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자체·민간단체 ‘콤비플레이’로 특혜 극대화? 윤석열이 콕 집은 ‘의사결정 라인’ 비밀 밝혀질까
6월 14일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공직기관비서관실에 “태양광 사업 의사결정 라인 전반에 철저한 조사를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6월 13일 감사원이 발표한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중간 감사결과에 따른 조치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당시 진행된 태양광과 풍력발전 등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사업 비리 혐의로 38명을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감사원 감사에 따르면 일부 전·현직 공직자들은 민간업체와 공모, 태양광발전소 인허가 과정에서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허위서류를 통한 사업권 취득 △국고보조금 부당 교부 △학맥 기반 특혜제공 △공직자 본인 또는 가족의 태양광사업 직접 참여 등 사례들이 확인된 것으로 전해진다. 감사원의 최종 결과가 발표될 때쯤엔 수사의뢰 대상 공직자 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도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와 공직기강비서관실 감찰은 향후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 공격에 핵심 포석이 될 것”이라면서 “문재인 정부 당시 신재생에너지 사업 관련 공직자 비리가 색출되면, 그 다음 스텝은 이 공직자에 대한 수사 및 공직자와 연결된 민간업체 관계자에 대한 수사”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지금 사정기관들이 수사 중인 각종 태양광 비리 의혹 사건들에 대한 퍼즐이 조합되면 전 정부 신재생에너지 사업 관련 타깃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의사결정 라인’을 직접 언급한 이면엔 의사결정 라인 맨 꼭대기도 당연히 포함돼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검찰과 경찰 등 주요 사정기관들은 문재인 정부 비위 사실에 대한 첩보들을 대거 수집해 생산했다. 그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태양광 사업이었다. 사정기관 및 정치권의 많은 관계자들이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사정 드라이브의 하이라이트가 태양광 사업이 될 것으로 점치는 배경이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내에선 총선용 기획 수사 아니냐는 기류도 팽배하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정부·지자체·민간단체로 연결되는 신재생에너지 비리 의혹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커넥션이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의사결정 라인’뿐 아니라 야권 전체에 걸쳐 대형 유탄이 터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 신재생에너지 사업에서 가장 많은 특혜를 받았던 민간단체는 협동조합 형태를 띠고 있었는데, 적지 않은 협동조합에서 운동권 출신 정치권 관계자들이 활동한 흔적이 감지되는 까닭”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첫해였던 2017년 12월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 간판 공약이었던 ‘탈원전 정책’에 따른 대체 에너지 수급을 위한 것이었다.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을 20%까지 끌어올리는 방안이 담겼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5.1GW(기가와트) 규모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2030년까지 63.8GW로 확대할 청사진을 발표했다.
2018년부터 2030년까지 12년 동안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총 48.7GW 늘리는 방안이었다. 신규 에너지 설비 용량 95%를 태양광(63%)과 풍력(34%)으로 마련하는 게 핵심이었다. 48.7GW 중 19.9GW는 국민참여형 발전사업이었다. 주택·건물 등 자가용 사업(2.4GW), 농가 태양광(10GW)를 비롯해 협동조합 등 소규모사업 7.5GW가 국민참여형 발전사업 주체였다.
문재인 정부는 100KW 미만 전력을 생산하는 협동조합 및 농민, 30KW 미만 전력을 생산하는 사업자 등 태양광발전 에너지에 한해 발전 6사 의무구매로 20년 동안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 계획은 우선 5년 한시 시행을 전제로 재생에너지 3020 계획 일부로 포함됐다. 외지인·사업자 중심이던 태양광발전 사업을 지역주민·일반국민 참여를 중심으로 개편하는 일환이었다. 사회적 경제기업(협동조합)이 참여하거나 시민참여펀드가 투자된 사업에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가중치를 부여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계획도 존재했다.
