날 때부터 이름이 있었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않습니다. 그냥 아주머니입니다. 그냥 청소하는 미화원일 뿐입니다. 한 달에 85만 원 받는 이분들이야말로 투명인간입니다. 저는 스스로에게 묻습니다.…이분들이 그 어려움 속에서 우리 같은 사람들을 찾을 때 우리는 어디에 있었습니까? 그들 눈앞에 있었습니까? 그들의 손이 닿는 곳에 있었습니까? 그들의 소리가 들리는 곳에 과연 있었습니까?”
노회찬이 지금 살아 있다 하더라도 최근 부쩍 첨예해진 한국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해답을 제시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라면 우리와 함께 고민하고 행동하지 않았을까. 이 책은 “지금 노회찬이라면 뭐라고 말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마무리된다.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