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IRA 정책 수혜 예상…경쟁 심화 속 정부 지원책 축소는 아쉬운 대목
#1위 사업자 한화큐셀, 미국 시장만 같아라
한화큐셀은 미국 태양광 시장에서 1위 사업자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우드맥킨지에 따르면 한화큐셀은 2022년 미국 주택용 모듈 시장과 상업용 모듈 시장에서 각각 33.7%와 17.7%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를 수성했다. 태양광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시장 재생에너지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2030년대가 되면 미국 태양광 시장이 중국 시장의 절반 수준에 육박하게 되리라고 본다”며 “따라서 한화큐셀이 적어도 2030년까지는 전망이 밝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화큐셀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반사이익을 가장 크게 입은 태양광 업체로 꼽힌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르면 미국 현지에서 태양광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세액공제와 다양한 미국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현재 미국에 생산설비를 갖춘 셀·모듈 업체는 한화큐셀을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한화큐셀과 유일하게 견줄 수 있는 미국 태양광 업체 퍼스트 솔라의 경우 실리콘이 아닌 카드뮴 텔루라이드(CdTe)를 재료로 하는 모듈을 만들고 있다. 실리콘 셀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폴리실리콘 공급을 중국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까닭인데 CdTe셀은 발전 효율이 떨어지고 중금속 발생 이슈가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선호도와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착공식에 참석하겠다고 밝힌 한화큐셀의 ‘솔라허브’ 역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화큐셀은 올해 1월 내년까지 조지아주 달튼과 바토우 카운티에 25억 달러(약 3조 1660억 원)를 투자해 폴리실리콘을 제외한 전 생산 공정을 갖춘 통합 생산단지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솔라허브의 건설이 끝나면 한화큐셀은 IRA를 통해 연간 1조 원이 넘는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려 요인이 없는 것이 아니다. 중국 신장위구르 소수민족이 태양광 패널 제작에 강제 동원된다는 이유로 중국산 태양광 패널 수입을 금지했던 미국이 올해 3월부터 중국산 패널 수입을 재개했기 때문이다. 정재학 영남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재생에너지 수요 증대에 따른 대응책으로 보이지만 향후 미국이 중국하고 어디까지 선을 그을지는 외교 문제인 까닭에 전망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라며 “반도체를 사수하기 위해 이미 중국이 이미 시장을 장악한 태양전지에는 다소 유화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기술력은 앞서는데 '뒷배'가 없네
글로벌 태양광 시장에서 중국 업체의 시장점유율은 80~90%에 달한다. 태양광 산업 가치사슬은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태양전지)→모듈'로 이어지는데 중국은 수직계열화를 통해 모든 단계를 전부 다 제조하고 있다. 반면 한화큐셀은 현재 셀하고 모듈만 제조하고 있어 원가 측면에서 중국 업체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발전 설비 용량 역시 모듈 기준으로 한화큐셀은 12기가와트(GW)수준인 반면 중국 업체들은 80~90GW에 육박해 상당한 차이가 난다.
중국은 2010년대부터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과 대규모 물량공세로 12년 연속 폴리실리콘 생산 세계 1위, 16년 연속 태양광 모듈 생산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화큐셀이 믿는 구석은 품질이다. 앞서의 태양광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문제는 현장 관리가 안 된다는 점이다. 미세먼지나 이물질 영향으로 미세한 흠 등이 생기기 때문에 한화에 비해 내구도가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태양광업계 다른 관계자 또한 “신제품일 때는 품질과 가격 측면에서 누구도 중국을 따라가기 힘들다. 그렇지만 한화 제품은 십수 년 가까이 품질이 꾸준하게 유지가 되는 반면 중국산은 고효율의 제품을 만들어냈어도 불량률과 공정 관리에 있어서 뒤처지기 때문에 고장이 잦다”고 말했다.
기술력 측면에서도 한화큐셀은 고효율을 자랑하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만드는 공정이 간단하고 가격이 저렴한 데다 발전 효율을 크게 올릴 수 있어 각광을 받고 있다. 미국의 NREL 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페로브스카이트 발전 최대효율은 32%를 기록했다. 평균 효율 약 23%인 퍼크셀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정재학 교수는 “우리나라가 원천기술을 확보했고 한화가 양산공정에 들어갔다. 상용화만 되면 중국을 완전히 이길 수 있고 특허 분쟁 소지도 없다”라고 말했다.
전세계적으로 태양광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 내 에너지 비용·안보 이슈가 급부상한 데다 탄소국경세 등을 회피할 수 있는 기후위기 대응책으로 태양광이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태양광 주요 수요국인 미·중뿐만 아니라 유럽과 개발도상국의 수요도 나란히 증가하고 있어 올해 태양광 설치 용량은 230GW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태양광 산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특히 중국 의존도를 빠르게 줄여나가고 있는 인도의 경우 인도 정부의 지원책에 힘입어 2026년까지 태양광 설치 용량을 총 110GW까지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자국 업체에 대한 지원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어 한화큐셀 입장에서는 기회이자 동시에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올해 ‘원전과 재생에너지 정책의 합리적 조화’를 내세우며 국내 태양광 업계에 부여되던 혜택과 지원책 등을 축소하고 있다. 정부는 2030 신재생에너지 발전 보급 목표를 기존 30.2%에서 21.6%로 하향조정했고 국산 제품 사용 시 인센티브를 주던 2026년 RPS(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 목표 비율도 기존 25%에서 15%로 하향했다. 이에 따라 국내 태양광 모듈 점유율 중 중국산 비율이 2017년 27%에서 2022년 32%로 증가한 반면 국산 비중은 73%에서 68%까지 떨어졌다. 신재생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이런 중요한 시점에 해외와 달리 한국 정부가 태양광 산업에 대해서 우호적인 정책을 펴고 있지 않다는 점이 우려되는 요소”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화큐셀 관계자는 “글로벌 통상 환경과 주요국의 에너지 정책이 저탄소 에너지 중심으로 변화하며 재생에너지 수요도 급성장하고 있다”며 “한화큐셀은 미국 등 전세계에 위치한 생산기지, 영업망, 연구개발센터를 기반으로 급증하는 태양광 수요에 적극 대응하여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상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