태양광 업계 한 관계자는 일요신문과 만나 “문재인 정부 당시 태양광 산업은 사업자가 아닌 협동조합에 이익을 몰아주는 형태였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개개인이 삼삼오오 모여 만든 협동조합이 태양광 발전에 뛰어들면 지자체 등 공공기관으로부터 보조금을 받거나 수익이 보장되는 모델이 확장됐다”면서 “협동조합이 사업자들보다 우위에 있는 국면으로 시장 흐름이 이어졌다”고 했다.
그는 “각 지역마다 태양광산업 협동조합에 참여한 인사들 중엔 정치권이나 시민단체에 종사한 인물이 많았다”면서 “586세대 중 과거 운동권으로 활동하던 인사들이 전국적으로 분포하는 협동조합 곳곳에 존재했다”고 했다. 태양광사업으로 수익을 내는 협동조합 중 일부엔 정치인맥·학맥 등을 바탕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가는 경우도 빈번했다는 후문이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도 “태양광 사업을 하려면 정치권 인사 한 명은 끼고 있어야 한다는 게 공공연한 불문율이었다. 우리가 2020년경 태양광 사업을 하려고 했는데 한 협동조합이 먼저 사업제안을 해 왔다. 서울시와 줄이 닿아 있으니 자기들과 손을 잡으라는 것이었다. 실제 확인해 보니, 그 협동조합의 간부 한 명이 운동권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실세들과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가 일했던 업체는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상대적으로 대중적인 관심을 덜 받는 광역지자체 의원, 기초지자체 의원들은 태양광발전 사업에 직접 뛰어들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원순 서울시의 고위직을 지냈던 전직 서울시의원 A 씨는 지역구에서 만든 협동조합 이사장으로 재직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2013년 설립된 이 협동조합은 태양광 관련 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왕성한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A 씨는 시의원 재직 당시 건축물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취지 조례를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A 씨는 문재인 정부 핵심으로 활동했던 전직 의원과 학생운동 시절부터 ‘정치적 동지’로 불린 사이로 알려져 있다. A 씨의 태양광 사업 진출 배경에 이 전직 의원이 거론되는 이유다.
국민의힘 한 당직자는 “이전부터 온실가스 감축 및 에너지 효율 강화 등 대의명분을 바탕으로 민주진영에서 추진했던 ‘협동조합 중심 태양광 사업’이 문재인 정부 들어 날개를 달았다”면서 “협동조합이 지자체 및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지원을 받으며 태양광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 자체가 문재인 정부 재생에너지 3020 계획 곳곳에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2019년 10월엔 감사원이 ‘서울시 베란다형 태양광 미니발전소 보급사업 추진실태’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감사원은 서울시가 3개 특정 협동조합에 특혜를 줬다고 결론을 지었다. 3개 협동조합 중엔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출신이자 ‘운동권 대부’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허인회 씨가 운영하던 녹색드림협동조합도 포함돼 있었다.
2020년 8월 허 씨는 정치권 인맥을 활용해 특정 도청탐지업체 국가기관 납품을 돕고 수억 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태양광 사업 관련 사건은 아니었지만, 문재인 정부 ‘태양광 황태자’로 불렸던 허 씨 구속에 많은 이목이 집중됐다. 당시 검찰총장은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2020년 12월엔 허 씨가 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SH(서울주택도시공사)에 근무할 당시 SH와 녹색드림협동조합이 태양광 미니발전소 보급 활성화 상호협력 협약서를 비공개로 체결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태양광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됐다”면서 “윤 대통령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부분을 부각해야 하는 시점이자,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 존재감을 부각할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키워드가 태양광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전 정부 전체를 사정권에 넣고, 공세 수위를 높이려는 일환일 수 있다”고 했다.
사정당국 고위 인사는 “태양광 사업을 특정 학맥이 주도했다는 의혹에 대해 집중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엔 문재인 정부 실세들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청와대, 정부, 지자체 등에서 재직하며 서로 끌어주고 특혜를 봐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윤 대통령이 지적한 의사결정 부분 역시 이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전했다. 이 인사가 언급한 특정 학맥엔 앞서의 A 씨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